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습니다"황일근 서초구의원이 18일 오전 서초구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잠시 발언하고 있다.
이호영
- 징계 보류안이 1차 본회의를 통과했다."징계안이 처리되나 싶었는데 의원 간담회 끝에 보류안이 나왔다. 국민참여당을 중심으로 야당과 시민단체의 많은 분들이 기자회견에 나와 힘을 주신 덕분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동료 의원들을 믿고 있지만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다."
- 징계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본회의에서 보류안을 채택한 건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징계안을 잠시 덮어두겠다는 뜻이다. 행정사무감사가 끝나고 30일 2차 본회의나 12월 1일 3차 본회의에서 징계안을 다시 기습 상정할 수도 있다. 일단 상정하면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의견에 따라 징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30일 출석정지는 상당히 무거운 징계 아닌가."구의회에서는 제명 다음으로 무거운 징계다. 원래 제명까지도 생각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논의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늘 구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이제 눈엣가시가 됐으니 어쩌면 30일 출석정지 처분을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시기가 묘하다. 지금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정사무감사와 예결특위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구의원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예산심의권을 박탈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 어떤 일로 징계를 받은 건지 궁금하다."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에 반대하는 의원들 연락처를 게시판에 올려 의원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게 이유다. 누군가가 '통과가 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두고 봅시다'라는 문자를 보낸 모양이다. 그런데 이 글은 민주당을 포함해 야4당과 시민단체가 함께 작성해서 각각 게시판에 올린 내용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의원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하지 않나. 유독 국민참여당 의원에게 징계를 내리려는 건 소수 야당에 대한 탄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내가 올린 글을 보고 문자를 보냈다는 증거도 없다."
- 그래도 문자를 받은 의원들이 언짢았다면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의원 연락처는 비밀이 아니라 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모두에게 공개돼 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그런 문자를 받은 부분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섯 차례나 말했다. 이만하면 양보할 만큼 한 게 아닌가. 더구나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무상급식 반대는 이제 '없던 일'처럼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끝까지 공개사과를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응할 수 없다. 혼자 벌인 일이 아니고 공개사과를 할 일은 더욱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지적도 징계도 요구도 상식적이어야 받아들일 수 있다."
- 초선 의원으로 알고 있다. 1년간 겪어본 의회 분위기도 상식적이지 않았나."구의회가 한나라당 일색이다 보니 대화와 타협이라는 토론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힘이 곧 정의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구청도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관성대로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처음 의회에 들어왔을 때 좋은 안건이라면 당적을 초월해 동의해 줄 것으로 믿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내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다. 좋은 제안이라며 찬성하겠다고 말하던 의원이 30분 뒤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것도 봤다."
- 진보 성향이라서 더 힘들 게 느끼고 있는 건 아닌가."난 진보적인 사람이 아니다. 일을 상식선에서 판단하면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기본적인 상식조차도 통하지 않을 때가 너무 많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