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열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을 전격 처리한 것과 관련해 충북도내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의 강력 저지 속에 비준안을 직권상정, 표결에 부쳐 재적의원 295명중 170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51명, 반대 7명, 기권 12명으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비준안 표결에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자유선진당 7명, 미래희망연대 2명도 참석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한미FTA 14개 이행법안도 처리했다.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된 것은 지난 2007년 6월30일 양국간 공식 서명 이후 4년 4개월 만이며, 재협상을 거쳐 지난 6월3일 국회에 제출된 이후 5개월 반 만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정책의총이 끝난 직후 본회의장으로 이동했으며 국회 사무처는 한나라당의 요청에 따라 본회의장 문을 열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박희태 국회의장은 "오후 4시까지 비준안을 심사해 달라"며 직권상정을 위한 심사기일을 지정한 뒤 사회권을 정의화 국회부의장에 넘겼고, 정 부의장은 질서유지권과 경호권이 발동된 상황에서 비준안을 직권상정해 표결처리했다.
충북도내 국회의원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인 윤진식(충주), 송광호(의원)은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송광호 의원은 이날 표결에 대해 야당의 주장에 진정성이 없어 자신도 등을 돌렸다는 논리를 폈다.
송 의원은 "야당이 농촌의 이익을 가지고 협상을 하고 사정을 했으면 내 마음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야당이 고집한 ISD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견해가 달라질 수도 있다"며 "농림지도자들하고 회의를 하면서 농촌의 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또 "한나라당 의원들 중에 황영철 의원 혼자만 반대를 했는데 조직원으로서 당론이 결정한 사항을 혼자서 반대를 하고 찬성을 하는 것이 대세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차라리 앞으로 농촌을 위해서 무게 있는 발언을 하기 위해서도 찬성의견을 던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별도의 성명서를 내지 않았다. 이규석 사무처장은 "중앙당에서 성명을 냈고 별다른 얘기를 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노영민 의원 "총선에서 심판하자"
기습을 당한 민주당은 이같은 상황을 예상치 못한 듯 당일(22일 현재)에는 도당 차원의 성명서 발표 등 일체의 대응을 보이지 않았다. 도내 국회의원들도 비상총회 등으로 전화연결조차 쉽지 않았다. 또 그나마 통화된 의원들도 이날 사태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책에 대해 온도 차를 보였다.
오제세(청주 흥덕갑) 도당위원장은 "여야가 끝까지 합의처리를 했어야하는데 경호권을 발동해가며 직권상정을 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면서도 "이미 우려했던 농민 등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은 "한미FTA는 위헌성이 농후하고 절차도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원천무효임을 선언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다수당이 돼서 반드시 개정을 실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FTA에 반대하는 촛불문화제를 준비했던 민주노동당은 22일 오후 6시 청주 상당공원에서 국회비준을 규탄하는 정당연설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신장호 도당위원장을 비롯해 김도경 충북도의회 의원, 김상봉 진천군의회 부의장 등 민노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이밖에 김학래 국민참여당 도당위원장, 민주노총 충북본부 김용직 사무처장 등도 규탄연설을 했다.
신장호 도당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4년 동안 날치기만 해온 정권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경제주권을 날치기로 팔아치운 것은 박정희 시대에도 없었던 일이다. 모든 수단을 강구해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투쟁의지를 다졌다.
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 충북도당도 일제히 날치기 처리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진보신당은 "국민의 미래와 국가의 주권에 이토록 큰 영향을 끼치는 문제를 일방적으로 날치기 폭력 통과시킨 한나라당은 국민의 힘으로 해체시켜야 한다, 그리고 다음 총선에서 전원 낙선시켜 한미FTA를 반드시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당내 주요 핵심 인사들이 '한미FTA 체결'을 주장해 온 민주당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노 "유례없는 경제주권 매각"
국민참여당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처음으로 국제조약이 날치기 처리됐다"며 "누구를 위하여 무엇이 두려워 기자도 쫓아내고 경위들의 호위 받으며 비열하게 날치기 하는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오늘의 폭거를 국민들은 똑똑히,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기다리라"는 격문형식의 성명서를 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충북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 대열에 동참했다. 참여연대는 "한나라당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정당인지, 미국을 위한 정당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며 "선협상 후비준이라는 국민적인 요구를 외면하고 날치기 처리한 한미FTA 이행법률은 원천 무효임을 선언하며, 한미FTA의 무효화와 재협상을 실현하기 위해 시민과 함께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한나라당의 독선적인 한미FTA비준안 처리를 강력히 비판하며,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한나라당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고 전제한 뒤 "향후 한미FTA 비준안 처리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하여 세부적인 정책을 정부와 국회에 제안할 계획"이라며 다소 차분한 대응자세를 보였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한미FTA 비준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함에 따라 지역 내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첨예화되는 것은 물론 내년 양대 선거의 향배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내년 양대 선거에서 최대의 피해계층으로 분류되는 도내 농촌지역의 표심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11.23 19:52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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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한미FTA 비준안 단독처리에 지역민심도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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