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2번째 TV토론은 주최측이 준비한 질문에 박원순 야권단일화 후보가 코너에 몰리는 형세로 시작됐다.
11일 오후 10시부터 방송된 KBS의 서울시장 후보 초청토론회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사회를 맡은 황상무 앵커는 박 후보에게 "1975년에 서울대를 중퇴한 것으로 아는데, 법대를 다녔느냐"고 물었다.
박원순 야권 단일화 후보의 일부 저서 속 저자 소개에 '서울대 법대 중퇴'로 기재된 것과는 달리 서울대 법대가 아닌 사회계열로 입학했다는 사실이 최근 언론에 보도됐고, 이에 근거해 '학력 부풀리기를 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
이 질문에 박 후보는 "사회계열을 다녔다"며 "('서울대 법대 중퇴'라고 표기된 것이) 완전히 틀린 사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울대를 다닌 것이고, 그 뒤에 단국대를 나왔고 그렇게 표기를 했다"고 답했다.
사회자는 다시 "법대와 사회계열은 다른데, 변호사로서 서울대 법대 출신에 편승하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시민운동가로서 양심에 반하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서울대 사회계열과 법대의 차이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학교를 어디 다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제적됐는데 나중에 복학 통지서가 왔지만 안 다니고 단국대에 갔다. 나는 학교의 차이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곧이어 사회자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게 던진 질문은 나 후보와 관련성은 있지만 나 후보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사회자는 나 후보가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았던 지난 2007년 9월 논평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건축을 비난한 내용을 거론했다.
당시 봉하마을 사저 공사비와 부지매입비가 모두 12억 원이고, 이중 6억 원은 노 전 대통령이 대출받은 것에 대해 나 후보는 "서민들에게는 꿈같은 얘기"라며 "부동산값 잡는다고 서민들의 대출을 막아 놓고 정작 대통령은 6억이나 대출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이듬해 1월 28일 논평에서는 "역대 어느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가 살 집 주변을 노 대통령처럼 세금을 들여 꾸몄을까 싶다", "최소한의 도덕과 염치를 가졌는지 묻고 싶다"고 논평했다.
"이런 논평을 한 적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나 후보는 "봉하마을 사저 신축과 관련해 정부에서 내주는 예산과 관련해 말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회자가 "내곡동 사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똑같은 말을 하겠느냐"고 묻자 나 후보는 "실질적으로 그렇게 한 사정이 있겠지만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충분한 납득이 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박 후보가 본인의 과거 행위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것과 달리, 타인의 행위에 대한 질문을 받은 나 후보는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첫 질문을 부드럽게 넘겼다.
"이명박·오세훈이 도시 경쟁력 올려" - "시민 삶 벼랑 끝인데 경쟁력?"
이날 토론회에선 현재 서울에 대한 두 후보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 극명하게 대조됐다.
나 후보는 이날 "이명박 시장 시절을 거치며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9위로 올라섰다. 오세훈 시장 때는 공기의 질이 좋아졌다. (이들 전임 시장들이) 도시 경쟁력과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나 후보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두고 오 전 시장과 경쟁을 벌일 때를 회상하면서 "만났던 학생들이 '서울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해서 '아, 이번 경선은 힘들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나 후보가 말하는 도시 경쟁력이라는 게 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많은 서울시민들의 삶이 벼랑 끝에 있는데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9위라면 시민들 아무도 이해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이어 "오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에 투자한 돈을 사람들의 생활과 미래에 투자한다면, 진정으로 도시 경쟁력은 높아진다"며 "도시의 하드웨어와 건물에 투자해서는 도시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세계적인 건축가가 디자인했지만, 이 사람이 만든 건축물은 전 세계 곳곳에 있다"며 "종로 피맛골을 철거하지 않고 남겨두는 게 훨씬 서울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역사의 향기와 삶의 기억을 보존하고 내 고향 같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일부 동의한다. 피맛골 같은 걸 남기는 것 역시 중요하다"면서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등 상징적인 것을 무조건 폄훼해선 안된다.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했던 많은 사업들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성미산 공동체의 예를 들어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보육과 교육의 공동체이며 경제 공동체"라고 평가하면서 "(도시 경쟁력이 높다는) 서울에서 밤에 길에 나가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2%다. 오 시장이 남긴 것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치장에 큰 공을 들였다. 앞으로는 다른 시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박원순 강의 듣는 것 같은 토론"
이날 토론 중간에는 나경원 후보가 "오늘 토론은 마치 (박 후보의) 강의를 듣는 것 같은 토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과 세계 각지의 도시와 마을을 답사하고 쓴 여러 저서들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공약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시대를 바로 보고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지금 서울엔 1인 가구가 25%를 넘고 2인 가구까지 합치면 46%로 가구 절반이 1인 혹은 2인 가구인 이런 인구학적 변화가 가져오는 직업의 변화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나 후보는 일자리 공약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나 후보는 "공약을 매일 한개씩 발표하다 보니 일자리와 여성 정책을 아직 발표하지 못했다"며 "지식창조 산업시대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IT와 BT를 활성화하고 한류도 2.0으로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 요금 등 공공서비스 요금의 인상 여부에 대해 두 후보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나 후보는 "생활 물가는 가급적 억제할 것"이라고 했지만 박 후보는 "공공요금 인상 문제는 너무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박 후보는 "오세훈 시장이 4년 전부터 올라와 있었던 인상안을 그대로 안고 왔던 게 문제다. 그동안 폭탄을 돌려온 것"이라며 "서울시민들의 겪는 물가난 전세난 등 여러 문제 때문에 지금 올리는 것이 얼마나 적절한가, 이 문제가 12월 물가인상위원회에 올라오는데,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다.
"노원구민들은 리모델링을 바란다" - "구청장이 민주당"
나 후보가 내걸었던 '재건축 연한 20년으로 완화' 공약에 대해서는 박 후보가 공세를 폈다. 박 후보는 "노원구에서는 (나 후보의) 재건축 연한 완화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주민들은 맞춤형 리모델링을 원한다. 재건축 연한을 20년으로 단축하면 일어날 투기 등의 우려 대신에 이런 방식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노원구청장이 민주당 출신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며 "나는 노원구의 권영진 (국회)의원과 같이 다니면서 (재건축 연한을 완화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반박했다.
나 의원은 "전세난이 극심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재건축 시기를 조정하는 순환 재건축으로 이런 우려는 충분히 없앨 수 있다"며 "재건축 연한을 풀어주는 건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고, (주민들이) 필요하지 않으면 하지 않고, 필요하면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민주당 구청장이어서 그렇다'고 말하면 안 된다. 민주당 구청장이라고 구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나 의원은 "그런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나 후보는 '책임'을, 박 후보는 '변화'를 강조했다. 나 후보는 "불안한 동거로 예측할 수 없는 공동정부에 서울시를 맡기겠느냐, 아니면 책임있는 정당 후보에 맡기겠느냐"고 물었고 박 후보는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서울시를 맡아왔다. 박원순이 하면 다르다. 새로운 변화를 원하면 저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2011.10.12 10:08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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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이 서울 경쟁력 올려"... "시민 삶은 벼랑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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