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유성호
명진 스님은 경남이주민센터가 마련한 '제6회 경남시민인권대학'의 강사로, 29일 저녁 창원 소재 경남이주민센터 강당에서 '종교와 정치, 종교와 민주주의'라는 제목으로 강연할 예정인데 미리 낸 강연 자료를 통해 이명박정부를 비판한 것이다.
예일대 '에이미 추아' 교수(법학)가 <제국의 미래>라는 책에서 "거대 제국이 '관용'과 '개방성'의 가치를 포기하는 순간, 제국의 역량은 쇠퇴하여 붕괴에 이르렀다"고 한 내용을 소개한 스님은 "이명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공정사회에 대해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에 관용과 개방성의 가치가 살아 있느냐"고 따졌다.
"이명박정부 들어서 참 많이 듣는 말이 '선진국' '국격' '공정사회' 등이다. 수치상으로는 무역수지 흑자가 얼마이고, 국격이 높아졌다고 하는데, 개인이나 국가나 역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를 짊어지고 이룩해 낸 성장이 얼마나 내실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제가 보기에는 미래 세대를 미리 빚더미에 올려놓고 벌이는 '위험한 잔치' 같다.""공정한 사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여 그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느냐"고 물은 스님은 "오히려 그 반대"라고 밝혔다. 스님은 "특정 지역, 종교와 학맥으로 뭉친 이들이 사회 참여의 기회를 독점해 마찰과 갈등이 증폭되고 무능력이 판을 치고 있지 않느냐"고 밝혔다.
"'동지상고, 소망교회' 나무 아니면 불이 안 붙는 것 같다" 스님은 "인사는 만사라 했는데,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마다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탈세 등은 기본이고 특정지역과 학교, 종교적 인맥이 계속해서 문제시 되는 것을 보면, 공정사회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조차 낯이 뜨거울 정도"라고 비난했다.
명진 스님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동지상고', '소망교회' 나무 아니면 불이 안 붙는 것 같다"면서 "우리 사회에 요란하게 울려 펴지는 공정사회의 구호가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역사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교훈을 얻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14세기 무렵 몽골 제국 쇠퇴기 때 '불관용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한 스님은 "제국의 쇠퇴기에 접어들면서, 종교적 불관용이 곳곳에서 팽배하여 타 종교의 사원을 파괴하거나 성상을 부수고, 개종을 강요하고 학살을 저지르는 등 광신적인 행위가 극성을 부렸다"고 소개했다.
"이명박정부 들어 불교는 유난히도 시달려 왔다. MB의 종교 편향은 단순히 불교에 대한 홀대, 차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종교 다문화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관용과 공존의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심각하다. 아직도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남북 간의 사상 갈등과 계급 갈등, 영호남의 지역갈등에 종교적 갈등까지 더한다면 우리 사회는 극도의 혼란과 파괴에 빠져들 것이다."명진 스님은 "MB의 종교편향은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서 나오는 오만과 독선 때문"이라며 "자기만 옳다는 생각 때문이다. 몰지각한 신앙인들이 '전국 사찰들이 다 무너져라'고 기도회를 열었고, 여럿이 몰려다니며 '마귀의 소굴은 다 무너져라'며 소위 '땅 밟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문제는 정부가 공공연하게 종교적 편향성을 띤 차별 정책을 고착시키려는 것"이라며 "집권 초기, 행정안정부가 제작하는 전자지도에서 사찰들을 전부 누락시킨 것은 국가가 공공의 영역에서 노골적인 종교차별 노선을 표명한 악랄한 사례다. 오랜 역사가 담긴 길이나 지명을 종교적 이유로 삭제하는 것은 1700여 년 내려온 불교를 죽이기 위한 교묘한 술수다"고 덧붙였다.
"지금 MB정권은 1700여 년을 내려온 역사 속 불교의 존재를 아예 지워버리고 싶은 모양이다. 이미 집권 초기 지도에서 사찰명을 뺀 것도 모자라 지명과 길까지 없애려는 것은 불교 말살 책동이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다. 근·현대에 들어 불교 말살 정책을 범정부적으로 이렇게 노골적으로 펼친 예는 MB정권 말고는 없었다.""현 정권은 상식과 원칙이 무너져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