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 매는 농촌에, 웬 우주선탑승장?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소백산 자락길 ⑧] 물야면 오전리

등록 2011.11.25 16:51수정 2011.11.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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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백산 자락길 제10코스
소백산 자락길 제10코스소백산국립공원

봉황산 부석사로 가는 지름길은 늦은목이재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나 있다. 갈곶산까지 간 다음, 방향을 남쪽으로 틀어 봉황산 정상에 오른 다음 부석사로 내려가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소백산 자락길을 걷기로 했기 때문에 봉황산 자락을 돌고 돌아 부석사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므로 오전리 물야저수지로 해서 덕고개를 넘은 다음,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 봉화학예전시관으로 가야 한다. 봉화학예전시관은 오전분교가 1997년 폐교되면서 생겨난 교육용 전시공간이다.

이 길은 장터, 바깥말, 죽터골. 당골을 지나 봉황산 자락으로 이어진다. 사실 오전(梧田)이라는 이름과 봉황(鳳凰)이라는 이름은 연관이 있다. 오전은 오동나무 밭을 말하고, 오동나무에 봉황이 깃들기 때문이다. 전설에 따르면 의상대사가 봉황산 자락을 살펴보다 이곳 오전리 죽터골에 절을 지으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봉황이 오동나무 열매를 물고 고개 너머 서쪽으로 날아가더라는 것이다. 이에 스님은 봉황을 따라가 열매를 떨어뜨린 자리에 절을 지었다고 하니 그것이 바로 부석사다.


물야저수지와 보부상 위령비

 물야저수지
물야저수지이상기

물야저수지는 농업용수 확보와 소수력 발전 등의 목적으로 1995년에 완성됐다. 농어촌공사에서는 '맑은 물' '깨끗한 환경' '풍요로운 농어촌 만들기'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농업이 사양산업화하는 현 시점에서 정말 그런지 의심스럽다. 어떤 면에서는 농어촌공사를 살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물야저수지는 자갈과 흙을 섞어 만든 일종의 사력댐으로 해발 400m 높이에 만들어졌다.

원래 소백산 자락길은 물야저수지 서쪽 산자락을 따라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쪽으로 길을 내지 못해 물야저수지 북쪽으로 돌아가도록 돼 있다. 우리도 별 수 없이 저수지 북쪽 길을 따라 동쪽으로 간 다음, 저수지를 끼고 남서 방향으로 이어진 915번 지방도로를 따라간다. 저수지 북쪽 길에서 우리는 오전댐 쉼터라는 이름을 가진 정자도 만나고, 2009년에 오전 2리 주민들이 세운 보부상(또는 부보상) 위령비도 만난다. 보부상 위령비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강원도와 경상도를 넘나들던 보부상들의 영령을 추모하는 위령비다. 비문에 있는 보부상들이 전 재산을 투자해 오전리 애전 마을에 토지를 구입해 농사지으며 살았다. 그들이 죽으며 그 토지를 마을에 희사했고, 마을에서는 그들의 뜻을 기려 매년 9월 말일 그들을 기리는 위령제를 지내주었다. 그러다 1995년 물야저수지가 생기면서 그들의 묘가 수몰되었고, 이곳에 제단과 위령비를 세워 그들의 고마운 뜻을 기리고 있다."

도대체 우주선 탑승장이 뭐야?


 콩을 터는 부부
콩을 터는 부부이상기

물야저수지를 돌아가는 바람에 우리는 2km를 더 걸어야 한다. 저수지 동쪽 편에는 2008년 12월 31일에 세운 '내성천 삼백리 이곳에서 시작되다'라는 표지석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내성천'을 소개하는 검은색 오석이 세워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물야저수지는 선달산에서 내려온 물을 일시 가뒀다가 내성천으로 흘려보내는 일종의 물 저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

저수지를 내려오면 길 아래로 장터 마을이 있다. 1940년대까지 장이 섰기 때문에 그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콩을 터는 부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다시 10분 정도 가면 '내 고향 오전 1리'라는 작은 마을 표지석과 '우주선 탑승장'이라는 큰 표지석을 볼 수 있다. 우주선 탑승장이라니…. 어떻게 된 걸까? 우리나라에도 우주선을 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말인가? 표지석 아래에는 '462·8894·6…'과 같은 이상한 숫자가 표기돼 있다.


 우주선 탑승장 표지석
우주선 탑승장 표지석이상기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우주선탑승장은 갈곶산 아래 해발 650m 정도 되는 범바우골에 있었다. 위성사진을 보니 우주선이 발사되는 지면이 세 개 있다. 그 중 두 군데는 우주선처럼 보이는 물체가 있고, 한 군데는 비어 있다. 한쪽 면에는 7개의 물체가 보이고, 다른 쪽에는 세 개의 물체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바로 건물이 한 동 있고, 조금 떨어져 세 동의 건물이 있다. 위성사진으로 봐서는 우주선 탑승장처럼 보인다. 언제 한 번 현장을 방문해 뭘하는 곳인지 알아봐야겠다.

이게 소위 '알바'라는 겁니다

 두꺼비 모습의 고암: 바위에 古巖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두꺼비 모습의 고암: 바위에 古巖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이상기

바로 이 우주선 탑승장 표지석 때문에 우리는 봉화 학예전시관 방향으로 가는 걸 까맣게 잊고, 그만 915번 지방도를 따라 물야면 소재지 방향으로 내려가고 말았다. 오가피도 보고, 수확 후 과수원에 몇 개 남아 있는 사과도 따 먹으면서 여유 있게 내리막길을 걷는다. 널다리 마을을 지나 오록 2리에 이르니 개울이 왼쪽으로 지나간다. 개울에는 갈대가 지천이다.

그런데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고암(古巖)이 나오고 부석면으로 갈라지는 931번 지방도가 나온다. 그제서야 우리 팀을 이끌던 노영섭 대장이 잘못 왔음을 깨달았다. 대원 절반은 이미 931번 도로로 들어섰고, 우리는 아직 들어서질 않았다. 그래서 팀이 둘로 나눠지게 됐고, 우리는 온 길을 되돌아 다시 우주선 탑승장까지 돌아가게 됐다. 그러고 보니 왕복 4km를 허비한 셈이다. 산행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보통 '알바'라고 부른다.

 죽터골의 사과 과수원과 송림
죽터골의 사과 과수원과 송림이상기

우주선 탑승장을 지나 서쪽으로 나 있는 마을길로 가야 했었는데, 큰길만 따르다보니 저지른 실수였다. 우리는 봉화학예전시관을 지나 바깥말로 들어선다. 이곳의 길은 콘크리트 포장을 한 시골길이다. 사람들은 늦가을 추수에 바쁘고, 개와 닭 같은 동물들도 겨울 준비에 바쁘다. 바깥말을 지나 죽터골에 이르니 봉황산 산자락이 비스듬히 내려오는 게 잘 보인다.

죽터골은 대나무밭 터전이라는 뜻이다. 지금도 산자락에는 대나무 군락이 보인다. 우리는 죽터골에서 김근배 이장에게 부석사로 넘어가는 길을 안내 받는다. 왜냐하면 마을 사이로 난 길이 생각보다 복잡했기 때문이다. 김근배 이장의 어머니는 우리에게 사과를 먹고 가라고 권한다. "그냥 지나가면 섭섭하다"면서…. 역시 시골 인심이 좋다. 현재 죽터골에서는 사과·인삼·담배 등이 재배된다.

당골을 지나 봉화와 영주의 경계를 넘다

 당골의 2층 목조 창고
당골의 2층 목조 창고이상기

죽터골에서 당골로 오르는 길은 상당히 가파르다. 그것은 봉황산 자락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가파른 고개를 올라서자 2층의 목조 기와집이 보인다. 벽과 문의 모양으로 봐서는 창고로 쓰이는 것 같다.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당골 마을로 내려간다. 이곳 당골에는 목이 없는 돌부처가 있다고 하는데, 시간이 모자라 찾아보지는 못했다. 이곳 당골 사람들은 밭농사와 가축을 키우며 살고 있다. 추수가 끝난 밭에는 무엇을 심으려는지 로터리 작업을 해놨다.

당골을 지나면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우리가 꽤 높은 지역까지 올라와서 그런지 고개가 밋밋하다. 그러나 이 고개가 바로 봉화군과 영주시를 나누는 경계선이다. 길 위에는 낙엽이 쌓여 있고, 경운기와 승용차의 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넓다. 단양군에서 출발한 우리는 봉화군을 거쳐 영주시로 접어든 것이다. 산자락 주변으로는 사과 과수원이 펼쳐지고, 몇몇 밭에서는 아직도 뽑지 않은 배추를 볼 수 있다. 올해는 추위가 늦게 온 편이라 추수도 늦는 것 같다.

 부석사로 가는 산모롱이에 있어 당목으로 쓰였을 법한 소나무
부석사로 가는 산모롱이에 있어 당목으로 쓰였을 법한 소나무이상기

산길을 돌다 보니 멋지게 생긴 소나무가 나타난다. 옛날 같으면 당나무(堂木)가 되어 경배의 대상이 됐을 법했다. 소나무가 있는 산길을 지나자 부석사가 보인다. 우리는 부석사 동쪽의 부석사로 298번 길을 따라 부석사 성보박물관 쪽으로 간다. 부석사로 들어가는 문은 크게 두 군데 있다. 남쪽 일주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동쪽의 박물관 옆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

이곳에 성보박물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이쪽의 출입이 자유로웠는데, 이젠 아니다. 매표소를 만들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우리 일행이 소백산 자락길을 답사하는 중이니 무료입장시켜 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통하지 않는다.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것이지, 봉황산이나 소백산 입장료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우리는 박물관 옆으로 난 길을 통해 부석사로 들어간다. 여기까지 와서 부석사를 안 보고 갈 수는 없다. 어떤 면에서 이번 답사의 하이라이트는 부석사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우주선탑승장(宇宙船䑽乘場):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범바우골에 있다. 무속인들이 우주와 소통하기 위해 이곳에 세운 우주정거장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UFO를 봤다고도 하고 외계인들과 대화를 나눴다고도 한다. 현대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종교적인 요소가 강해 신빙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NASA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 무속인은 탑승장 주변에 숙소와 기도처를 마련해 살고 있다. 그들은 세속과 멀리 떨어진 청정지역에서, 우주와 소통하며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목적은 이 세상에 불을 밝히는 것이라고 한다. 마을 이장 김근배 씨도 "그들의 삶이 특이하기는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주선탑승장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마을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우주선탑승장(宇宙船䑽乘場):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 범바우골에 있다. 무속인들이 우주와 소통하기 위해 이곳에 세운 우주정거장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UFO를 봤다고도 하고 외계인들과 대화를 나눴다고도 한다. 현대과학의 입장에서 보면 종교적인 요소가 강해 신빙성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NASA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들 무속인은 탑승장 주변에 숙소와 기도처를 마련해 살고 있다. 그들은 세속과 멀리 떨어진 청정지역에서, 우주와 소통하며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의 목적은 이 세상에 불을 밝히는 것이라고 한다. 마을 이장 김근배 씨도 "그들의 삶이 특이하기는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주선탑승장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마을 홍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물야저수지 #보부상 위령비 #우주선탑승장 #죽터골 #봉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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