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의 거리유세를 남녀노소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남소연
"서울 민심은 어때?" 전남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내가 고향 친구를 만날 때 흔히 듣는 질문이다. 특히 전국 지방선거나 총선, 그리고 대선 같은 전국 단위 선거가 있는 때면 호남 사람들은 끊임없이 서울 민심의 선택에 안테나를 세우곤 한다.
그러나 굳이 서울에 2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해온 내가 아니어도 서울 민심은 신문-방송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서울 민심은 어때?"라는 질문은 서울 민심이 궁금해서라기보다는 호남 사람들이 이른바 '87년 체제'가 들어선 이후 1988년 총선에서 '황색 돌풍'으로 나타난 지역 정체성과, 1990년 인위적인 3당 합당으로 만들어진 '호남의 정치적 고립화'가 낳은 '호남 몰표'의 정치적 정당성에 대한 서울 민심의 공명(共鳴)을 기대하는 일종의 '말 걸기'다.
선거 때마다 호남 사람들이 서울 민심에 촉각을 세우는 까닭실제로 호남 사람들은 선거 때마다 서울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민주개혁진보평화 세력에게 '민주화의 성지'로 간주되는 광주의 민심은 종종 서울 민심과 함께 갔고, 때로는 서울 민심을 선도하기도 했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에 대한 열정적 지지와 2002년 대선 레이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광주전남 국민경선에서 지지율 2%였던 노무현을 1등으로 선택한 것이 가장 상징적 사례다.
정초선거(定礎選擧, Foundation Election), 즉 새로운 정치체제로의 이행을 알려주는 선거라는 개념이 있다. 최장집에 따르면, 정초선거는 이때 나타난 정당 간 경쟁과 연합의 패턴이 이후 선거에서도 반복되는 지속성의 효과를 가지며, 높은 투표율과 강한 경쟁성을 특징으로 한다. 유창오에 따르면, 대한민국 건국의 정초선거는 58년 제4대 총선으로 그 이후 보수양당제에 기반한 여촌야도(與村野都)의 선거구도가 정착되었고, 민주화 이후 정초선거는 87년 13대 대선으로 그때부터 형성된 지역구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유창오, <진보세대가 지배한다>, 2011).
역대 대통령선거 결과를 봐도 서울 민심과 호남 민심은 동조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는 경부축 중심의 산업화 이후 이농현상으로 산업기반이 없었던 호남지역 사람들이 대거 서울로 이주해 서울 인구의 다수를 구성한 측면과 '여촌야도'의 선거구도, 그리고 김대중이라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야당 지도자의 존재가 맞물린 탓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