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들이 묻는 어떤 질문에도 깊이 집중해서 듣고 지혜로운 답변을 풀어내는 법륜스님.
이준길
- 오늘이 102회 강연 중 마지막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을 텐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부모자식 갈등, 부부갈등, 회사 상사 문제 등 인간관계 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에 건강 문제가 있고,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문제도 있고, 어떤 분은 도박을 해서 360억 원을 잃었다는 분도 계셨어요. 소소하게는 제사 시간을 변경해도 되는지 묻는 분도 있었고, 부모가 궁합이 안 맞다고 결혼을 반대한다는 젊은이도 있었고…. 수백 가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인간 삶의 현실이라고 봅니다. 그 중 70% 이상은 자기가 생각을 바꾸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고요. 대화를 하면서 생각을 바꾸면 해결되는 그런 문제였습니다. 나머지 30%는 사회적인 제도 변화가 뒷받침 돼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눈을 떠야 해결되는 문제가 있고, 한편으로는 사회 변화가 전제돼야 해결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개인의 자각은 주로 종교에서 맡아서 해줘야 할 것 같고, 사회변화는 행정이나 정치 쪽에서 국민의 어려움을 수용해 변화를 가져와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내년에 서른인 언니가 있습니다. 5년 전에 외국 명문대에 합격했다고 해서 부모님이 이곳 저곳에 신세를 져 언니를 유학까지 보내줬습니다. 확인해보니 그런 대학에 합격한 사실도 없고 가족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엄마는 계속 속상해 하고 있고요. 엄마와 저는 언니를 새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꿈 깨세요. 꿈도 야무지시네요. 누구도 남의 인생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언니는 언니 인생을 살고, 나는 내 인생을 삽니다. 그건 부처님이 오신다고 해도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어요.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마라' 이겁니다. 저는 이제 육십이 다 돼가는 데도 고졸입니다. (청중들 웃음) 자기는 신경을 끄는 게 좋겠습니다. 놔 두세요. 스무살이 넘으면 각자 인생은 독립적이어야 합니다. 그냥 자기 인생에 충실한 게 좋아요."
- 제가 피해의식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대화할 때는 괜찮은데 혼자 있을 때는 막 슬퍼집니다. 분노 같은 것이 있나봅니다. 사회 생활을 해보니까 화가 났을 때 이성을 잃어버리더라고요. (울음)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심성은 원래 그랬기 때문에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에요. 여기서 조금 더 심하면 우울증으로 떨어지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하는 분기점에 서게 됩니다. 사람들은 다 자기 성질을 내면서 사는 겁니다. 근데 그걸 두고 '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는 것이지요. 내가 약하기 때문에 전부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렸을 때 엄마가 아빠와 갈등이 있었든, 시댁과 갈등이 있었든 간에 불안한 상황 아래서 심성이 형성됐기 지금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육신은 멀쩡하죠? 우선 몸뚱이는 괜찮잖아요. 눈은 보여요? 말도 한다. 귀도 들린다. 두 손도 움직인다. 두 발도 움직인다. 이것만 해도 다행인 겁니다.
'하드웨어는 괜찮은데 소프트웨어가 좀 잘 못 깔린 거다' '그 누구도 나를 헤치는 사람이 없다'는 등 내 삶의 조건에서 항상 긍정적은 것을 발견하고 살아야 합니다. 늘 부정적인 것만 바라보면 세상은 생지옥이 됩니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심리가 불안하다는 문제점이 있을 뿐입니다. '인정하고 살아라' '내가 다른 사람보다 좀 민감하다'는 등 이런 것들을 자각하고 있으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한테는 별 것이 아닌 것이 나한테는 증폭돼서 느끼는 것입니다. 자신을 조절하면서 살아가면 됩니다."
-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인데 1년 반 동안 농구부에서 농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애 아빠의 반대가 심해 다시 일반 학생으로 돌아가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가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아빠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합니다. 옆에서 지켜봐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아빠가 애를 뭐라 할 때 절대 간섭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애가 아빠를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합리화하는 것을 돕게 됩니다. 두 부부가 잘 지내면 아이 문제는 해결됩니다. 하지만 남편과 아내가 갈등이 심화되면, 아이에게 더 집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나중에 이게 심해지면, 행여나 아빠가 애를 때리려 하면 아이는 아빠 손을 밀치고 덤벼들게 됩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남편한테 잘 해주세요. 아이 앞에서는 항상 남편 편을 들어줘야 합니다. 절대로 아이 편을 들어주면 안되요. 그래서 남편한테 잘 해줘서, 남편이 아이에게 집착을 보이지 않게 하면 됩니다."
- 큰딸이 시집을 못 가고 있습니다. 딸만 다섯인데…. 15년 전에 외국인 선교사랑 결혼을 하려고 해서 반대 했는데요. 지금은 시집을 안 가려 하네요."예전에는 결혼을 안 하면 여성이 먹고 살 방법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혼자서 살 수 있는 길이 많습니다. 스무살이 넘었으면 결혼을 하든 말든 관심을 끊으세요. 질문하신 분은 결혼 생활이 행복한가요? 고생하셨다고요? 엄마가 그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나도 아빠 같은 사람 만나서 또 고생할지도 모른다'며 겁내는 겁니다. 나중에 결혼한다고 해도 사위의 조건을 따지지 마세요. '네가 결정을 하면 나는 무엇이든지 지지한다' 그렇게 항상 응원을 해줘야지 야단 치려고 하면 안됩니다."
이외에도 인생사의 온갖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제가 보기엔 하찮아 보이는 질문이었지만, 법륜스님은 정성을 다해 이야기를 들어줬고 자상한 조언까지 덧붙였습니다. 청중들이 환하게 웃으며 인생의 고뇌를 하나둘 씩 풀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2시간이 훌쩍 흘러 작별을 해야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사회자는 법륜스님에게 마지막으로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청했습니다.
"2011년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인생은 항상 연습입니다. 지나가면 다 연습이었습니다. 이것을 경험 삼아 내년에 제대로 도전해야 합니다. 도전하면 올해와 거의 비슷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항상 연습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패해도 좌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농구 연습하다가 공이 골대에 안 들어갔다고 해서 절망하지 않는 것처럼요.그런데 본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자꾸 후회하고 상처가 생깁니다. 앞으로는 나이, 돈, 건강 같은 것들을 너무 따지지 마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삶의 주인이 돼 연습 삼아 만들어간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겁니다. 새해에는 개인의 삶에도 희망이 있고, 나라도 크게 도약해 통일과 복지사회를 이룰 수 있도록 여러분도 함께 노력해 주시면 좋겠습니다."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뜨겁게 쏟아졌습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짧은 기간 안에 100회 연속으로 진행된 초유의 강연이었습니다. 성북구 강연에 참가해 강연을 듣고 자신의 삶이 크게 변했다는 주부 전민경씨는 마지막 강연에도 참석해 자신의 짧은 소감을 함께 나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