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엄마가 아이가 잠든 사이 머리의 이를 잡아주고 있습니다.
조수영
필리핀 생활의 적, 개미모기보다 더욱더 적응이 안 되는 것이 개미입니다. 사실 개미 한두 마리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여러 마리가 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단체로 우글거리는 개미를 보면 바퀴벌레, 도마뱀은 완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징그럽고 끔찍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운동장이나 화단에서나 개미를 볼 수 있지만 필리핀 개미는 집안 어디서든 볼 수 있습니다. 주방에 음식물을 놔두면 흰 쌀밥은 어느새 까맣게 덮이고, 마시다 남은 커피에는 어느새 개미 십여 마리가 익사체로 둥둥 떠 있어서 어두운 곳에서 무심코 음료수를 마시다간 톡톡 터지는 개미 맛을 경험하게 됩니다.
게다가 얼마나 날쌔고 부지런한지 밤낮으로 먹을 것을 찾아다닙니다. 그 많은 개미가 그 많은 먹이를 가져다 어디에 쌓아 놓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쉬는 날도 없습니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는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서 먹이를 부지런히 쌓아놓는다지만 겨울도 없이 일 년 내내 따뜻한 필리핀에서 뭐가 아쉬워서 밤낮으로 저리 열심히 식량을 모으는지 모르겠습니다.
음식물에 붙어 있는 개미를 쫓아내다 보면 어느새 손등을 타고 올라오고 온몸에 막 기어 다닙니다. 정말 화가 나는 건 이놈의 개미가 사람을 마구 문다는 겁니다. 개미한테 한번 뜯겨 본적이 있는지? 정말 따갑고 아프고, 엄청 부어오릅니다. 특히 빨간 개미는 어찌나 힘이 센지 살점을 뜯어내는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여기저기 구멍을 뚫고 다니니 건물도 파괴될 뿐 아니라 여기저기 다니며 병원균을 달고 다니기 때문에 사람에게 병원균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도저히 한 집에 살 수가 없습니다. 렌트비도 안내면서 고마움도 모르고 주인을 물어대는 개미들을 쫓아내기로 했습니다.
필리핀 개미, 다 없애 버릴 테다!... 1차 전쟁 : 살충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