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비빔밥
전주비빔밥축제위원회
가끔 외지에서 온 친구나 손님과 식사를 할 때가 있는데 이들이 주문하는 음식은 한결같이 전주비빔밥이다. 약속이나 한듯이 똑같다. 그러나 전주시민들은 비빔밥을 잘 안 사 먹는다. 나부터 그렇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왠지 새삼스럽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전주에는 전주비빔밥만큼이나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 그렇다면 전주비빔밥은 왜 유명한 걸까? 전주에 20년째 살고있지만 그 이유를 정확히 잘 모른다.
전주에 사는, '한 미식'한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전주비빔밥이 무슨 맛이죠?" 그런데 고개를 저었다. 전주비빔밥이 무슨 맛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대답하지 못했다.
전주비빔밥이 유명한 이유는 이렇단다. 예로부터 전주는 농경문화의 중심지여서 쌀과 야채, 나물 등이 풍부했다. 또한 가까운 부안의 곰소젓갈, 고추장으로 유명한 순창의 고추장 덕분에 음식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전주비빔밥의 특징을 들자면, 우선 사골 국물을 우려내 밥을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골국물의 고소하고 진한 맛이 쌀에 배어, 기름진 밥이 완성된다. 또한 전주비빔밥에만 들어가는 황포묵도 전주비빔밥만의 특징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전주비빔밥만의 비밀. 전주비빔밥은 원래 비벼져서 나온다. 전주비빔밥을 48년째 만들고 있는 비빔밥 장인의 말에 의하면 참기름에 고추장과 콩나물을 넣고 우선 볶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고추장 양념장을 밥과 나물, 그 외에 고명을 넣은 뒤 함께 비벼서 손님 식탁에 내놓는다. 이렇게 미리 비벼놓아야 밥속에 양념맛이 배어들어가, 맵지도 않고 달큼한 전주비빔밥이 탄생하는 것이다.
놋그릇을 쓰는 것도 전주비빔밥의 특징인데, 돌솥은 밥의 수분을 빨리 빼앗아 가는 반면, 놋그릇은 수분을 유지해주고 온도를 유지해주기 때문에 식사 도중 내내, 촉촉하고 따뜻한 밥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명인의 숨결이 담긴 비빔밥,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고소한 풍미? 도대체 그게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맛은 직접 봐야 맛이랬다. 정말 '이거다' 싶은 전주비빔밥의 매력이 뭘까. 머리로는 알겠는데 느낄 수가 없다. 전주에서 산 지 20년이 돼서야 전주비빔밥의 매력을 찾겠다는 것 자체가 생경했다.
하여, 사실 미식에 거의 문외한인 내가 전주비빔밥 원고를 쓴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만류했다. '막입'을 가진 네가 어떻게 맛집 기사를 쓰냐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찾고 싶은 전주비빔밥의 매력은 꼭 '미각'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서울에 가장 많다는 '전주식당'에서도 맛볼 수 있는 비빔밥을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먹을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
비빔밥 롤 먹는 대만인, 다시마비빔밥 즐기는 일본인 마침 10월 네 번째 주에 전주에서 가장 큰 음식문화축제가 열렸다. 전주비빔밥축제와 국제발효식품엑스포, 한국관광음식축제가 동시에 열린 것이다.
어쩌면 전주비빔밥의 매력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곳에서 한 일본인 관광객을 만날 수 있었다. 치바에서 온 유키코(40)와 와카코(44)씨다. 서울에 놀러왔다가 전주비빔밥축제 소문을 듣고 일부러 내려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