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번 약국에서는 의약품 판매자가 약사 가운을 입고 있었으나, 명찰과 사진을 소지하고 있지 않아 약사인지 판단할 수 없어 세모로 표시했다.
전효래
카운터가 약을 건넨 경우도 7곳이었다. 그 중에서 5곳은 약사가 있었음에도 약사 가운을 입지 않은 직원이 환자의 증상에 맞는 약을 골라주었다. 7곳 중에 2곳은 소규모 약국으로 직원이 각 1명밖에 없었는데 그나마도 약사 가운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아 그들이 카운터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약사와 직원이 5명 이상 고용된 대형 약국과 같은 경우에는 비교적 약사와 직원의 구분이 명확해 보였으나,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경우에는 카운터가 약을 판매했다. 약사가운을 입고 있더라도 명찰과 사진을 소지하고 있지 않아 카운터인지 진짜 약사인지 판별이 불가능했다. 카운터이기에 복약지도도 허술했다. 소화제를 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카운터는 하루 복용량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약을 건넸다.
약사회 "자율지도권 상실되면서 관리할 방법이 없다"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는 2만여 개나 넘는 약국들을 전부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현재 식약청과 함께 합동 단속을 시행 중이다. 지난 10월 17일 복지부 의약품정책과 김정식 사무관은 기자와 한 통화에서 "사전에 예고하지 않고 단속을 실시하여 적발한 약국을 행정처분하는 등 약사회 측과 단속 및 약사 교육 활동을 통해 서로 협조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날 약사회 측은 "고발을 받는 즉시 식약청과 복지부와 연결하여 약국 측에 경고 및 지도 교육을 따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종의 카운터에 대한 매뉴얼이라 할 수 있는 자율 지도권이 상실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관리할 방법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슈퍼판매와 관련해서도 개별 약국에서 일어나는 남용과 관련한 안전성은 우리가 다룰 수 없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예전에는 자율지도권이 있어서 약국에 자료를 요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상시적으로 관리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카운터 문제는 1990년대부터 계속 지적된 문제다. 1993년 8월 5일자 <동아일보>는 '긴급 진단 의료 부조리(9)'란 기사를 통해 가짜 약사를 고용하여 약을 판매하는 부조리를 보도했다. 즉 자율지도권이 있었던 때에도 카운터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며 그동안 복지부와 약사회의 약국 단속 등의 방안이 실효성이 없었음을 방증한다.
이에 대해 최헌수 대한약사회 팀장은 "자율지도권이 있었던 때는 약사회가 직접 카운터를 고발하고 약국을 제재하면서 카운터가 번성하는 것을 일정 수준 방지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일부 약국들이 카운터를 계속 고용하고 2000년에 의약분업 이후 이런 지도권이 상실되자 강력하게 약국을 단속하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 차원에서 자율지도권을 통해 지속적으로 약국을 관리하고 견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카운터를 고용하는 문제가 약사회 임원 약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소속 약사들은 약사가 아닌 종업원이 의약품을 판매하는 동영상을 찍었다. 여기에는 약사회 상임이사부터 서울지역 분회장 약국까지 포함됐다. 약사들은 카운터 문제가 약사회 차원에서 해결이 불가능한 이유로 임원약국을 지적했다. 그러나 약사회는 "약사들의 카운터 제보는 신중하게 접근 할 문제"라고 했다.
안전성 때문에 '슈퍼판매' 반대하는 약사회, 그럼 카운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