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만난 유윤종(24) 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김정현
장발에 흙색 생활한복이라는, 소화하기 쉽지 않은 패션을 한 그의 첫 인상은 범상치 않았다. "아침에 잠깐 핸드폰을 꺼 놨는데 그새 전화가 30통이 왔더라"고 말하며 웃는 그의 이야기 속에도 외모 못잖은 내공이 실려 있었다.
그가 처음 청소년인권운동을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전주에 있는 모교에서 작은 학생모임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청소년인권운동 단체인 '아수나로'가 생겨나던 때인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서 청소년인권 활동가 네트워크라는 연대체가 만들어질 때에도 참여해 오늘에 이르렀다. 청소년운동의 특성상 "학교가 쉬는 주말에 주로 활동을 하느라" 쉬는 날도 따로 없다.
공현씨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는 단단하면서도 경쾌한 발걸음이 느껴졌다. 그는 자기가 하는 운동의 의미를 과대평가하지도 축소시키지도 않았고,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꾸지도 않았다.
"입시를 거부해서 바꾼다는 건 비현실적이예요. 수십만 명이 거부선언에 나설 수는 없으니까요. 제 활동은 '대학이 싫어서 안 가겠다는 게 아니라 문제가 있으니 안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그를 통해 바꾸어야하지 않겠느냐' 하고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그렇게 사람들이 가진 문제의식의 폭을 넓히는 거죠."생계에 대한 걱정 있지만...그는 대학입시거부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대학거부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선택이 온전히 개인적인 동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대학입시거부라는 청소년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고민했고 선택했다. 그가 가진 사회적인 문제의식은 무엇이었을까.
"고등학교 때 등수 하나, 등급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싫었어요. 가장 불행한 건 하기 싫은 공부를 어거지로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흥미가 있어서, 더 알고 싶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시험을 보기 위해 성적을 위해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죠."그는 교육적인 관점에서 본 입시의 문제 외에 "차별이나 편견, 취업이나 소득 문제"와 같은 사회적인 측면도 이야기했다. 이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고, 경쟁에 뛰어든다. 그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스펙'을 쌓는 많은 이들이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경쟁원리에 따라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현씨 스스로는 어떨까?
"생계에 대한 걱정이 있어요. 아수나로로 들어오는 CMS 후원은 월 80만원 정도예요. 처음 활동 시작하던 무렵에는 '스스로 일자리를 줄 수 있는 활동단체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는데 5년 지난 지금은 그렇지 않네요(웃음). 인권교육이나 강연, 알바, 원고료로 벌고 있지만, 부모님한테 의지할 수밖에 없어서 미안하죠."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활동의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까닭들을 조용조용히, 하지만 주저하지 않고 풀어냈다.
"대학 와서 지방에서 대학 다니는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해 보면, 분위기 자체가 학생들이 학교에 애착이 없고 취업준비만 해요. 수업도 학점관리 차원에서 형식적으로만 접근을 하고.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으니까) 수업 듣는 것도 시간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학교 다니는 것이 무의미한 과정이 되는 거죠."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걷는 새로움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