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기습공격미사를 마치기 전, 사제들이 일주일 동안 단식기도를 할 천막을 설치하려 할 때 경찰 병력이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전재우
그렇게 상황이 수습된 후에야 미사 주례자인 전종훈 신부님은 마침기도와 강복기도, 파견기도를 했고, 모두 함께 파견노래로 <터>를 불렀다. 그리고 이어서 천막 설치 작업이 진행되었다.
천막 설치 작업이 끝난 후에도 나는 이내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또 불시에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나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었고, 사제들의 일주일 동안의 단식기도가 시작된 상황에서 일찍 자리를 뜨는 것은 도리가 아닐 것 같았다.
사제들만의 단식기도에 평신도가 끼는 것은 어색하고 불필요한 일이지만, 평신도가 참여할 수 있다 하더라도 내 몸으로는 어림없다는 생각에 슬픈 마음이 솟구치기도 했다. 나는 '성인병 백화점' 신세이기에 단식은 어림없는 일이다. 한 끼만 굶어도 저혈당 증세를 느끼는 신체이니 만약 일주일 동안 단식을 한다면 중도에 병원에 실려 갈 터이고, 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단식기도에 들어간 사제들...저도 매일 함께하겠습니다그런 생각으로 또 한 가슴 비애를 끌어안고 9시 50분쯤 무겁게 현장을 떠났다. 그리고 충남 태안으로 돌아오면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매주 월요일 서울 여의도를 다녔던 그 끈질긴 투혼으로, 이번 일주일 동안은 매일 여의도를 가자는 결심이었다.
사제들은 일주일 동안 천막 안에서 단식기도를 하는데, 지난 일 년 동안 매주 월요일 저녁을 하느님 안에서 사제들과 함께해왔던 처지에 일주일 내내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더구나 나는 매주 월요일 저녁의 미사 때마다, 미사 전에 바치는 묵주기도 5단의 주송자가 아닌가. 묵주기도 주송은 내가 전담을 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단식 기간에는 매일 여의도에 가서 미사 전 묵주기도 주송을 하고 미사에 참례함으로써 단식을 하시는 사제들께 힘을 보태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경찰과 한 격렬한 몸싸움 때문에 팔다리가 욱신거리는 것을 감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