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김제동 검찰수사, 정말 어이 없는 이유

나라에서도 방송에서도 투표 많이 하라고 매번 독려 했잖아요!

등록 2011.12.09 17:36수정 2011.12.0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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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재동씨의 '트위터 투표독려' 활동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오늘(9일) 아침 읽은 신문기사에 의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최근 시민 임아무개씨가 김제동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씨는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일에 김제동씨가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올리고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글을 올린 것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김제동은 지난 10월 26일 투표소 앞에서 점퍼로 얼굴을 가린 자신의 사진을 찍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바 있습니다. 김제동을 시작으로 많은 연예인들이 당일 투표소 앞에서 찍은 '인증샷'을 게재했지만, 고발당한 것은 김제동이 처음 있는 일이여 많은 파장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김제동씨가 트위터에 올린 '투표 인증샷’ (사진 : @keumkangkyung)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김제동씨가 트위터에 올린 '투표 인증샷’ (사진 : @keumkangkyung)이준길

선거관리위원회는 재보선 전날인 10월 25일 투표인증샷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지침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1.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은 가능하지만 투표소 안에서 인증샷은 안 된다.
2. 특정 후보자에게 투표를 권유·유도하는 내용을 포함한 인증샷은 안 된다.
3. 단순한 투표 참여 권유는 되지만 특정 후보에 투표 권유는 안 된다

선관위의 이러한 지침에 따라 김제동이 과연 선거법을 어겼는지 따져보겠습니다.

투표소 안이 아닌 밖에서 찍었으므로 1번은 해당사항 없고요. 특정 후보자에게 투표를 권유하는 내용을 포함한 인증샷도 아니므로 2번도 해당사항 없고요. 특정 후보에 투표를 권유하는 내용도 없으므로 3번도 해당사항 없네요.

그런데 뭐가 문제죠? 선관위의 지침에서 벗어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죠. 아침부터 이 소식을 접하고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임씨는 검찰에 제출한 고발장에서 '김제동씨는 선거 당일 트위터에 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고 '닥치고 투표 …', '퇴근하시는 선후배님들과 청년 학생 여러분들의 손에 마지막 바톤이 넘어갔습니다. 우리의 꿈을 놓지 말아주세요. 제발' 등 4건의 글을 지속적으로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데 이 글은 단순한 투표 독려일 뿐이지 특정 후보를 겨냥한 것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기에 별로 문제가 돼 보이지 않습니다.

김제동은 도대체 선거일에 무슨 말을 했던 것일까요?


도대체 어떤 말들을 했기에 검찰까지 수사에 나선 걸까 궁금했습니다. 김제동 트위터에 들어가서 샅샅히 뒤져 보았습니다.

 10.26 보선이 있기 일주일 전 10월 20일에 김제동이 올린 트위터.
10.26 보선이 있기 일주일 전 10월 20일에 김제동이 올린 트위터. 이준길

 10월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10월2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이준길

 10.26 보궐선거가 있기 전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10.26 보궐선거가 있기 전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준길

 투표 당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투표 당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이준길

 10.26 투표 당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10.26 투표 당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 이준길

 10.26 보선 투포가 끝난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투표율에 빚대어 48.6%만 벗었다고 풍자했다.
10.26 보선 투포가 끝난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투표율에 빚대어 48.6%만 벗었다고 풍자했다. 이준길

김제동이 투표 관련 올린 트위터 글들입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엔 뭐가 문제가 있어 보이나요? 저는 찾지를 못하겠네요.

임씨는 "많은 시민들이 김씨가 박원순 후보 지지자라는 사실을 아는 상황에서 이는 명백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고 하는데요. 또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독려가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 독려로 인식될 수 있는 인물, 정당, 단체의 경우 독려 행위를 못하게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김제동이 박원순 후보 지지자라는 사실을 선거운동 기간에 트위터나 방송에서 언제 한 번이라도 언급한 사실이 있었던가요? 제 기억에는 없었는데요.

그는 또 "김제동씨의 트위터 팔로어가 60만 명이 넘고, 김씨가 올린 글이 선거 당일 수많은 매체를 통해 실시간 전파된 만큼 이는 단순한 투표 독려 행위를 넘어서는 행위"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투표 독려가 그렇게 많이 됐으니 오히려 선관위에서 상을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최근 10·26 보궐선거 당일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이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전 수행비서에게서 자행된 사실이라는 점에 온 국민이 깜짝 놀랐습니다. 한나라당은 해체 위기까지 갔고요. 며칠 지나지 않아 또 이런 일이 터졌습니다.

나라에서도 방송에서도 투표 많이 하라고 매번 독려 했잖아요!

특정 후보를 찍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일단 DDOS 공격사건부터 먼저 제대로 해결하면 좋겠는데요. DDOS 공격사건은 일단락 지어놓고, 갑자기 왜 투표독려를 수사하나요? 선관위에서 오히려 표창장 줘야 될 사람을 고소하다니, 이건 좀 아니라고 봅니다. 민주 사회에서 중요한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건 당연한 의무입니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지난번 오세훈 서울시장도 8·26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위해 발벗고 투표 독려에 나서던데 그럼 그분도 조사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방금 전 이 소식을 접하고 공지영 작가는 트위터에서 "김제동씨 너무 힘들어합니다. 여린 그의 영혼이 많이 다칠까봐 두렵습니다. 기도해주기로 약속했는데 힘이 달립니다. 응원하고 기도해주세요"라고 밝히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선거 앞두고 겁주기를 하고 있는 건가요? 이제 국민에게 직접 싸움 걸기 시작하는 것 같아 좀 불편한 마음이 들었네요.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세요? 저는 김제동씨를 응원합니다. 힘들어 할 일이 아니라 힘을 낼 일입니다. 국민들이 응원하는데 힘들어 하다니요. 수사하겠다고 하는 그 자체가 제동님에게는 크나큰 응원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화이팅~ 안 하렵니다.
#김제동 #검찰수사 #트위터 투표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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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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