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울산 종하체육관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청춘들의 질문에 김제동이 환하게 웃으며 답하고 있습니다.
찍사 스티브
김제동의 '청춘콘서트2.0'이 지난 13일 울산, 광주, 서울, 부산, 대전, 대구 등 전국 6개 도시 순항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때론 불꽃 같은 열정으로, 때론 자상한 선배의 마음으로 청춘들을 만난 김제동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전국에서 청춘콘서트를 준비하기 위해 자원봉사로 참여해준 1000여 명의 희망서포터즈들에게도 감동의 박수를 보냅니다.
안철수·박경철의 청춘콘서트1.0이 청춘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는 일반적인 강연 방식이었다면, 김제동의 청춘콘서트는 1.5 정도가 될 듯합니다. 절반은 위로와 격려의 강연 내용을 담되 절반은 청춘들이 직접 무대 위로 올라와서 서로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참여'의 방식이었습니다. 오는 11월 23일부터 시작될 김여진의 청춘콘서트는 온전히 청춘들이 직접 참여하는 2.0이 될 듯하구요.
오늘은 그동안 청춘들을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할애해 준 김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청춘콘서트 현장을 취재하러 다니며 TV에서는 볼 수 없었던 김제동의 진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혼자만 감동하고 지나가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청춘콘서트를 통해 만난 김제동의 이야기입니다.
"20대는 조금 '또라이'로 살아도 좋아... 독특하게 살아라"김제동은 지난 10월 28일 울산에서 청춘콘서트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자꾸 저 보고 멘토라고 부르는데, 저는 멘토가 아닙니다. 안철수, 박경철 두 형님처럼 멘토가 될 자격은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드릴 수는 있습니다. 10년 더 산 인생의 선배로서 제 경험을 이야기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청춘콘서트를 함께 하려 합니다." '김제동이 뭐가 멘토냐' 반문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말이 명확한 답이 될 듯합니다. 6번의 청춘콘서트 내내 김제동은 청춘들의 고민을 진심으로 경청해 주었으니까요.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선 청춘들에게 "왜 청춘콘서트에 왔냐"고 물었습니다. 청춘들이 가장 듣고 싶어했던 이야기는 "행복"이었습니다. 청춘들이 청춘콘서트에 몰려드는 이유에 '김제동을 보고 싶어서'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다'였습니다. 대부분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자기소설서'를 쓴다며 답답해 하는 친구, 취업은 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친구, 대학에 입학했지만 도대체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친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듣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김제동은 이렇게 답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독특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공의 기준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지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꾸만 다수의 의견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또라이'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저거 '또라이'다, 그러면 힘들어집니다. 그런데 '또라이'들이 과연 행복하지 않은가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라이'들은 거의 다 행복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좀 불행할 뿐이에요. 남들과 조금 다른 시선으로 살아도 괜찮습니다. 꼭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야 합니까? 남이 만들어 준 기준대로 살지 마십시오. 당신만의 이야기로 사세요. 나는 나처럼 사는 것, 여러분도 가족,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전에 자기를 먼저 인정해 주세요. 독특하게 사십시오. 20대는 조금 '또라이'로 살아도 좋습니다. 각각의 색깔로 표현하세요. 사십이 넘어서, 그 때 찌들어도 늦지 않습니다. 절대로 늦지 않습니다." 김제동은 불안해 하는 청춘들에게 괜찮다고 위로해 줍니다. 괜찮다, 괜찮다… 방황해도 괜찮다. 왜? 배움의 기회로 삼아서 다시 나아가면 되니까. 고민하고 망설이는 시간보다는 차라리 방황이 낫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능동적인 방황을 주문하기도 합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방황의 시간은 언젠가는 반드시 거쳐야 되는 것이며, 언젠가 거쳐야 한다면 20대에 마음껏 방황해 보라고 합니다.
단,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반드시 방황 뒤에는 배움과 교훈이 있어야 한다고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요. 무수한 실패는 곧 성공으로 가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김제동은 말합니다. "20대에게 실수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요. 다시 김제동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지만 제 나름대로 세 가지 정도로 요약을 해보았습니다.
"상식 아닌 것 보고는 웃기다고 해야... 20대 권리를 포기하지 마라""첫째, 웃긴 걸 보고 웃기다고 할 수 있어야 한다."20대에게 정치의식을 가지라고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김제동은 정치 그런 건 잘 모른다고 딱 잘라 말합니다. 다만 상식이냐 비상식이냐를 보자고 권합니다. 상식이 아닌 것에는 웃기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특히 청춘들이 한미FTA에 대해 질문하자 "우리나라 대통령이 장사를 하는데, 다른 나라에 가서 기립박수를 여러 차례 받았다는 뉴스를 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여러분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장사를 하는데 다른 나라에 가서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니요"라고 말합니다. 복잡한 정치·경제 문제도 김제동은 다만 '상식'을 말할 뿐입니다.
"둘째,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는다." 김제동이 20대에게 가장 호소한 내용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마음껏 내라는 것입니다. 왜 정치인들이 20대를 위한 정책들을 만들어내지 않느냐 그건 20대가 투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쉽게 설명해 줍니다. 그리고 왜 소중한 우리의 주권을 쉽게 포기해 버리냐고 반문합니다. 반값등록금이든 취업 정책이든 20대를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려면 20대가 당당하게 자신들의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대목에서 청춘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습니다. 왜 김제동 어록이 탄생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셋째,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바로 고백해라."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연애 이야기'이지요. 김제동 본인이 현재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요. 청춘들에게도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끝낸 후에는 항상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봅니다. 없다고 하면 바로 '그거 고민할 때가 아니고 연애에 집중하세요"라고 농담을 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바로 고백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 사실을 어떻게 고백하지…' 고민하다가 한두 달 보내고, 막상 고백하려고 용기를 내면 그 친구는 군대 갔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며, 이럴 땐 바로 가서 '사랑합니다' 고백하라고 강조합니다. 싫다고 하면 바로 '네, 알겠습니다'하고 내 할 일 하면 되는 것이고, 상대가 뜻밖에 '저도 사랑합니다' 받아주면 대박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그냥 빵빵 터졌네요.
김제동의 토크를 듣고 있노라면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깔깔깔 웃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 개그맨들의 유머와는 달리 웃음 뒤에 묘한 깨달음이 숨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개그'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실컷 웃고 나면 허전해지는 그런 개그가 아니라, 웃고 나면 '아,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야겠구나' 잔잔한 여운이 남는 아름다운 개그입니다.
"자신에게 냉혹하지 않았으면... 스스로 위로하면 남 위로할 힘 생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