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은사 측은 빨간색 테두리 안이 모두 천은사 땅이고 도로 중간 중간에 문화재로 지정된 암자들이 있다며 문화재 관람료 징수가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천은사
올림픽을 맞아 관광객들이 지리산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고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 민심을 추스른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말이죠. 그런데 황당한 일은 도로를 만들면서 천은사 쪽 의견은 묻지도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응당 치러야 할 대가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군사작전 펼치듯 일방적인 행정을 한 겁니다. 그렇게 억울한 사정을 안고 861번 지방도로는 태어났습니다. 천은사 쪽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이 억울할 만도 합니다.
하지만 길 막고 문화재 볼 생각 없는 등산객에게 '문화재구역입장료'를 걷으니, 마치 생떼 쓰는 일 같아 마음이 영 불편합니다. 저와 같은 생각 때문인지 남원에서 지리산을 넘어 구례 쪽으로 오다 보면 매표소에서 승강이를 벌이는 사람들을 종종 만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만들어진 도로를 연필 자국 지우개로 지우듯 없앨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가 보상하면 안 될까요?
하지만 전남도청에 확인해 본 결과 현재 이 도로는 '지방도 미불 용지'로 구분돼 있답니다. 관청이 땅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시기를 놓친 겁니다. 결국 지금은 땅을 사려 해도 살 수 없는 상태가 된 겁니다.
이제 그 땅은 소유자가 팔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야만 팔릴 수 있습니다. 곤혹스럽습니다. 조계종은 도로에 편입된 땅을 팔 생각이 없으니 말이죠. 무슨 이유로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 물었지만 확실한 대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결국, 861번 지방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천은사 소유 땅을 지나가는 대가로 기약 없이 돈을 내야 합니다. 정부가 막무가내로 만든 도로 때문에, 그리고 땅 팔 생각이 없는 조계종 때문에 애꿎은 국민들만 마음 상하고 있습니다.
'문화재관람료 제도개선협의회', 의미 없이 끝나이런 잡음을 의식했는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지난 2007년 2월, 몇몇 국회의원들이 현재 매표소 위치를 천은사 입구로 옮겨 문화재 관람을 원하는 사람만 돈 받도록 법을 고치려 했지요.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관련 법 개정이 조계종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구례군청과 전라남도를 비롯한 관계 기관에는 불만 가득한 민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폭주하는 민원 때문인지 이번엔 정부가 나섰습니다. 정부는 2008년 '문화재관람료 제도개선협의회'를 만들어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했지요. 그러나 회의는 아무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당시 조계종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