"재건축 완화, 서울시민 불편 주는 규제 풀기"
"전세난 가중시키는 폭탄, 뉴타운 재판 될 것"

나경원·박원순 첫 TV토론 격돌... 재건축 연한 완화 선거 쟁점으로

등록 2011.10.11 00:50수정 2011.10.18 14:15
0
원고료로 응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리는 생방송 토론에 참석해서 악수를 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리는 생방송 토론에 참석해서 악수를 하고 있다.권우성

"서울의 전월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비강남권 재건축 허용 연한 축소는 폭탄적 발언이다. 뉴타운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다." (박원순 범야권 후보)

"80년대 지어진 노원구나 도봉구 아파트 가보셨나. 재건축 연한 완화는 주민생활에 불편한 불필요한 숫자 규제를 풀자는 것이다."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박원순 두 후보의 생각은 크게 엇갈렸다. 두 후보는 10일 저녁 SBS를 통해 생중계된 서울시장 후보 토론에서 '비강남권 재건축 허용 연한 축소'를 놓고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재건축 연한 축소는 나 후보가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제시한 공약으로 이번 선거의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첫 TV토론인 이 자리에서 두 후보는 여러 주제에서 정면으로 맞섰다.

[재건축연한 완화] "불편주는 규제 풀기"-"뉴타운 악몽 재현될 것"

박원순 후보는 "동시 다발적으로 재건축 연한이 축소되면 해당 지역에 어마어마한 멸실 주택이 생겨날 것"이라며 "투기를 조장하고 서울시의 전월세난을 오히려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이어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시장 재직 시절 여러지역을 뉴타운으로 지정해 원주민은 쫓겨나고 투기가 벌어졌다"며 "오세훈 전 시장 시절에도 민간자문위원회에서 연한 축소는 안된다고 했다, 이 정책은 강북 주민들을 의식한 선거용 공약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나 후보도 적극적으로 반박에 나섰다. 나 후보는 "85년 이후 지은 아파트는 주차시설도 부족하고 80% 이상이 내진설계가 돼있지 않다"며 "재건축 연한 완화는 주민 불편을 야기하는 규제를 풀자는 것이지 뉴타운처럼 구역을 지정해 개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규제를 풀어주면 재건축 여부는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며 "집 주인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재건축에 나서지 않을 것이므로 선거용 공약이라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재반박도 이어졌다. 그는 "실제 뉴타운도 조합이 구성되고 주민들 의사를 따른다고 하지만 실제 많은 경우 주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전월세 사는 사람들의 의지와 관계 없이 추진 됐다"며 "원주민들이 쫓겨나고 집주인들도 이익을 얻지 못한 뉴타운의 악몽이 재현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뉴타운과 아파트 재건축은 다른데 혼돈하고 있다"며 "저도 서울 주택 문제에 대해 아파트 중심의 해결책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 다가구주택에 대한 정책도 많이 마련했다"고 맞섰다.

[시정평가] "서울시 자랑스러워 해"-"시정 파탄, 한나라당 견제했어야"

이명박-오세훈 시장으로 이어진 지난 10년간 한나라당 시정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도 두 후보의 생각은 엇갈렸다.

이 문제도 박 후보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박 후보는 "전시성 토목 사업에 돈을 낭비한 지난 10년 동안 시민들의 삶은 벼랑 끝에 몰렸지만 한나라당은 아무런 비판도, 견제도 하지 않았다"며 "나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도 관여하고 대변인을 하는 등 한나라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진작 견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박 후보는 "한나라당 시장의 대권 욕심에 서울 시정은 파탄 상태에 이르렀고 서울시민 1인당 240만원이 넘는 부채를 지고 있다"며 "지난 7월 광화문 물바다, 우면산 산사태 등 21세기 수도 한가운데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기본적인 도시 안전에도 투자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의 생각은 달랐다. 나 후보는 서울의 대중교통체계와 대기질 개선 등을 거론하면서  "서울시민들은 서울을 굉장히 자랑스러워 한다"며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 시절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세계 9위에 오른 것은 시정 방향이 맞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변해야 한다. 도시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시민 행복지수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시민들의 생활을 보듬는 시장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리는 생방송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단일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리는 생방송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권우성

[서울시 부채] "야권, 부채 부풀려"-"SH공사 하루 이자만 15억, 너무 안일"

서울시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계산 방식을 놓고 두 후보가 대립했다. 나경원 후보는 단식부기로 계산하면 서울시 부채가 19조 원이라고 한데 반해, 박원순 후보는 복식부기로 따지면 25조 원에 이른다는 입장이었다.

박 후보는 "단식부기는 구멍가게에서는 쓰는 것이지 민간기업은 물론 정부나 공기업, 공공기관에서는 복식부기를 쓰고 있다"며 "나 후보가 단식부기로 계산해 부채가 6조 원 적어진 결과가 나왔는데 부채 실체 파악은 해결의 중요한 단초라는 점에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정부회계기준은 단식부기다, 야권이 서울시와 SH공사, 투자기관을 모두 복식부기로 계산해 부채를 부풀린 점이 있다"며 "어쨌든 자신이 적용한 기준에 따라 부채를 줄이는 방안을 내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부채 증가에 대해서 나 후보는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일자리 예산 등이 늘어났고, SH공사의 선투자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박 후보는 "SH공사 부채만 16조 원으로 하루 이자만 15억 원인데 나 후보가 너무 안이하게 서울의 재정 문제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 공동정부] "자리 나눠먹기 우려"-"한나라당은 자리 다툴지 몰라도..."

야권 공동정부론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나 후보가 먼저 "박 후보가 안철수 바람을 얻고 서울시장 출마에 나설 때 정치권을 비판했는데 정강정책이 다른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과 단일화 해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따졌다.

나 후보는 또 "반이명박, 반오세훈 외에 어떤 공통의 가치가 있느냐,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하지 않다면 시민들은 불안해 한다"며 "서울시장은 국가재난시 통합방위협의회 일원으로 대북관과 국가관이 매우 중요한데 민주당 민노당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같이 가져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공동정부는 자리 나눠먹기 우려도 있다"고 공세를 취했다.

박 후보는 "서울시장이 자리를 나누는 곳이냐"며 "한나라당은 그런 자리를 가지고 다투는 정당인지 모르지만 야권 합의는 전혀 그런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야권은 이명박 대통령과 오 전 시장이 벌여놓은 어마어마한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는 데 일치를 본 것"이라며 "그 뿐 아니라 무상급식 실시, 전월세난 해결 등 시민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분열과 대립 보다는 함께 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 새로운 정치, 새로운 정부를 만드는 게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네거티브 공세 공방도 이어져... 서로 장점 칭찬하기도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나라당이 연일 퍼붓고 있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다. 박 후보는 "서울시민들은 새로운 정치, 품격 있는 정치를 바라고 있는데 (한나라당이) 최근 저에 대한 근거없는 음해에 나선 것은 과거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네거티브 방식"이라며 "공약을 이야기 하고 싶어도 쏟아지는 공격 때문에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근거 없는 비방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면서도 "박 후보는 시민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정치권에 있는 것과는 달라 검증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나 후보가 박 후보의 아름다운 재단 재직 시절 대기업 후원을 받은 것에 대해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자발적이었느냐가 중요하다"고 하자 박 후보는 "자발적이지 않았다는 근거가 있느냐, 사람을 공격하려면 근거를 가지고 해야 한다"고 맞섰다.

두 후보는 사회자의 질문에 따라 서로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박 후보는 "나 후보는 여성으로서 너무 아름답고 똑똑하다, 입법 활동도 열심히 했다"며 "단점은 잘 모르겠다, 다만 저를 공격할 때 좀 싫어보이지만 (선거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니까 이해한다"고 밝혔다.

나 후보는 "박 후보는 시민운동가 활동하는 것을 보면 아이디어가 많고 좋다는 생각을 해본다"며 "시민운동과 정치 영역이 다른데 처음 선거에 뛰어들어 고생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박 후보가 언론에 저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박 후보가 너무 솔직하거나 아직 발언이 언론에 쓰임당할 때 어떻게 달라지는 지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 그 부분이 아쉽다"고 말했다.
#나경원 #박원순 #서울시장 #재건축 #공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2. 2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3. 3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4. 4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5.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