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9일 진보신당 대전광역시당 장애인위원회의 '저상버스 타기 운동'에 참여한 한 장애인이 저상버스에 오르고 있다.
장재완
몸이 불편한 노약자와 장애인의 이동편의를 위해 도입된 저상버스가 차량부족과 고가의 유지비 등의 문제로 사실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까지 전체버스의 약 50%까지 저상버스를 도입하기로 했던 당초 정부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까지 저상버스 31.5%가 도입됐어야 했다. 그러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측 자료에 따르면, 현재 도입된 저상버스는 12.8%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몇 대의 저상버스가 더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15% 안팎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 스스로 세운 계획조차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폐차 물량이 부족한 데다가 저상버스는 연비가 좋지 않고 차량 유지비가 많이 든다"며 계획대로 저상버스가 도입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대폐차'란 시내버스를 9년간 운행하고 난 뒤 (최근에는 2년 더 연장가능) 차량이 노후해져 다른 차종으로 바꾸는 차량을 의미한다.
이 때 일반버스로 바꿀 것인지 저상버스로 바꿀 것인지 결정한다. 문제는 버스운송업체에서 저상버스로 대체하는 것을 대부분 꺼려한다는 점이다. 서울시 버스운송사업 조합 관계자는 "정비관리가 일반버스보다 어렵고, 차종이 다르기 때문에 부품이 비싸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을과 같은 좁은 지역에까지 저상버스가 확대돼야 한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저상버스는 일반버스에 비해 1.5배 정도 크다. 이 때문에 좁은 도로나 고가방지 턱이 많은 마을에서는 저상버스를 운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초 저상버스가 노약자와 장애인들의 이동편의를 위한 정책이었음에도 마땅히 이동편의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급 뇌병변 장애인 최강민(37)씨는 "마을버스가 아예 없으니, 이곳에서 이동하려면 전동차(장애인 전동차)를 타고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6년 저상버스와 관련한 시행령이 만들어졌을 당시부터 마을버스에 저상버스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은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이에 대해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마을버스뿐만 아니라 시외버스, 고속버스에 대한 저상버스에 대한 논의는 애초부터 없었고, 아예 법에 근거조차 없었다"며 저상버스의 현 정책을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점들 때문에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빈도수는 사실상 불균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제로 장애인들의 저상버스 이용률 자료를 살펴보면 열흘에 한 번 이용하는 꼴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저상버스가 너무 없다"고 말한 최강민씨와는 대조적인 답변이다. 최씨는 또한 "노선마다 다르지만, 버스를 타려면 거의 1~2시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선마다 차량운행에 차이가 나는 점도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장애인 분들이 많이 모여 있는 복지시설과 같은 곳에 많이 배차해 이용률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역에 따른 도입량 편차 심각... '홍보용' 이냐는 비판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