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서울 경쟁력 올려"... "시민 삶은 벼랑 끝"

서울시장 후보 KBS TV 토론... 박원순 학력과 나경순 재건축 놓고 공방

등록 2011.10.12 10:08수정 2011.10.1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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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11일 저녁 서울시장 후보 초청 KBS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11일 저녁 서울시장 후보 초청 KBS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남소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가 11일 저녁 서울시장 후보 초청 KBS 토론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2번째 TV토론은 주최측이 준비한 질문에 박원순 야권단일화 후보가 코너에 몰리는 형세로 시작됐다.  

 

11일 오후 10시부터 방송된 KBS의 서울시장 후보 초청토론회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사회를 맡은 황상무 앵커는 박 후보에게 "1975년에 서울대를 중퇴한 것으로 아는데, 법대를 다녔느냐"고 물었다.

 

박원순 야권 단일화 후보의 일부 저서 속 저자 소개에 '서울대 법대 중퇴'로 기재된 것과는 달리 서울대 법대가 아닌 사회계열로 입학했다는 사실이 최근 언론에 보도됐고, 이에 근거해 '학력 부풀리기를 한 것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한 것. 

 

이 질문에 박 후보는 "사회계열을 다녔다"며 "('서울대 법대 중퇴'라고 표기된 것이) 완전히 틀린 사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울대를 다닌 것이고, 그 뒤에 단국대를 나왔고 그렇게 표기를 했다"고 답했다.

 

사회자는 다시 "법대와 사회계열은 다른데, 변호사로서 서울대 법대 출신에 편승하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시민운동가로서 양심에 반하는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서울대 사회계열과 법대의 차이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학교를 어디 다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제적됐는데 나중에 복학 통지서가 왔지만 안 다니고 단국대에 갔다. 나는 학교의 차이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곧이어 사회자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에게 던진 질문은 나 후보와 관련성은 있지만 나 후보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사회자는 나 후보가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았던 지난 2007년 9월 논평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건축을 비난한 내용을 거론했다. 

 

당시 봉하마을 사저 공사비와 부지매입비가 모두 12억 원이고, 이중 6억 원은 노 전 대통령이 대출받은 것에 대해 나 후보는 "서민들에게는 꿈같은 얘기"라며 "부동산값 잡는다고 서민들의 대출을 막아 놓고 정작 대통령은 6억이나 대출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이듬해 1월 28일 논평에서는 "역대 어느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가 살 집 주변을 노 대통령처럼 세금을 들여 꾸몄을까 싶다", "최소한의 도덕과 염치를 가졌는지 묻고 싶다"고 논평했다.

 

"이런 논평을 한 적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나 후보는 "봉하마을 사저 신축과 관련해 정부에서 내주는 예산과 관련해 말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사회자가 "내곡동 사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똑같은 말을 하겠느냐"고 묻자 나 후보는 "실질적으로 그렇게 한 사정이 있겠지만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충분한 납득이 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박 후보가 본인의 과거 행위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것과 달리, 타인의 행위에 대한 질문을 받은 나 후보는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첫 질문을 부드럽게 넘겼다.

 

"이명박·오세훈이 도시 경쟁력 올려" - "시민 삶 벼랑 끝인데 경쟁력?"

 

이날 토론회에선 현재 서울에 대한 두 후보의 인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 극명하게 대조됐다.

 

나 후보는 이날 "이명박 시장 시절을 거치며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9위로 올라섰다. 오세훈 시장 때는 공기의 질이 좋아졌다. (이들 전임 시장들이) 도시 경쟁력과 서울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고 평가했다. 나 후보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두고 오 전 시장과 경쟁을 벌일 때를 회상하면서 "만났던 학생들이 '서울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해서 '아, 이번 경선은 힘들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남소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 남소연

 

박 후보는 "나 후보가 말하는 도시 경쟁력이라는 게 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많은 서울시민들의 삶이 벼랑 끝에 있는데 서울의 도시 경쟁력이 9위라면 시민들 아무도 이해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이어 "오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에 투자한 돈을 사람들의 생활과 미래에 투자한다면, 진정으로 도시 경쟁력은 높아진다"며 "도시의 하드웨어와 건물에 투자해서는 도시 경쟁력이 높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세계적인 건축가가 디자인했지만, 이 사람이 만든 건축물은 전 세계 곳곳에 있다"며 "종로 피맛골을 철거하지 않고 남겨두는 게 훨씬 서울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역사의 향기와 삶의 기억을 보존하고 내 고향 같은 도시를 만드는 것이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일부 동의한다. 피맛골 같은 걸 남기는 것 역시 중요하다"면서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등 상징적인 것을 무조건 폄훼해선 안된다.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려고 했던 많은 사업들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박 후보는 성미산 공동체의 예를 들어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보육과 교육의 공동체이며 경제 공동체"라고 평가하면서 "(도시 경쟁력이 높다는) 서울에서 밤에 길에 나가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2%다. 오 시장이 남긴 것은 겉만 번지르르하고 치장에 큰 공을 들였다. 앞으로는 다른 시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박원순 강의 듣는 것 같은 토론"

 

이날 토론 중간에는 나경원 후보가 "오늘 토론은 마치 (박 후보의) 강의를 듣는 것 같은 토론"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과 세계 각지의 도시와 마을을 답사하고 쓴 여러 저서들에 나오는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공약을 설명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시대를 바로 보고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지금 서울엔 1인 가구가 25%를 넘고 2인 가구까지 합치면 46%로 가구 절반이 1인 혹은 2인 가구인 이런 인구학적 변화가 가져오는 직업의 변화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나 후보는 일자리 공약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나 후보는 "공약을 매일 한개씩 발표하다 보니 일자리와 여성 정책을 아직 발표하지 못했다"며 "지식창조 산업시대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IT와 BT를 활성화하고 한류도 2.0으로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 요금 등 공공서비스 요금의 인상 여부에 대해 두 후보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나 후보는 "생활 물가는 가급적 억제할 것"이라고 했지만 박 후보는 "공공요금 인상 문제는 너무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박 후보는 "오세훈 시장이 4년 전부터 올라와 있었던 인상안을 그대로 안고 왔던 게 문제다. 그동안 폭탄을 돌려온 것"이라며 "서울시민들의 겪는 물가난 전세난 등 여러 문제 때문에 지금 올리는 것이 얼마나 적절한가, 이 문제가 12월 물가인상위원회에 올라오는데,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말했다.

 

"노원구민들은 리모델링을 바란다" - "구청장이 민주당"

 

나 후보가 내걸었던 '재건축 연한 20년으로 완화' 공약에 대해서는 박 후보가 공세를 폈다. 박 후보는 "노원구에서는 (나 후보의) 재건축 연한 완화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주민들은 맞춤형 리모델링을 원한다. 재건축 연한을 20년으로 단축하면 일어날 투기 등의 우려 대신에 이런 방식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노원구청장이 민주당 출신이어서 그런 것 아니냐"며 "나는 노원구의 권영진 (국회)의원과 같이 다니면서 (재건축 연한을 완화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반박했다.

 

나 의원은 "전세난이 극심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재건축 시기를 조정하는 순환 재건축으로 이런 우려는 충분히 없앨 수 있다"며 "재건축 연한을 풀어주는 건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고, (주민들이) 필요하지 않으면 하지 않고, 필요하면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민주당 구청장이어서 그렇다'고 말하면 안 된다. 민주당 구청장이라고 구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나 의원은 "그런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나 후보는 '책임'을, 박 후보는 '변화'를 강조했다. 나 후보는 "불안한 동거로 예측할 수 없는 공동정부에 서울시를 맡기겠느냐, 아니면 책임있는 정당 후보에 맡기겠느냐"고 물었고 박 후보는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서울시를 맡아왔다. 박원순이 하면 다르다. 새로운 변화를 원하면 저를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2011.10.12 10:08ⓒ 2011 OhmyNews
#박원순 #나경원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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