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근병증 치료를 위해 먹는 약(왼쪽)과 특수분유.
정혜정
'데카키논'과 '엘칸'은 미토콘드리아근병증을 완치시킬 수 있는 약은 아니지만 병의 속도를 더디게 해주는 유일한 치료제다. 지금은 이 약이 보험처리가 돼 환자가 30%만 내면 되지만, 2009년까지는 약값의 100%를 부담해야 했다. 심장병 환자의 경우 '데카키논'을 보험 적용하지만 미토콘드리아근병증에 대해서는 유효한 치료제라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적용을 안 해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근병증 환자 가족들이 2007년부터 2년 반 동안 눈물겨운 투쟁을 벌인 끝에 보건복지부로부터 보험적용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약이 나와 있는데도 너무 비싸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환우 10명이 세상을 떠난 일은 환우 가족들 사이에 아픔으로 남아 있다.
남편에게 받는 돈이 없고 고정적인 수입이라고는 정부지원금뿐인 상황에서 생활비라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서씨는 애들 때문에 엄두를 못 낸다. 두 아이 중 하나가 갑자기 아파 병원에 데려가야 할 때 나머지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쩔쩔맬 때도 있다. 함께 사는 동생도 직장에 다니고 있어 부탁할 수가 없다. 살 곳을 내준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보답이 되도록 집안 청소라도 열심히 하는 게 현재로선 서씨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아이를 맡길 곳이 있다면 아픈 애를 좀 더 빨리 치료받게 할 수 있을 텐데, 주위에 마땅한 보육시설이 없는 게 아쉬워요."엄마가 잠시라도 곁에 없으면 애들은 불안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담당 의사는 "아이들의 뇌혈관이 일반인에 비해 미세하고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서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힘든 상황이 온다"며 서씨가 늘 가까이 있어줄 것을 당부했다. 담당 의사는 종호네 어려운 사정을 알고 환자가족 지원금으로 200만원을 병원에서 후원받게 해주었다.
"차라리 암이었으면 수술이라도 하고 고칠 수 있을 텐데...... 이 병은 수술도 안 되고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병원 신세를 지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여깁니다. 주위에서 얘들은 미래가 없다,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고들 말 하지만 그런 말에 얽매이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려고 해요."서씨는 종호의 상태가 많이 나빴을 때 절망스런 마음에 영정사진까지 찍어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상태가 호전되고 있어 '내일도 오늘 같기만 해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마흔을 넘기기 힘들다고 알려진 병이지만 의학의 발달에 기대를 걸 수도 있지 않을까. 다만 의료민영화니 뭐니 해서 치료비 부담이 커지는 일은 제발 없었으면 좋겠고,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돌보는 데 지금보다는 덜 고생스럽도록 복지제도가 확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