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당시 수유역에 있던 남녀공용 화장실. 현재는 지하철 내부 공사를 마쳐 남녀 구분된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
이상경
우리나라의 휴게소나 공용 건물에 가보면, 장애인 시설이 일반 화장실 밖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남녀 공용화장실의 형태로 말이다. 물론 용변을 처리하는 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남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다. 나름의 배려랄까.
하지만, 문제는 화장실을 혼자 사용하는 성인 장애인이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을 때, 다른 이성 장애인이 들어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문이 자동 개폐식으로 돼 있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손으로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이 잠겼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분명히 문밖에 '사용중'이라고 표시되기도 하지만 가끔 이런 난감한 경험을 하게 된다.
미국과 같은 나라를 여행해 본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대부분 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칸이 일반 화장실 안에 있다. 우리나라처럼 따로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물론 장애인 칸이 넓고 편하기 때문에 간혹 비장애인이 장애인 전용 칸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잠시 기다려야 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크게 불편한 것도 없다.
화장실만큼 프라이버시가 존중돼야하는 곳도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장애인용 공공 화장실은 참 애매하다. 나는 성인 장애인으로서 부탁하고 싶다. 장애인도 성장한다. 청소년 시기가 지나면 성인이 되고, 성인이 되면 성인으로서 최소한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장애인은 가끔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항상 보호받아야 할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에게 지켜줘야 할 것들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필요악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프라이버시의 영역은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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