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교수.
김동환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자세가 몸에 익어 있으면 인생에서 별로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요. 경쟁이 치열하니까 누구나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와 실패의 경험을 가질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 뭘 배우고 넘어가지 여기서 뭘 향상시킬수 있을까 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인생 전체를 성공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한국과 세계 경제를 분석하는 경제 전문가들은 평소에 무슨 책을 읽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고자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만나기 전, 그녀에게 소장하고 있는 책 중에서 추천 도서를 골라 기부해달라고 부탁하자 예상대로 제 교수는 경제 도서들로 가득 찬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등장했다. 그러나 그녀가 '책 나눔 캠페인' 독자들에게 첫 번째로 추천한 책은 경제 도서가 아니었다.
제 교수는 일본의 저명한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자전적 고백을 담은 <학문의 즐거움>을 첫 번째로 추천하고 '책 나눔 캠페인'에 기부했다. 그녀는 인생의 전환기에서 이 책을 통해 적지 않은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며 "헤이스케처럼 실패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지 고민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언제나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학문의 즐거움> 이외에도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로버트 라이시의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박현찬의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를 추천했다.
"한국 시민들, 경제 판단력 가져야 할 때"- MBC가 고정 출연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사실상 검열하는 '고정출연제한 규정'을 사규로 확정하자, MBC 라디오 출연 거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하차한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요?"'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하여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할 경우 MBC 시사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는데 저는 이 조항이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해서 MBC 출연을 않기로 했지요. 덕분에 생활에 여유가 생겼는데 나이나 경력에 관계없이 공부하지 않으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매일 들어서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이나 써야 하는 칼럼의 소재들이 가장 뜨거운 최신 사회 현안들이다 보니 날카로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공부를 해야만 하지요. 그래서 어떤 때는 '이건 좀 노예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니 왠지 어려운 경제 서적들이 떠오릅니다. 최근에는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우리가 처한 경제적인 상황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고, 이런 상황들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들입니다. 전공 수업과 라디오에서 제가 얘기하는 것도 그런 현실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들에 관한 얘기들이고요. 그렇다보니 읽는 책도 거의 그런 쪽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소득분배에 관한 최신 저작들을 주로 읽고, 소설이나 역사 전기같이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학교 방학하면 읽어야지 하고 쌓아놓고 있지요."
- 경제 전문가의 관점에서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의 공유입니다. 지금 신자유주의가 막다른 길에 부딪혀 붕괴되고 있는 시점인데 이런 전환기일수록 사회 피라밋의 아랫부분에 있는 99%의 사람들에게 좀더 많은 경제지식이나 정보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상위 1%는 가만히 있어도 굉장히 많은 고급정보들을 접할 수 있거든요. 99%의 사람들이 현실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정보들이 굉장히 접근이 어렵고 그 역할을 언론이 해줘야 하는데 많은 대중매체들이 광고의 이해관계 때문에 기업에 유리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치우쳐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경제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방송, 조선, 중앙, 동아일보를 위시한 보수언론, 진보언론 모두 하는 말이 다른데 사람들이 냉정한 판단력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 정책이나 방향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판단력을 길러주는 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경제 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최근 한국에서 복지에 대한 담론들이 많이 나오면서 여러 주장들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복지에 돈을 펑펑 쓰면 나라가 망한다'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부자로부터 돈을 많이 걷으면 복지에 돈을 많이 써도 괜찮다'고 말하지요. 이때 민주주의 사회에서 99%가 판단을 잘못 내리면 정책의 실패와 서민의 고통을 낳게 됩니다. 이럴 때 기자들은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경제 전문가들은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분석을 내놓아야지요."
- 경제를 어려워하는 독자들이 쉽게 경제공부를 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겁니다. 그리고 쉬운 경제 서적부터 읽어나가면 됩니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는 세계적으로 많이 읽히는 경제학 입문서입니다. 300여 년 동안의 경제 사상을 굉장히 쉽고 재미있게 소개해놓은 책이에요. 복잡한 도식이나 수식을 빼고 당대의 경제사상에 대해서 핵심을 잘 설명해준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경제에 대해 별로 개념이 없는, 중·고등학생 수준의 성인에게 추천할 만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토드 부크홀츠는 미국 공화당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경제학자입니다. 다소 친 신자유주의 성향이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의 성향이 별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이론적 워밍업을 하기에는 매우 적합합니다.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도 추천할 만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로버트 라이시는 미국 민주당인 클린턴 정부 하에서 노동부 장관을 한 사람이에요. 신자유주의의 반대편에 있는 진보적인 학자지요. 그는 경제 위기가 왜 반복되는가에 대한 핵심적인 이유로 소득 불평등을 지목합니다. 정치가 보수화되고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금권정치가 강력해지면서 모든 정책이 자본을 가진 소수를 위해 펼쳐지면서 소득 불평등이 더욱 심해졌다는 얘기지요.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구제금융, 부양책, 등을 써봐야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식의 정책이 지속되는 한 세계는 가망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부딪치고 있는 원인과 결과에 대해 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우 쉽고 흥미롭게 쓰여 있으니 우리 사회의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책 이외에 경제를 접할 때 좋은 도구 중 하나가 신문 기사인데, 우리나라 언론 중에는 경제 기사도 정파적으로 왜곡해서 다루는 신문들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집에서 구독한다고 해서 그 신문의 경제기사를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어떤 매체가 믿을 수 있는 매체인지 잘 선택해서 경제기사를 읽어야 경제에 대한 오해를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