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창당 14주년 기념식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홍 대표는 이날 기념식에서 당 쇄신 시기에 대해 "민의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가 끝날 무렵부터 바로 당을 재편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소연
이런 우울한 창당기념식은 지난 2006년 11월 1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창당기념식을 떠올리게 한다. 홍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부터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진 않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창당기념식의 분위기는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창당기념식'과 매우 흡사했다.
2006년 창당 3주년 기념식 당시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수는 139명. 이 중 60여 명이 창당기념식에 참석했다. 한나라당이 창당 14주년 기념식을 한 21일 한나라당 의석수는 169석인데 이 중 50여 명의 국회의원만 참석했다.
상황을 보면 더 흡사하다. 각종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해 '40 대 0'이라는 기록을 세웠던 열린우리당 만큼은 아니지만, 각종 재·보선 패배와 6·2 지방선거 패배, 강원도 등 텃밭 패배, 10·26 재보선 서울시장 선거 패배 등으로 충격이 누적된 상황이다.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도 비슷하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한 가장 주요한 논거는 '한나라당은 가장 유력한, 독주 중인 대선 주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유력한 대선 주자도 못 낸 열린우리당과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잡을 한나라당이 비교가 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0·26 재보선 이후에도 '안철수 바람'은 지속되고 있으며 '박근혜 대세론'에서 '대세론'이란 말은 빼야할 상황이 됐다.
<매일경제>와 < MBN >이 의뢰해 한길리서치가 18·19일 전국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박근혜 양자대결 결과, 안철수 47.1% 대 박근혜 39.9%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14~18일 유권자 375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20%)와 유선전화(80%)로 조사한 다자구도 지지율 조사에서도 안철수는 30.9%를 기록, 26.0%를 기록한 박근혜를 앞섰다.
한미FTA 이후 불어닥칠 공천 갈등, 홍준표의 해법은?한나라당으로선 '최후의 보루'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시작했고, 당 밖에서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중도신당' 창당을 모색 중이다.
당장은 여야가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로 대립하고 있어 정계 개편과 관련된 논의가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지만, 비준안 처리가 일단락된 뒤엔 쇄신안, 그 중에서도 내년 4월로 닥친 총선 공천 관련 문제에 대한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크고 '살 길 찾아 내 길 가는' 의원들이 속출할 수 있다.
과연 홍준표 대표가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진 않겠다"는 말을 지킬 해법을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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