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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 많은 이들이 빼빼로 데이를 잘 알고 있다. 유래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 날의 숫자와 비슷한 과자를 좋아하는 이성에게 주고 받는 일을 한다. 화이트데이나 발렌타인데이처럼 이 불명확한 행사는 광고라는 훌륭한 친구의 도움을 얻어 시나브로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았다. 요즘 이런 뭔 짓이냐고 하는 사람은 아마도 십중팔구는 구박받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날을 가래떡 데이로 하자고 행사를 진행한다. 우리 것이고, 숫자와 비슷한 식품이니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날이 흙의 날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숫자 11을 한자로 쓰면 十一이다. 이를 세로쓰기로 하면, 土가 된다. 흙(土)이 두 번이나 겹치는 날이니 흙의 날로 정하기에 이보다 좋은 날이 있을까?
사실 도시에서 흙을 밟아 보는 일은 이제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더구나 좋은 흙을 밟는 일이란 일부러 시간을 내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애써 근교의 산을 찾아간다고 해도 검은 색의 푹신푹신한 살아있는 흙을 밟아볼 기회는 거의 없고, 우리는 기껏 황토색 혹은 뻘건색의 딱딱한 죽은 흙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길이기에 그 안에서는 생물이 살 수 없는 것이다.흙은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조상님들은 예전에 뜨거운 물을 버릴 때도 식혀서 버리셨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최근까지 나는 이를 미신, 혹은 어처구니 없는 일로 치부해왔다.
하지만 책 한 권이 나를 바꾸었다. <땡큐 아메바>라는 책을 보면, 좋은 흙 티스푼 하나 분량 안에는 세균 수십억 마리와 균류 3-4미터, 원생동물은 고작 수천마리, 선형동물 수십마리가 살고 있다.
티스푼 하나 분량에 저런 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는가? 우리 조상님들의 훌륭한 지혜를 미신으로 치부한 그동안의 내 모습이 부끄러울 뿐이다.
이런 흙을 이용해서 제주에 있는 김윤수씨는 "밭갈이, 풀베기, 화학비료, 비닐멀칭" 이 없는 농사를 짓고 있다. 상식적으로 위 4가지를 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것이 가능할까?
흙을 잘 만들면 위 4가지를 모두 한 것보다 훌륭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을 김윤수씨는 보여주고 있다. 자세한 소개와 방법은 다음 글로 미루어 두고.
11월 11일, 과자도 먹고, 가래떡도 먹고, 주변 사람들과 정을 주고 받는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날이 흙의 날이라는 것도 한 번 마음에 새기면서 죽어가는 우리 땅을 살리는 일에 관심을 한 번 가져보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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