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천을 달리다 보면 만나게 되는 자전거전용식당.
김대홍
2008년 여름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을 달리다 우연히 자전거전용식당을 발견했다. 식당이름은 '자전거가 좋은 사람들'이었다. 식당 이름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가던 길을 멈추고 식당에 들렀다. 식당 바깥엔 자전거 주차장이 있었다. 이 정도는 사실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실내에 들어서자 '이곳이 정말 자전거전용식당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식당 안에 있던 꽤 넓은 자전거 거치대를 보면서다. 도난 때문에 자전거를 밖에 두기 찜찜한 이들은 아예 식당 안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음식을 먹게 한 것이다.
그렇다고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불안하게 놔둔 것도 아니다.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해 안에서 모니터로 밖을 살피게 했으니 자전거 보관에 있어서 이만큼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어디 있을까 싶다. 나 또한 자전거를 세워두고 오랜만에 편하게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껏 잃어버린 자전거만 10대 가까이 되는 처지였으니, 보관이 애매한 식당에 가면 잘 보이는 데 세워두고 그것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한 번씩 밖에 나가 확인을 하곤 했으니 말이다.
한강 상류 쪽으로 달리다 만나게 되는 서울 광진교 북쪽 '벨로마노'(velomahno) 또한 자전거테마카페다. 벨로는 프랑스말로 자전거, 마노는 이탈리아말로 바리스타의 손을 뜻한다. 마노는 벨로마노 주인이 키우는 애견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카페는 자전거 관련 액세서리로 내부를 꾸몄다. 실내에 스트라이다와 소프트라이드(softride) 자전거가 전시돼 있다. 자전거경기계에선 조용필만큼이나 유명한 랜스 암스트롱이 올누드로 자전거를 타는 사진도 눈에 띈다. 전등 재료는 자전거휠이다. 벽면에 자전거바퀴와 자전거벨이 붙어 있다. 창가엔 자전거 미니어처. 곳곳에 자전거 물건들이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라면 사방이 볼거리다.
벽 곳곳엔 엑스게임(X-game) 헬멧으로 유명한 넷케이스 헬멧이 걸려 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전거헬멧보다 단순하면서 깔끔한 게 훨씬 예뻐 보인다. 카페에선 넷케이스 헬멧을 직접 판다. 자전거카페라는 특성을 살려 헬멧을 쓰고 오면 오백 원 할인이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자'는 캠페인을 이처럼 부드럽게 진행 중이다.
자전거족이 느니 '자전거'를 주제로 한 식당들이 하나둘 생긴다. 이 외에도 자전거 부품을 팔거나 관련 상담을 해주는 카페, 자전거인들에게 알맞은 식단을 갖춘 카페 등 관련 공간이 날로 느는 추세다. 외국에 나가서 자전거 관련 명소들을 보고 오는 여행객들이 많아지고 있어 이처럼 특징 있는 자전거카페들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앞으론 자전거에 수레를 매달아 커피를 파는 이동자전거노점, 원하는 자전거를 골라주는 자전거상담카페, 자전거 세미나 전문 문화공간도 생기지 않을까. 카페엔 자전거전문상담사가 머무르며 "필요한 자전거가 무엇입니까", "어디에 쓰려고 하시나요", "어떤 디자인을 좋아하시나요"라고 질문을 던지면서 마음에 쏙 드는 자전거를 골라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