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1월 11일 수원시에서 열린 사학법 개정 반대 한나라당 장외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근혜 의원, 이재오 의원, 나경원 의원.
권우성
이번 선거에서 알려진 것처럼 나경원 후보의 아버지가 사학 설립자이고, 그는 이 학교 이사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학비리 척결과 학교민주화를 기치로 한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로 정국이 극한의 대립을 하고 있었다. 이 당시 나경원 후보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 초창기였으며, 초선임에도 한나라당의 공보부대표를 맡았다.
2005년 12월 9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몸싸움 끝에 본회의를 통과하자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은 전교조에게 모든 것 주자는 법"이라며 국회를 박차고 장외투쟁에 나섰다. 보수단체와 언론들은 '인민위원회법, 공산주의 하자는 법'이라며 색깔론을 들고 나왔다. 사학법인들은 학교 폐쇄와 신입생 모집 거부라는 막말도 서슴치 않았다.
당시 나경원 후보는 언론 인터뷰와 토론회, 거리 연설 등을 통해 "개방이사는 전교조의 학교 장악 음모"라며 사학법 개정 원천무효를 주장했다. 박근혜, 이명박 현 대통령 등과 함께 촛불을 들고 야간 집회에 나서기도 했다. 사학법 강경 투쟁을 주도한 것은 박근혜 대표였다.
박근혜 대표 역시 영남대 이사장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 고 박정희 대통령은 이 학교의 종신 교주(校主)이며, 당시 영남대에 다시 그의 가족들이 복귀하느냐 마느냐 논쟁 중이었다. 사학의 직접 당사자인 박근혜 대표가 투쟁을 이끌었고, 나 의원도 적극 결합한 상황이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나경원 의원의 사학법 반대에 대한 비판에 "한나라당 당론이기 때문에 따랐던 것이다", "오해를 살 수 있어 의원 총회나 교과위에 가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아버지가 설립자 교장인 학교에서 2000년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회계 자료를 폐기해 버린 사실이 문제가 되자 "아버지 학교 일에 대해서 해명하지 않겠다"고 하여 구설수에 올랐다. 아버지가 설립자일 뿐 아니라 그가 이사인 학교였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당시 교과위 위원이었던 정봉주 전 의원에게 감사 무마를 청탁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나 후보는 "아버지 학교에 대한 전교조 교사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을 한 것뿐"이라고 주장하며 정봉주 전 의원을 고발했다. 결국 진실이 무엇이냐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되었다.
여기에 족벌사학인 광주인화학교의 성폭행 사건이 '도가니 열풍'을 통해 다시 재조명되면서 사학의 족벌경영 방지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개방이사를 반대한 나경원 후보에게는 이래저래 악재가 겹쳤던 것이다.
나경원 의원이 2005년 당시 사학법 개정 반대가 6년 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천정부지 대학등록금과 사학비리로 국민들은 지금도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던 한나라당을 비판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 나설 확률이 100%에 가까운 현실에서 이 사학법 문제는 박근혜의 대선 행보에서 나경원 의원처럼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2. 정치자금법 개정 반대와 교사 정치자금 수수학교와 관련하여 나경원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은 또 있는데, 바로 교사들로부터 받은 정치후원금이다.
2010년 학부모단체들이 검찰에 수사의뢰까지 했는데 검찰은 단순한 풍문이라면서 수사개시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언론의 집중 추궁에 마지못해 나 후보는 "교사들이 했다는 것을 얼핏 들었다", "정확히 누가 얼마나 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 때는 불법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교육부가 2004년 교사의 정치후원금이 불법이라고 회신한 바 있으며, 후원금 수입내역에 '교원'으로 기록된 이들이 있고, 전화 국번이 이 홍신학원 소속 학교와 일치하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재 전교조 교사들이 민주노동당에 월 5000~1만 원씩 후원한 혐의로 1700명이나 재판을 받고 있다. 사실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등 야권은 교사의 정치후원금 등 정치기본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를 위해 정치자금법 및 국가공무원법 등의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작 원내대표 황우여, 사무총장 김정권과 이주호 교과부 장관, 이군현 전 수석부대표 등이 교사들에게서 훨씬 많은 수백에서 수천 만 원의 정치자금을 받았음에도 교사의 정치후원금을 허용하자는 정치자금법과 국가공무원법 개정에 반대한다. 나경원 후보 역시 이 법 개정에 대해 모를 리 없지만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필적 고의로 보인다.
만약 나경원 후보가 먼저 교사의 정치자금 수수를 인정하고,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이번 선거에서 교사 정치자금 수수 문제가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법 개정에 대해서 침묵했고, 한나라당이 당 차원에서 법 개정을 거부했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나경원 후보를 힘들게 했던 교사 정치후원금 문제는 다음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에게는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교사의 정치자금을 받은 황우여, 김정권, 이주호, 이군현 등이 출마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상대 후보는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걸고 넘어질 것이다.
한나라당이 교사의 정치후원금 등 정치기본권을 보장하자는 법 개정에 대해서 이번 국회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3. 친일재산환수법 찬성 거부와 자위대 창립 기념 행사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