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3차 범국민대회’
주상돈
-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자원이 부족해서 개방경제가 필수인데, 세계 1위인 미국 시장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접근할 수 있는 한미FTA에 왜 반대하느냐'는 반론이 있는데요."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한미FTA는 단순히 자유로운 무역거래를 촉진하는 협정이 아닙니다. 결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닌 미국식 시장경제의 법과 제도를 전면적으로 이식하는 것입니다. 이건 제 이야기가 아니라 참여정부 때 한미FTA를 책임졌던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당시 청와대 공식 브리핑에서 했던 이야기입니다. 일본식 제도를 버리고 미국식 법과 제도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동의하시나요? 한 나라의 법과 제도를 시민의 주체적 의사결정이 아닌 조약의 형식으로 수입해야 하나요?
둘째, 우리는 지나치게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수출입에 대한 의존도가 90%에 육박합니다. 다른 나라 경제 상황에 지나치게 의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수출 대기업은 이 상황을 즐길 수 있겠지만 고용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나 한계적 상황에 처해 있는 자영업자, 농어민, 축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 저서 <최재천의 한미 FTA 청문회>에서 "한미FTA는 사실상 개헌"이라고 지적했는데, 한미FTA로 인해 헌법의 어떤 부분이 가장 위협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공공성이죠. 미국은 계약으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서로 다른 기반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최소한의 약속만으로 공동체를 구성해서 나라를 꾸려가고 있지요. 그 기초는 계약과 적정절차입니다. 개인의 자유가 최대치가 되는 거죠.
반면 우리는 공동의 질서, 연대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을 중시하는 전통적 공동체 국가입니다. 우리 헌법은 사회적 삶을 위해 국가의 개입과 조정, 그리고 균형을 인정합니다. 일종의 사회국가원리를 도입했기 때문에 계약의 자유를 인정함과 동시에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보호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FTA는 미국 헌법에 기반한 법체계입니다. 당연히 우리 헌법과 충돌합니다. 사실상 헌법을 개정해 버리는 셈이죠."
투자자국가소송제 등이 가져올 수 있는 불안, 정밀히 검토해야- 특히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 현 상황에서 ISD 부분의 재협상이 가능할까요?"원래 미국에서 통상에 대한 협상 권한은 미 의회에 있지만, 2년 단위로 행정부에 위임한 적이 있습니다. 법 시한이 2007년 4월까지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FTA협상에 2006년 초에 달려 들어 2007년 4월에 협상을 끝마칩니다. 철저히 미국 시간표에 끌려들어갔죠. 하지만 2006년 가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을 누르고 미 의회를 지배하게 된 민주당은 통상협정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2007년 6월 노동과 환경 분야 등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합니다.
우리 정부는 여기에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8년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민주당의 오바마가 대통령이 됩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상원의원 때 ISD 등에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되니까 이미 체결해놓은 협정을 어떻게든 정리해야 했겠죠. 일자리 창출이라는 입장에서 새로운 요구조건을 우리 쪽에 내걸기 시작합니다.
자동차 부분에 대한 결정적 양보를 요구했고 2010년 겨울 재협상을 또 해서 자기네 요구를 관철했죠. 그리고 이번에 미국이 의회에서 비준안을 통과시켰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게 정부 논리입니다. 미국은 이렇게 (재협상 요구를)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한다는 거죠? 달리 설명이 필요 없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