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아무리 클릭해도 세상은 안 바뀐다?"

[인터뷰 ③] '소셜미디어 전도사'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

등록 2011.11.06 18:17수정 2011.11.0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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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최경준

"혁명은 트위트 되지 않을 것이다." (The revolution will not be tweeted.)

<티핑포인트>, <아웃라이어> 등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시사주간지 <뉴요커> 기자인 맬컴 글래드웰이 지난해 10월 자신의 잡지에 쓴 글의 제목이다. 그는 "관계의 고리가 약한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자체가 혁명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며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혁명에서 소셜미디어의 역할이 과장되어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에 있는 손가락 모양의 '좋아요'를 아무리 클릭해도 세상은 안 바뀐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셜미디어 전도사인 클레이 셔키 교수는 지난 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의 한 부분에서만 시위를 한다면 정부가 탄압할 수 있지만, 모두가 한꺼번에 시위를 하면 달라진다"며 "이명박 정부가 (촛불시위 이후에) 내각 개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아도 시위를 이끌어낸 소셜미디어의 이용이 국가정치를 바꾸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시민들이 갖고 있는 '1조 시간'

클레이 셔키 교수는 누구?
소셜미디어 전도사로 불리는 클레이 셔키(Clay Shirky. 47)는 1996년부터 일찌감치 IT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다. 현재는 뉴욕대(NYU) 대학원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ITP)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제정치 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 100인'으로 선정했고,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은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제프 베조스와 함께 IT분야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로 꼽았다. 뉴욕타임스, 비즈니스2.0, 월스트리트저널, 와이어드 등에 인터넷 및 사회·기술 네트워크와 관련한 글을 기고해 왔다.

글래드웰은 <뉴요커>에 쓴 글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팔로잉하거나 팔로하고, 친구를 맺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연락하기 쉽지 않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는 인맥관리 도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광장에 모인 '행동하는 군중들'만이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는 물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도 없었지만, 1987년 한국의 6월 항쟁은 일어났다.

그는 또 '소셜미디어 전도사'로 불리는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가 자신의 책에서 언급한 일화를 인용하면서 "네트워크화된 약한 고리로 연결된 세계는 월스트리트 직장인이 10대 소녀로부터 휴대전화를 돌려받는 데는 잘 작동됐다, 혁명 만세!"라고 꼬집었다. 그는 올 봄 튀니지,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민주화 과정을 지켜본 뒤에도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았다. 두 사람의 논쟁은 미국 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클레이 셔키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글래드웰이 '약한 고리'로는 정부를 제압할만한 움직임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옳지만 그런 '약한 고리'가 '강한 고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 점에서 틀렸다"고 반박했다.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최경준
셔키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약한 고리'의 넓은 분포라기보다 굉장히 긴 시간동안 견고해진 프로그램 또는 전략이라는 점이 핵심"이라며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정치적 논의가 각 계층과 계파를 연결, 시위로 촉발시킨 이집트 혁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미 2008년 출간한 첫 책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HERE COMES EVERYBODY)>에서 '조직 없는 조직력'이란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아랍의 봄'에서부터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까지 스마트폰과 SNS라는 새로운 디지털 수단을 손에 든 대중들의 전 세계적인 저항 운동을 예견한 셈이다. 

지난 10월 발간한 후속작 <많아지면 달라진다>(COGNITIVE SURPLUS)에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시민들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1조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사회 변화의 자원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책에는 지난 2008년 동방신기의 소녀 팬들이 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참여했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겨있다. 셔키 교수의 말대로 한국의 촛불시위와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은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다. '안철수·박원순 현상' 역시 SNS를 통해 확산됐다.


셔키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 9월초와 지난 1일 두 차례에 걸쳐 대면 및 이메일로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중 SNS와 혁명, 사회 변화에 대한 부분을 요약한 것이다.

"SNS는 '양날의 칼'... 경찰 폭력에 더 많은 '월가 시위' 규합" 

- SNS가 '아랍의 봄'등에서는 혁명의 도구로 쓰였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폭동을 선동하기 위해 이용됐다는 혐의를 받았다. 영국의 캐머론 수상은 '폭력을 위한 소셜미디어의 사용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SNS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항상 양날의 칼이 될 소지가 있다. 개인 간의 소통이 아니라 군중간의 소통이기 때문에 굉장히 쉽게 군중심리를 유발시킨다. 기관과 시민사회 사이의 파워 밸런스가 변화하는 순간에 그렇다. 그러나 선호하는 그룹에게만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군집의 자유(freedom of association)를 얼마나 허락해야할 지가 관건이다. 군집의 자유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우 힘든 결정이다.

군집의 자유를 처벌할 때, 발언의 자유(freedom of speech)를 처벌하는 방법과 동일하게 사후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렇게 한다. 제가 우려하는 건 국민의 조직화 능력을 사전에 제압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중국이나, 특히 이란 같은 나라를 상대로 펼치는 우리 주장의 타당성을 잃게 될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싸움에서도 지게 된다.

또 다른 걱정은, 인터넷과 인터넷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자유로울수록 좋다'는 시민적 자유주의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완전히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런 주장은 이론상으론 좋다. 그렇지만 더 많은 자유가 국가가 제제할 수 없을 정도의 군집을 조장하여 사람들의 상점이 불타게 된다면, 끝난 얘기가 된다.

만약 현행법상으로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법을 바꾸려할 것이다. 저는 이것이 바로 런던 폭동이 의미하는 바라고 생각한다. 상상해보건데, 인터넷 실명제가 선제적으로 네트워크를 폐쇄하거나 이용자들을 차단시켜 버린다면 아주 비극적일 것이다. 이런 것이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시민적 자유의 투쟁인데, 시민적 자유주의자들은 아직도 우리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유감이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지난 10월 15일 "우리는 99%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뉴욕 맨해튼 번화가인 타임스퀘어까지 행진했다.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가 지난 10월 15일 "우리는 99%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뉴욕 맨해튼 번화가인 타임스퀘어까지 행진했다. 최경준

- 말컴 글래드웰은 '혁명은 트위터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SNS의 일상적이고 사소한, 약한 연결 고리로는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는 '약한 고리'(weak-tie, 친구의 친구 등으로 구성된 얕은 관계의 네트워크를 의미함) 네트워크가 우리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예를 들면 정부를 제압할만한 움직임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고 한 점에서 옳다. 그러나 그런 네트워크가 '강한 고리'(strong-tie) 네트워크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 점에서 틀렸다. 튀니지나 이집트에서 본 것과 같이, 각각 벤 알리와 무바라크를 무너뜨리는데 전력을 다한 사람들이 SNS를 꽤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혁명은 트위트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요지는 글래드웰의 원천적인 실수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준다. 바로 느슨하게 연결된 서비스에서 공적으로 보이는 메시지가 정치적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추정한 점이다. 그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바로 사람들이 긴 시간에 걸쳐 서로를 알게 되고 서로에게 충실하게 되는 대화의 공간이야말로 그런 정치적 시위의 중추적 원천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혁명은 트위트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함은 사실이지만 핵심과는 관련이 없다. 요점은 소셜미디어가 '약한 고리'(weak-tie)의 넓은 분포라기보다 굉장히 긴 시간동안 - 때로는 수년간 - 견고해진 프로그램 또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집트의 경우를 보면, 무바라크 체제에서 수년, 수십 년간 살아온 사람들이 2004년 'Kifaya'(아랍어로 '견딜 만큼 견뎠다!') 운동을 일으켜 종교분리론자와 이슬라미스트를, 학생들과 노동자들을 연결시키기 시작했는데, 이는 (이집트의 국가감시 체제상 당연히) 웹로그에서 일어났다. 이렇듯 수년을 거쳐 전개된 정치적 논의가 타히리르에서 일어난 시위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었다.

사회의 한 부분에서만 시위를 한다면 정부가 탄압할 수 있지만, 모두가 한꺼번에 시위를 하면 달라진다. 이런 도구를 이용하여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소수의 사람들 간의 깊은 의사소통을 가능하게끔 만든 것은 이집트나 튀니지, 태국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촛불시위 이후에) 내각 개혁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보아도 시위를 이끌어낸 소셜미디어의 이용이 국가정치를 바꾸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다시 말해, 글래드웰이 페이스북 상의 ('좋아요') 클릭 같은 것으로 세계를 바꿀 수 없다고 한 것은 옳은 평이다. 그러나 그는 이를 근거로 '소셜미디어는 절대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없다'는 옳지 않은 결론을 내린다. 글래드웰이 공적으로 노출된 소셜미디어의 이용 (publicly visible uses of the tool)은 이해했지만, 사적인 소셜미디어의 이용(privately engaged uses of the tool)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
클레이 셔키 뉴욕대 교수최경준
- 중동 시민혁명의 원인을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로 설명했다. 현재 뉴욕 맨해튼에서 벌어지고 있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 역시 같은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런 것이 아니다. '원인'이라는 말을 그렇게 사용하지 않았다. 통신과 코디네이션의 비용을 낮추는 인터넷의 능력은 자원이지 원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대와 이집트(타히리르 광장)의 시위대 모두 그들의 정부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통신수단을 이용해 서로 연락하고 세계와 교류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물론 아랍의 봄이 보다 더 용감하고, 기념비적 운동이었지만.) 

특히 일반시민들이 현장에서 카메라를 가지고 국가의 행위를 기록하고, 유튜브를 통해 보급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적인 경찰 행동이 더 많은 저항을 규합하는 모집점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에서 월스트리트 점령을 단순한 항의시위에서 오늘날의 운동으로 전환하게 했던 것 중의 하나는 경찰이 평화적 시위대에게 과도한 무력을 사용하는 비디오 덕분이었다."

- 리더도, 조직도 없는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는 SNS로 인해 미전역은 물론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됐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 사항이 너무 다양해 제도권에서 수용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인지 잉여'에 의해 시위에 나섰지만, 오히려 그것이 한계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말하거니와,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는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첨언하기를, 이 지역 정치가와 경찰을 어렵게 하는 것은 다양한 점거투쟁을 끝내려는 그들의 시도가 엄중히 감시받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쥬코티파크(자유광장)이건, 런던의 세인트 폴이건, (캘리포니아주의) 오클랜드이건 간에 말이다.

기자가 제기한 더 큰 문제에 답하자면, 점거운동과 같은 운동의 한계는 커다란 분노를 엮어서, 완전한 변화를 추구한다기 보다 명확한 이슈에 대한 진전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튀니지에서는 성공했다. 비이성적 군중들이 완전한 변화를 시작하게 했다. 리비아에서는 실패했다. 내전이 발생했다. 이집트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군부가 혁명을 앗아갈 위협이 점점 현실화되는 것 같기는 하다.

청계천(촛불시위)에서 본대로, 점거는 끝나야 끝나는 것이다. 만약 국가의 폭력으로 끝난다면, 그 사실 자체가 변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촛불시위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그의 내각을 경질한 것이라든가, 혹은 타이의 '노란 셔츠'(Yellow Shirts)가 '빨간 셔츠'(Red Shirts)의 방콕 점거에 대한 대응으로 실탄을 사용해서 도덕적 우위를 상실한다든가."
#클레이 셔키 #소셜미디어 #SNS #트위터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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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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