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속 살인한 고3 학생 배후는 따로 있다

[주장] 성적위주의 입시교육, 학벌위주의 사회정책, 죽어가는 청소년

등록 2011.11.26 17:04수정 2011.11.2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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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등을 해야 한다'며 야구 방망이와 골프채로 자신을 밤새 때렸다는 어머니를 죽인 지아무개군에게 '패륜아'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8개월간 시신을 방치하고, 친구들까지 집에 초대한 것을 두고 '충격적'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황망한 사건을 앞에 두고 일방적으로 지아무개군에게 '범죄자'의 낙인을 찍기에는 우리 청소년들이 너무 안쓰럽다.

밤새 아들을 '엎드려뻗쳐' 시켜놓고 수백 대를 때렸다는 지아무개군의 진술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어머니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아무개군의 범죄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아무개군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어머니를 살해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비정상적인 상태에 홀로 방치돼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심한 입시 스트레스와 성적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청소년의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일이 아닏. 그러나 우리 사회는 거대한 블랙홀처럼 아직도 우리 청소년들을 학벌지상주의와 서열 편제로 빨아들이고 있다. '일류대를 나와야 사람 구실을 하고 편하게 먹고 산다'는 부모들의 획일적인 집착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꿈과 적성보다는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하는 이 나라의 이상한 입시서열교육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OECD 30개 나라 중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전체 25위다.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청소년 자살률도 세계 1위인 것을 이를 증명한다.

꿈과 희망 키워주는 청소년 정책이 필요합니다

 2011학년도 수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2010년 8월 9일 밤 서울 배화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방학 중임에도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11학년도 수능시험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2010년 8월 9일 밤 서울 배화여자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방학 중임에도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70만 고3 청소년들에게 하나같이 '대학을 가야 잘 먹고 잘 산다'며 기계적인 학습과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라'고 강요하는 현실에서 청소년의 창의적 발상과 재능을 꽃피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학생 교육 정책만 난무하지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청소년 정책'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조사한 고3 수험생 설문조사에서 69%의 청소년이 '성적 때문에 고민'이라고 답했다. 고민 상담 대상으로 친구를 택한 청소년은 48%, 부모를 택한 청소년은 23%에 그쳤다. 이 결과를 놓고 볼 때,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성적과 입시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지, 얼마나 부모와 대화가 안 된다고 느끼는지 알 수 있다.


자식을 한풀이 해소 도구로 생각하는 부모. 청소년을 미래의 주인공이라고 보기보다는 고립된 사회 속에서 통제와 지시에 따라 어른들이 정해놓은 행복의 일방적 가치를 쫓는 학벌의 불나방으로 만드는 사회. 입시가 대한민국 교육의 전부인 양 청소년의 날개와 상상을 꺾으면서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교육당국. 이런 요소들이 이 시대의 청소년을 병들게 하고 있다.

8개월 동안 가정과 자신으로부터 소외되고 방치됐을 지아무개군이 얼마나 외로웠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가족 해체가 가져온 이 엄청난 비극 앞에 과연 누가 이 패륜범죄의 숨겨진 배후 조종자인지, 진지한 자성과 물음을 던져야 할 때다.
#청소년 #패륜범죄 #학벌 #성적 #가족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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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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