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비빔밥.
조을영
자, 이제 촌집 보리밥을 먹어 볼란다. 두둑하게 살찐 여편네가 된장찌개, 상추 겉절이, 고봉 보리밥 얹은 상을 놓는데, 훅 끼치는 냄새가 달디 달다. 미역과 무가 들어간 초무침은 새큼하고, 콩잎장아찌는 어찌 담갔는지 제법 까슬한데 맛이 깊고 향도 눅진하다. 보리밥에 된장찌개 척척 쏟아 붓고 무생채, 시래기 볶음 넣어 쓱쓱 비벼 한입 우물우물, 된장에 박아 푹 삭힌 고추도 어석 베문다. 정지(부엌)쪽에서 여자가 목만 쏙 빼고 먹는 것을 본다.
초등학교 앞에선 동글동글한 녀석 둘이가 뭔가를 오물거리고 있다. 낡고 다 떨어진 문방구아래서 녀석들 손에 저것은? 오호! 쫀듸기 아닌가! 너들도 이런 것 먹누나! 어디 보자... 쫄쫄이, 오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