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은 중앙의 링을 내려다 보는 형태로 우리나라 씨름장과 비슷합니다.
주말이면 사봉 경기장은 필리핀 남자들로 넘쳐 납니다.
조수영
치열한 접전 '투계'필리핀 말로 '사봉'이라 불리는 닭싸움은 1521년 마젤란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도 그 기록이 있을 정도로 필리핀의 오래된 전통입니다.
한가한 주말, 띨라가 그토록 푸욱~ 빠져 있는 사봉 경기에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주말에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리면 어김없이 '사봉' 경기가 열리는 곳입니다. 입장료가 있지만 카메라를 든 외국인이라 공짜로 들여보내 줍니다.
경기장은 우리나라 씨름장과 비슷하지만 수많은 필리핀 남자들이 일제히 한 곳을 응시하며 함성을 지르고 열광하는 분위기에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모래가 깔린 링 중앙으로 닭 주인들이 각각 자신의 닭을 안고 입장합니다. 이때 관중들은 닭의 상태를 재빨리 확인한 후 승리할 것으로 보이는 닭에 돈을 겁니다.
'크리스토'라 불리는 베팅 요원들은 요란한 몸동작과 수신호로 베팅을 접수받습니다. 이때쯤 되면 싸움닭보다 더 흥분한 사람들의 함성이 주변 공기를 들썩일 정도로 커집니다. 베팅이라고 해서 베팅 용지에 원하는 닭과 액수를 미리 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손가락 또는 말로 액수를 정하면 베팅 요원이 이를 기억하고, 경기를 한 후에 진 쪽의 돈을 받아 이긴 사람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