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학점경쟁 로스쿨생... 자율성 감소"

[졸업을 앞둔 로스쿨 ②] 법학협 김형주 회장 인터뷰 "국가, 정책의 적기 계속 놓치고 있다"

등록 2011.11.05 14:12수정 2011.11.0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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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중앙일보>를 필두로 몇몇 언론사에서 '로스쿨 1기 1000명은 일자리 없다'라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그 요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 약 1500명이 변호사 시험을 합격해 졸업할 예정이고, 이 중 법원·검찰·로펌의 채용인원 500여 명을 제외하면 1000명은 일자리가 없을 것이란 예측이다.

그러나 현재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 1기 학생들의 입장은 "취업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또는 "취업을 너무 단순하게 바라본 기사"로 갈린다. 현재 로스쿨 3학년의 상황은 어떻고, 무엇이 이들의 사회진출을 가로막고 있는가? <기자주>

김형주씨는 제4, 5대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법학협)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이번 11월 9일 개최되는 '2011 대한민국 로스쿨 취업박람회'를 성사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김형주 회장은 법학전문대학원은 양성형 제도이므로 몇 명 채용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국가가 법조인력 충원시스템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정책이 자꾸 때를 놓친다고 지적했다. 의무연수 또한 1, 2기로서는 예측이 불가능했던 만큼 국가의 비용지원이 있어야 하며, 조기에 프로그램을 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래는 2일 진행한 전화 인터뷰 전문.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회장 김형주(제주대 2)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회장 김형주(제주대 2)최종연
- 요즘 나오고 있는 '로스쿨 졸업생 일자리 없다'는 기사에 대한 의견은?
"그런 류의 기사는 기존 선발형 법조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기초해 있다. 그러나 로스쿨은 교육양성형 체제이고 졸업 후에는 각자의 변호사 소양을 가지고 진로를 탐색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사법시험과는 취지가 다르다. 법원과 검찰이 몇 명, 로펌이 몇 명 채용할지를 예상해 나머지를 실업자처럼 보는 것은 문제다. 단순한 숫자로 표현시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어렵게 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취지가 양성형 제도임을 고려해야 한다.

로스쿨을 도입한 것은 법조인력 충원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인데, 국가와 정부에서는 신규 배출 인력을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도 부족하고, 현재로서는 정책을 내놓을 적기를 놓친 것 같다."

- 의무연수에 관한 의견을 묻고 싶다. 법학협 차원에서 철회하려는 움직임이 있나?


"현재로서는 법제화되었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점은 분명히 있다. 의무연수는 각자가 변호사 자격을 갖는 사적 이익 추구 과정에서 비용을 투입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로스쿨 1, 2기 입학자들은 입학 당시 의무연수를 6개월 받아야 단독수임 자격이 주어질지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따라서 국가가 채용이 내정되지 않는 의무연수에 따른 비용부담을 지원해야 하고, 연수 숫자를 떠나서 어떻게 연수기관에서 수용하고 교육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런 고민의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소규모 법률사무소 외 연수기관들의 프로그램들이 제시되는 정도까지 이르러 로스쿨 졸업생들의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의무연수 관련 논의는 도입 여부와 기간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운용에 관해서는 고민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프로그램 진행이 되지 않으면, 로스쿨 졸업생들의 사회진출을 1~2년 늦추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로스쿨 1기 졸업생들이 2012년 2월 졸업하고, 4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의무연수를 마치면 2012년 가을 또는 겨울이 돼야 단독 수임이 가능하다. 이는 로스쿨생 입장에서는 1년을 날리는 것이고, 신규 변호사 공급을 1년 늦추는 의도로 쓰일 수 있다. 또한 현재의 '로스쿨 실업대란'과 같은 보도는 신규변호사가 너무 많으므로 공급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결과를 낳을 수 있다."

- 현재 졸업을 앞둔 3학년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떠한가?
"변호사 시험에 각자 합격해야 하기 때문에 주 관심사는 변호사 시험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한다. 특히 개업 이외에 갈 수 있는 영역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변호사 대량배출로 인한 취업고민은 입학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견된 것이기 때문에 위험한 수준으로 동요하는 것 같진 않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정책을 도입할 시기를 법무부에서 계속 놓치고 있다. 의무연수 같은 정책은 도입여부를 예측할 수 없었는데, 이는 사법서비스의 이용자인 국민의 예측가능성도 낮출 것이다."

- 의무연수에서 국가의 비용부담을 언급했는데, 국가의 역할을 어디까지 예상하나?
"
결국 비용부담이다. 사법연수원이 졸업 후 의무연수를 맡아주면 안정적이겠지만 가능할지 여부는 회의적이다.

현재 1~2기는 변호사 시험을 보고 바로 경제활동을 할 것으로 예측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연수기관들이 의무연수생들에게 어떠한 대우를 할지는 매우 불분명하다. 식대와 교통비만 주어가며 일을 시킨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므로 국가가 적어도 1~2기에게는 의무연수를 하게 된 부분만큼, 채용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채용이 된 사람들은 월급을 받으며 일할 것이지만, 로펌이 채용이 되지 않았으면서 연수를 받으러 온 사람들에게 그만큼 보수를 지급하면서 업무를 맡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기자 주) 실제로 일반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로스쿨 졸업생이 의무연수를 받는 기간동안 단독으로 소송대리를 못 한다고 하면 뭐하러 뽑냐, 여직원을 시키지"라는 의견도 나온다. 또 연수기관들이 모두 교육 및 관리 역량을 수준급으로 갖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의무연수 운용방안을 빨리 결정해줘야 하는데 이는 절대로 법학전문대학원생들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

* 변호사법 제21조의2 제10조는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 제6호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가 실시하는 연수과정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연수과정에 국가가 지원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5조는 대한변협의 요청시 비용, 시설, 인력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자 주)

- 이번 취업박람회의 성격과 전망은?
"박람회는 봄부터 기획했었다. 대형로펌은 채용할만큼 했기 때문에 로펌은 김앤장 하나만 참여하지만, 많은 공기업과 사기업들이 참여한다. 로스쿨 출신이 졸업 후 신입사원으로 회사에 지원할 수도 있지만, 3년의 전문교육을 받은 것에 상응하는 기회를 이번 박람회로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법학협의 계획은 이같은 취업박람회를 지방권역별 또는 대도시별로 시행하여 그 지역에 맞는 채용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법원이 확정한 로클럭(law clerk, 재판연구원) 선발 방안에 대한 의견은?
"법원에서 로클럭을 선발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정원이 200명이고, 2013년부터 사법연수원생과 경쟁하여 선발된다면 결국 경쟁률이 높아질 것이다. 재판업무 경감 차원에서라도 인원수를 늘려야 하지 않을까 한다."

- 궁극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로스쿨에선 힘들지만 개인변호사로서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의무연수제도와 학사관리엄정화 정책, 로스쿨생의 변호사 시험 합격방법 미결정이 많은 학생들을 무한학점경쟁으로 몰고 각 학생과 대학의 자율성을 감소시킨다. 결국 학사관리 엄정화 정책이 완화되고, 변호사 시험이 자격시험화되고, 의무연수제도의 내용이 정해져야 이같은 불확실성이 해소될 수 있다. 이는 법조인력양성시스템의 정착이라는 면에서 일반 국민들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종연 기자는 로스쿨 재학생입니다.


덧붙이는 글 최종연 기자는 로스쿨 재학생입니다.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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