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버스현란한 그래피티로 한껏 멋을 부린 버스들은 실제로도 신나는 힙합음악을 틀며 거리를 누빈다.
박설화
한국땅을 떠나기 전, 가장 우려가 되었던 두 도시가 바로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요하네스버그였다. 나이로비에 도착했을 땐, 마침 여러 사건과 상황으로 인해 새벽에 버스가 나이로비 시내 인근에 도착했다. 동이 막 터 올 즈음이었다. 고려하고 있던 숙소로 가려면 다운타운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어찌나 긴장했는지 온 몸의 근육이 최고수준의 방어태세를 갖춘 듯했다. 나도 모르게 내 주위 반경 1미터 내의 사람들의 모든 움직임을 체크하고 예상 움직임을 측정하고 있었다. 나이로비의 첫 대면에서 그렇게 긴장하고 주눅들어 있어서 그랬을까, 생각보다 나이로비는 평온했다.
물론 그 새벽에 다운타운을 들어가기 위해 잡아탄 버스가 신나는 힙합음악으로 중무장하고 있어, 나를 단번에 무장해제 시켰던 이유도 있지만 말이다. 그 이후로도, 물론 케냐인 친구와 함께 나가서이기도 했지만 저녁 나들이도 했고, 혼자 돌아다니며 느꼈던 나이로비의 느낌은 한국에서 상상하던 것보다는 예상외로 평온했다.
혼자 거리를 다니면 당장 누군가가 나의 뒷덜미를잡으며 돈 내놓으라고 할 것 같았던 그 곳이었는데, 적절히 내 앞가림만 하면 돌아다니는 데 별 무리는 없었다는 얘기다. 물론 그 '앞가림'엔 '밤 늦게 골목을 혼자 걸어 다니는 따위의 짓은 하지 않기'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