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서민들의 가옥(복원). 충남 부여군 규암면 백제문화단지 소재.
김종성
영조 때의 조선 인구는 1600만~1800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 인구에서 궁녀 684명을 선발했으므로, 인구 2만3000명~2만6000명당 궁녀 1명을 뽑았다는 말이 된다.
멸망 당시의 백제 인구를 304만~380만 명으로 추정할 경우, 인구 2만3000~2만6000명당 궁녀 1명을 뽑았다고 가정하면, 백제의 궁녀는 아무리 많아도 170명을 넘지 않는다.
영조가 인구 2만3000~2만6000명당 궁녀 1명을 뽑는 과정에서 엄청난 국민적 반발에 직면한 사실을 감안하면, 의자왕이 170명 정도의 궁녀를 뽑았을 경우 그 역시 상당한 정치적 시련을 겪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실제의 궁녀 숫자는 170명에도 못 미쳤다고 봐야 한다.
둘째, 고대 동아시아에서 '삼천'이란 숫자가 실제로 3000을 가리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엄마가 자녀에게 "너한테 벌써 수천 번은 잔소리했을 거야"라고 호통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아이가 "수천 번이 아니라, 일곱 번인데"라고 꿍얼거리면, 아이는 더 야단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수천 번'의 의미를 놓고 장난을 쳤기 때문이다.
이런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수십·수백·수천이란 표현을 문자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많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사용할 따름이다. 고대 동아시아인들은 특히 그랬다. 그들이 '삼천'이란 숫자를 그런 식으로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서경>은 고조선 시대에 해당하는 고대 중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서경> '주서' 편에서, 주나라 문왕은 "(은나라 폭군) 주왕은 신하 억만 명을 두고 있지만, (그들의) 마음도 억만 개다. 나는 신하 3천 명을 두고 있지만, 마음은 하나뿐이다"라고 말했다.
신하 억만 명이 제각각의 마음을 갖고 있는 은나라와 달리, 주나라는 신하 삼천 명이 한 마음으로 통일돼 있다는 말이다. 신하가 적더라도 마음만 똘똘 뭉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문왕의 말에서 '억만'은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으로, '삼천'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으로 사용됐다. 중요한 것은, '삼천'이 실제 3000을 지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추상적 의미의 '삼천'이 숫자 3000을 의미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