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번역개발원 제63차 번역실무능력평가시험이 치러진 건국대 법학관. 회원 700~800명이 시험에 접수했다.
이지수
대번개는 1988년에 설립된 번역 회사다. 이곳은 "자격 시험에 합격하면 평생 동안 번역물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가입비를 받고 시험 대비 교재와 강의를 제공한다. 대번개는 가입비 98만 원(할인 미적용 시)에 "평생 번역물 보장, 법적 책임 면제, 번역가로 활동할 때 발생하는 오역·감수·공증 수수료 면제 및 교육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전문 번역가는 여러 번역 회사에서 끊임없이 일감을 받는다. 하지만 예비 번역가는 번역 회사와 계약을 맺기도, 한 회사에서 계속 일거리를 받기도 어렵다. 대번개 회원인 학원강사 김아무개(33)씨는 "일거리를 준대서 가입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아무개(23)씨는 "평생 동안 일감을 받을 수 있다면 가입비나 수험료는 아깝지 않다"고 했다.
자격 시험 합격자에게 번역가 자격증을 발급하는 것도 예비 번역가가 대번개에 가입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는 국가 공인 자격증이 없지만, 대한번역개발원에서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가입비를 내고 실제 대번개에서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이들이 생각하는 시험 합격 기준과 실제 합격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탓에 매회 응시자 80% 이상이 자격 시험에서 불합격한다. 한편 자격 시험에 합격한 나머지 20%도 꾸준히 일을 받지는 않으며, 번역가 자격증은 다른 번역 회사에 지원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