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
최경준
셔키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약한 고리'의 넓은 분포라기보다 굉장히 긴 시간동안 견고해진 프로그램 또는 전략이라는 점이 핵심"이라며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정치적 논의가 각 계층과 계파를 연결, 시위로 촉발시킨 이집트 혁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미 2008년 출간한 첫 책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HERE COMES EVERYBODY)>에서 '조직 없는 조직력'이란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아랍의 봄'에서부터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까지 스마트폰과 SNS라는 새로운 디지털 수단을 손에 든 대중들의 전 세계적인 저항 운동을 예견한 셈이다.
지난 10월 발간한 후속작 <많아지면 달라진다>(COGNITIVE SURPLUS)에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시민들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1조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사회 변화의 자원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책에는 지난 2008년 동방신기의 소녀 팬들이 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참여했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셔키 교수의 말대로 한국의 촛불시위와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은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 '안철수·박원순 현상' 역시 SNS를 통해 확산됐다.
셔키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9월초와 지난 1일 두 차례에 걸쳐 대면 및 이메일로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중 SNS와 혁명, 사회 변화에 대한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SNS는 '양날의 칼'... 경찰 폭력에 더 많은 '월가 시위' 규합" - SNS가 '아랍의 봄'등에서는 혁명의 도구로 쓰였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폭동을 선동하기 위해 이용됐다는 혐의를 받았다. 영국의 캐머론 수상은 '폭력을 위한 소셜미디어의 사용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SNS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지 않을까?"그렇다. 항상 양날의 칼이 될 소지가 있다. 개인 간의 소통이 아니라 군중간의 소통이기 때문에 굉장히 쉽게 군중심리를 유발시킨다. 기관과 시민사회 사이의 파워 밸런스가 변화하는 순간에 그렇다. 그러나 선호하는 그룹에게만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군집의 자유(freedom of association)를 얼마나 허락해야할 지가 관건이다. 군집의 자유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우 힘든 결정이다.
군집의 자유를 처벌할 때, 발언의 자유(freedom of speech)를 처벌하는 방법과 동일하게 사후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렇게 한다. 제가 우려하는 건 국민의 조직화 능력을 사전에 제압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중국이나, 특히 이란 같은 나라를 상대로 펼치는 우리 주장의 타당성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싸움에서도 지게 된다.
또 다른 걱정은, 인터넷과 인터넷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자유로울수록 좋다'는 시민적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완전히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런 주장은 이론상으론 좋다. 그렇지만 더 많은 자유가 국가가 제제할 수 없을 정도의 군집을 조장하여 사람들의 상점이 불타게 된다면, 끝난 얘기가 된다.
만약 현행법상으로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법을 바꾸려할 것이다. 저는 이것이 바로 런던 폭동이 의미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상상해보건데, 인터넷 실명제가 선제적으로 네트워크를 폐쇄하거나 이용자들을 차단시켜 버린다면 아주 비극적일 것이다. 이런 것이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시민적 자유의 투쟁인데, 시민적 자유주의자들은 아직도 우리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