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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거의 제대로 잠을 못 잤다. 두 번째 책인 '길' 을 만들어나가느라고... 원고는 지난 1년간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활동하면서 으뜸, 버금, 잉걸 뉴스를 모았다. 그리고 사는이야기의 생나무 기사 한 개도 그 분의 따스한 생애를 나누고 싶어서 실었다. 첫 번째 책도 오마이뉴스의 사는이야기를 모아서 만들었다.
아직은 널리 나눌 만큼 세련되고 다듬어진 문장과 내용들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 번은 오마이뉴스가 걸러서 이미 공유가 된 글이기에 책을 내는 마음의 걸림은 좀 덜한 셈이라 오마이뉴스가 새삼 고마워진다. 두 번째 책을 올해도 만들어나가기로 작정한 것은 매일 비슷한 일상이지만, 느낌은 나날이 먹어가는 나이에 배가해서 더 새롭다는 것이다.
붓을 잡고 걸어가는 낮의 태양 아래 해바라기 꽃같은 느낌과 달빛을 받아야만 피는 달맞이 꽃의 느낌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낮과 홀로 긴 밤을 깨어서 보내는 시간의 느낌이 참으로 삶의 생생한 한 순간들이다. 또한 아이를 시집 보내면서 하나라도 더 해보내지 못하는 어미의 마음도 그렇게 글을 써서 묶어 이웃과 나누면 좀 푸근하게 채워지는 마음도 들었다.
평소에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그런 다른 땅에 사는 이웃의 이야기와 더불어 바로 내 옆에 사는 친구들의 따스한 이야기도 나누어 우리 세상은 아직도 이런 구석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13년 간 활동했던 전국 단위의 인권활동단체의 대표자리를 올해 물러났지만, 구태여 어떤 자리가 아니어도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과 낮은 자리에서 오히려 귀한 희망을 나누는 따스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일상의 생활에도 녹여서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작년에 내 생애 첫 책을 직접 편집하고 만들어나간 힘겨움이 다시 살아나면서, 올해는 그냥 괜찮은 출판사를 골라 원고를 내맡기고 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기본마인드의 설계만 하려고 했다. 몇 군데 출판사와 교섭을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잘 되지 않아 결국은 올해도 내가 페이지마다 일일이 교정을 하고 제목을 달고 그림을 넣고 했다.
어떤 출판사는 아주 좋은 조건을 내주어 기뻐서 주변에 자랑도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판권을 자기들이 갖겠다고 했다. 작년에 책 만들기 대회에 1위를 해서 올해는 그렇게 좋은 조건이 들어왔나 싶어서 운 좋은 1등이라도 할 만하구나 하고 고맙게 여겼다가 그렇게 막판에 판권 문제가 나오니 역시 장사는 장사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써놓은 원고라 해도 하나씩 옮겨서 포인트를 바꾸고 정리해 나가는 작업이 시간상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밤에는 새로 시작한 여러 가지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은 책의 규모를 작년의 절반으로 책정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에 나간 기사를 중점적으로 하기로 했다. 작년에 책 한 권 제본한 금액이 2만원이 넘어서 100권 이상을 못 만들었던 것을 감안해서 올해는 작년의 반 정도만 되게 되도록 칼라 수와 페이지 수를 조정했다.
그리고 표지도 내가 좋아하는 미색 한지 느낌이 나는 배색을 하고 들어가야 할 간지도 자연스럽게 했다. 제목은 '길'이었는데 작년에 만든 책 제목 '선물'은 생애 주어지는 모든 인연과 고통스러운 시간도 결국은 기쁨을 위한 선물이었다는 의미였다. 올해의 '길'제목은 내가 현재 가고 있는 '길'에 대해서 만난 모든 인연이 나의 '길'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10년 혹은 20년 이상 가고 있는 길을 바라본 지인들의 길에 대한 메시지도 받아 간지에 실었다.
길에 대한 캘리그라피를 제작하면서 까만 획의 길은 육신을 뜻하고 회색빛 바탕의 길은 마음과 영혼을 뜻하는 의미로 마음과 영혼은 항상 육신보다 느려야 한다는 의미로 글씨 아래의 배경에 길게 깔았다. 마감 시한에 쫓겨 편집과 교정이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첫 책의 느낌과 두 번째 책의 느낌이 다른 것은 그만큼 나이를 먹어가면서 감성이 다른 탓도 있겠다. 여전히 서투르긴 하지만 첫 책을 만들던 경험이 두 번째 책을 만드는 데 유용하게 쓰여졌다.
책의 초판을 내고 고마웠던 것은 딸의 결혼에 대한 느낌을 적은 글을 결혼한 딸이 보고 자기도 모르게 속울음을 울었다는 것이다. 어미가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애잔한 정을 글로 표현했더니 공감이 갔었던지 고마운 느낌이 들었다.
2011.10.29 16:04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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