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평화콘서트에서 홍순관지난 사월 일본 동북지방의 쓰나미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일본인들을 돕기 위한 한일평화콘서트에서 사회를 맡았던 홍순관, 리허설을 시작하기 전 공연 구상을 하고 있다.
김대규
가수 홍순관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면, 그에게 붙은 별칭이 제법 많음을 알 수 있다. 비주류이면서 비주류를 옹호한다는 의미에서 '마이너리티 가수' '언더그라운드 예술가' '사각지대의 가수' 등으로 불리고 있다.
또 '홍구라' '홍가이드' '홍순간' '홍가이버' '홍시인' '홍작가' 등 그의 비범함을 빗댄 별명이 수없이 많다. 그는 공연장에서 노래보다 말을 더 잘해서 '홍구라', 네비게이션 없이 전국 8도를 누비는 운전 실력을 갖췄다는 뜻에서 '홍가이드', 부르는 곳이 있으면 아무리 멀어도 순간적으로 달려간다고 해서 '홍순간', 내용과 짜임새가 있는 공연 기획에다가 무대 미술까지 도맡아 하기 때문에 만능 재주꾼 '홍가이버', 시와 글씨가 아름다워 '홍시인' '홍작가'라고 불린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원하는 별명은 '어떤 바람'이다. 그 별명은 일본의 구족화가이자 시인인 호시노 도미히로의 시 <어떤 바람>(원제:どんな風)에서 따온 것이다. '어떤 바람'은 나무에 불면 가지를 살랑이게 하는 푸른 바람이 되고, 꽃에 불면 꽃향기와 홀씨를 실어 나르는 꽃바람이 되는 자유로운 바람, 스며드는 바람이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돕기 위한 순회 모금 공연 <대지의 눈물>을 백 회 이상 진행했다. 또한 지난 2000년 일제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책임을 가리는 '도쿄여성국제전범법정'을 세우기 위한 모금 콘서트도 열었다.
변화를 일으키는 바람을 만들고 싶다 12월 14일은 1000번째 수요시위가 열리는 날이다. 간절한 소원을 담아 천 마리 학을 접는 것도 정성이라지만, 지난 십 년간 1000번의 수요시위가 중단 없이 이어진 것은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역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한땀 한땀 이어지는 숨결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홍순관은 1994년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을 처음으로 들었는데, 그때 들은 김학순 할머니의 말씀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노래하는 사람이 우리를 도와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내가 살아 있는데 사람들이 왜 안 도와주는 걸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홍순관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앞으로 어떤 노래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었다고 한다.
또한 <몽당연필>의 권해효 공동대표는 조선학교 돕기운동과 일본의 고교무상화 정책의 확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계획이다.
어느덧 25년 노래 인생을 겪어온 홍순관은 "아직도 공연할 때마다 마음이 새롭고 설렌다"며 "살림이 어려워지고 인심이 각박해지는 요즘에도 해마다 공연을 마련해 주는 팬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연에서도 변화를 일으키는 '어떤 바람'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잔잔하지만 닫힌 마음을 여는 어떤 바람, 작지만 우주의 비밀을 담고 있는 쌀 한톨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어떤 바람, 그리고 강물이 흘러 바다로 흘러가리라는 희망을 일으키는 어떤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