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자율형사립고 신입생 전형. 지원자 0명학교, 수백명 미달학교 뿐 아니라 강남북의 극심한 차이,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의 무더기 미달(26개 중 20개교 미달) 등 근본적인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MB정부 교육정책 1호라는 자율형사립과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김행수
MB 총감독, 이주호 기획, 공정택 현장소장... 공사판식 추진자사고는 'MB 교육공약 1호'라고 불릴 정도로 현 정부 대표적인 초·중등교육 정책이다. 학교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MB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학교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국에 100개의 자사고를 설립한다는 목표로 추진됐다.
이 제도를 처음 제안한 것은 17대 국회 교육상임위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이었다. 이주호 의원은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캠프의 '일류국가비전위원회 교육분과위원장'을 맡아 이 정책을 입안했다. 제안 취지는 '학교 간 경쟁을 통한 사교육비 감축'이었다.
2008년, 그는 대통령인수위원회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사회문화분과 간사를 맡아 자사고 도입 계획을 구체화했고, 청와대의 초대 교육문화수석으로서 자사고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자사고 추진은 큰 난관에 부딪혔다. '자사고가 제2의 특목고가 돼 귀족학교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증가와 교육 양극화 심화 등 초·중·고 교육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자사고 추진이 본격화되던 시기에 시행된 각종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MB정부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자사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월 한길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자사고 등 MB 교육정책이 추진될 경우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이 48.8%에 달해, '변화 없다(26.6%)', '줄어들 것(14.3%)'이라는 여론을 압도했다.
2009년 2월 한길리서치 전국 여론조사 결과에는 자사고에 대한 찬성 여론은 24.4%밖에 되지 않는데, 반대 여론은 찬성의 3배가 넘는 73.4%였다. 지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2009년 6월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광주시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 여론(58.8%)이 찬성 여론(33.8%)을 앞질렀다.
MB정부가 의욕적으로 실시하고자 했던 자사고에 대해 실시된 관련 각종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온 적은 없었다. 이런 결과를 반영하듯 2008년 12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MB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17.4%인데 반해 부정적 평가는 그의 3배인 50.4%로 나타났다.
국민 반대여론-국회? 그까이거 그냥 건너뛰어이렇게 국민적 지지도가 낮은 자사고를 밀어붙였지만 이 제도는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법적인 문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던 자사고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31조 "⑥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에 의해 학교 교육 관련 교육제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는 '교육제도 법정주의(교육제도 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재2000헌바26(2001년 11월 29일 선고)' 판결을 통해 "헌법 조항(제31조)에서 말하는 '법률'이라 함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회가 제정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한다"고 해 헌법 제31조는 '국회 입법'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학교제도인 자사고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국회입법인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자사고의 모태인 자립형사립고가 초중등교육법에 설립 근거 조항이 없어 2009년까지도 5년 동안 시범운영 했던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국민적 지지가 부족하고, 귀족학교 논란이나 사교육비 증가에 대한 문제 제기 때문에 국회에서 법을 고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MB정부는 국회를 건너뛰고 곧바로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치는 꼼수를 부렸다.
2009년 3월 MB정부는 초중등교육법은 그대로 놔두고 대통령령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교육과학기술부장관령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지정·운영에 관한 규칙'이라는 것을 만듦으로써 이를 피해 갔다. 당연히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한 위헌이며, 국회 입법권에 대한 침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MB정부는 이를 무시했고 자사고는 그대로 시행됐다.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자사고 100개교' 추진은 다시 벽에 부딪혔다. 우리나라 사학의 영세성 때문이었다. MB정부는 자사고만 만들어 놓으면 학생들이 알아서 지원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자율형사립고 마지막 구세주는 공정택 서울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