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식당노동자 호칭공모 심사에는 개그맨 김미화씨와 신지영 고려대 국문과 교수, 김인순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등이 참여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시민들의 손으로 지은 새로운 호칭으로 새로운 의미, 새로운 존중을 담아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는 시도에는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며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의도는 좋으나 '차림사+님'의 발음이 너무 어려운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차림사+님', 발음 어렵고 단어 자체가 경직된 관계 표현상을 차려주는 사람이라서 '차림사'라고 했다지만, 입에 잘 붙지도 않고 발음이 그렇게 쉽지도 않다. 일단 어감이 좋지 않으니 어쩐지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한편으로는 사찰이름이 떠오른다.
어감이 딱딱한 것까지는 이해한다 치더라도, 호칭 자체에 특별한 정감이 느껴지지 않는 느낌에 이르니 수긍할 수가 없다. 우리 사회 전반이 손님과 종업원 관계의 인간관계를 너무 경직된 시선으로만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호칭은 일단 부르는 사람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도 편해야 한다. 혹시라도 새로운 호칭에 대한 강박이, 억지 호칭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가 든다. 단지 그들을 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림사'라는 호칭으로 불쑥 다가가기엔 너무 성급한 결정은 아닌지 모르겠다.
식당노동자 호칭 공모는 단순히 호칭만을 찾자는 것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고 지금까지 대접받지 못한 식당노동을 가시화하고 노동자로 자리매김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적절한 호칭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적절한 호칭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하지만 '차림사(~을 위해 음식을 차려주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라는 호칭은 최소한 '갑(이용자)'과 '을(접대종사자)'간의 관계를 더욱 구분 짓는 호칭은 아닐까? 이렇게 볼 때 호칭만 바뀐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무엇보다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는 한 호칭만 놓고 보기에는 결코 수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