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의 <리골레토>로 눈과 귀가 즐거워지다

[리뷰] 세계 정상급 라 스칼라 오페라 주역 가수들이 빚어낸 수지 오페라단 베르디 오페라

등록 2011.12.05 10:54수정 2011.12.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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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수지 오페라단의 "리골레토" 1막 1장 만토바 공작(스테판 마리안 포프, 맨 오른쪽)의 궁정에서 화려한 무도회가 열리고 있다.

수지 오페라단의 "리골레토" 1막 1장 만토바 공작(스테판 마리안 포프, 맨 오른쪽)의 궁정에서 화려한 무도회가 열리고 있다. ⓒ 문성식

▲ 수지 오페라단의 "리골레토" 1막 1장 만토바 공작(스테판 마리안 포프, 맨 오른쪽)의 궁정에서 화려한 무도회가 열리고 있다. ⓒ 문성식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수지 오페라단의 송년 오페라 <리골레토> 공연이 있었다. 이번 공연은 수지 오페라단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축하 기념으로 이탈리아 라 스칼라 무대 주역 가수들이 출연해 베르디의 정통 그랜드 오페라를 더욱 화려하고 풍성한 무대로 만들었다.

 

3일간 열린 이번 공연에서는 금요일과 일요일 공연의 주역이었던 이탈리아의 세 성악가의 뛰어난 노래와 연기가 눈과 귀를 즐겁게 하였다. 과연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유럽에서 화려하게 활동하는 가수들답게 리골레토 역의 바리톤 쥬세페 알토마레는 삶에 비관하는 리골레토의 침울하면서도 비장한 모습을 잘 노래하고 연기하였다.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격찬한 바 있는 라우라 죠르다노는 리골레토의 딸 질다 역에서 과연 스칼라 무대의 주역가수이구나를 느끼게 해주었다. 교회에서 본 청년에게 한눈에 반하여 아버지 리골레토의 반대에도 그를 죽이려는 아버지의 계획에서 그를 구하며 대신해 결국은 죽는 가련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가진 질다 역에서 죠르다노는 서정적인 목소리와 아름다운 외모로 호연을 펼치며 보는이의 공감을 끌어내었다.

 

서울국제음악콩쿨 1위, 플라시도 도밍고 콩쿨 1위에 빛나는 스테판 마리안 포프는 만토바 공작 역을 아주 맛깔스럽고 사랑스럽게 노래하였다. 귀여운 얼굴과 통통한 외모는 자신감과 애욕 넘치는 공작역에 적격이었다. 특히 3막에서 부른 이 오페라의 제일 유명한 아리아이자 오페라 갈라콘서트 등에서 테너가수 단골 레파토리인 그 유명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은"을 아주 상쾌하게 불러서 청중들에게서 흔쾌한 브라보를 이끌어 내었다.

 

a '리골레토' 3막 4중창 장면 만토바공작(스테판 포프),막달레나(양송미),리골레토(쥬세페알토마레), 질다(라우라죠르다노)

'리골레토' 3막 4중창 장면 만토바공작(스테판 포프),막달레나(양송미),리골레토(쥬세페알토마레), 질다(라우라죠르다노) ⓒ 문성식

▲ '리골레토' 3막 4중창 장면 만토바공작(스테판 포프),막달레나(양송미),리골레토(쥬세페알토마레), 질다(라우라죠르다노) ⓒ 문성식

가수들도 한몫을 하였지만 분명한 것은 이 오페라의 성공의 근원은 당연히 작곡가 베르디의 선율 감각과 배치에 있다. 그 유명하고 산뜻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은(La Donna e Mobile)'은 만토바 공작이 스파라푸칠레의 집 2층에 머물면서 잠이 들때에 또다시 불러서 친근감과 나른한 쾌감을 준다. 정말 보통의 남자들이 한밤중에 여자를 생각하며 잠꼬대하며 부를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선율은 리골레토가 죽이기로 한 만토바 공작이 죽지 않았음을 알리는 노래로 또다시 들려온다.

 

그때의 그 희화적인 느낌이란... 잠이 들때도, 잠에서 깨어날 때도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 은 '갈대' 라며 모든 여자에 대한 남자만의 일관된 '자신감'과 가득한 '호기심'을 순수하게 표현해 내는 장면이다. 여기에서 이날 역할의 24세의 스테판 마리안 포프는 정말로 짖궂으면서도 순수하고, 자신감 가득한 공작나리의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만약 중장년의 베테랑 테너가 노래하였으면 이만큼 즐겁고 경쾌한 느낌을 받았을까? 관객들은 그에게 첫 번째 '여자의 마음은(La Donna e Mobile)'에서는 통쾌한 브라보를, 두 번째에는 그 익숙한 아리아에 반가운 웃음을, 세 번째에는 누워서 부르는 노래인데도 유지되는 청명함과 유머러스한 면에 즐겁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무대는 이탈리아 유학파 1세대 디자이너인 이학순이 맡아 베르디 오페라의 귀족스러움과 고풍스러움, 거기에 심플하고 효과적인 무대구성을 하였다. 1막의 궁정 안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본 위치여서 궁정생활의 위압감과 동시에 그 안을 넘어설 수 없는 높은 인생의 아픔과 슬픔을 어두운 갈색톤과 금색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3막에서 청부살인업자 스파라푸칠레의 집도 그 배치가 인상적이다. 흔한 배치이지만, 극의 장면대로 집 내부 1, 2층과 집 앞 현관, 집 뒤 강가 쪽 마당까지가 훤히 보여서 여자 농탕질을 부리는 만토바 공작과 막달레나의 웃음소리, 복수심에 불타는 리골레토, 질다의 슬픔이 동등하게 부각되며 장면을 극대화하는 아름다운 4중창을 드러내는 대 효과적이었다.

 

a 3막 마지막 장면  자신의 계획에 결국 딸 질다(라우라 죠르다노)가 죽게되고 리골레토(쥬세페 알토마레)는 절규한다.

3막 마지막 장면 자신의 계획에 결국 딸 질다(라우라 죠르다노)가 죽게되고 리골레토(쥬세페 알토마레)는 절규한다. ⓒ 문성식

▲ 3막 마지막 장면 자신의 계획에 결국 딸 질다(라우라 죠르다노)가 죽게되고 리골레토(쥬세페 알토마레)는 절규한다. ⓒ 문성식

특히 그 4중창 아리아는 집 안에서는 공작과 막달레나, 집 밖에서는 리골레토와 질다가 서로 교차되며 네 명의 노래가 모두 뚜렷이 들리게 작곡한 베르디는 정말로 위대한 오페라 작곡가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동시에 '아 오페라라는 것은 과연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게 한다. 여러 인생이 각자 자신의 입장을 얘기하며 극적인 과장법으로 몰아쳐가는 그것에서 오페라 관객들은 오페라 관람의 재미와 인생의 재미를 느끼게 되는 듯하다.

 

극적인 전개 때문에 리골레토의 복수심의 이유 설명이 다소 어렵지만 그래도 이 오페라 리골레토는 한 소외인이 결국은 자신이 꾸민 계획에 자신의 딸이 죽음으로서 인생의 저주와 허망함을 느끼고 좌절한다는 스토리를 뛰어난 음악구성으로 엮어낸 아름다운 오페라이다. 수지 오페라단의 이번 송년 오페라는 작품과 성악가수 선택, 입장 관객수에서도 성공적으로 보인 공연이었다.

2011.12.05 10:54ⓒ 2011 OhmyNews
#수지 오페라단 #리골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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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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