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공항철도 사망사고 유가족들이 박흥수 코레일테크 사장에게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최지용
관리 소홀의 의혹은 이날 작업이 같은 구간에서 5일째 반복된 작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커진다. 이날 사고를 당한 작업자들은 대부분이 5일 동안 내내 선로 작업을 했고 마지막 열차가 지나가는 시간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4일 동안 작업 시작시간인 0시50분을 지켰던 이들이 왜 작업 마지막 날인 이날만 그 시간을 어기고 평소보다 일찍 선로에 들어갔는지 의문이 남는다. 또 왜 매번 관리책임자가 입회한 상태에서 작업을 했던 이들이 책임자가 없는 상황에서 작업을 시작했는지도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정황을 두고 유가족 측은, 앞선 4일 동안의 작업에도 0시 50분보다 일찍 작업을 시작했고 관리자들도 입회하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작업자들이 매번 사고 당일과 같은 형태로 작업에 투입됐기 때문에 그날도 작업시간보다 일찍 선로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족들의 주장대로라면 작업자들은 매번 사고의 위험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코레일테크 측은 앞선 4일 동안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일지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 가장 중요한 사고발생 시간도 제각각이었다. 최초 경찰 브리핑에서 사고 발생시간은 0시 27분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코레일테크 측은 0시 32분으로 수정했다.
하지만 코레일 측이 열차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사고는 기관사가 열차에 급제동을 건 0시 29분 9초부터 열차가 완전히 0시 29분 30초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계양역에서 검암역으로 향하는 마지막 열차는 0시 27분 출발하게 돼 있고 이날 마지막 열차는 서울역에서 1분 가량 늦게 출발했다.
코레일테크 측은 0시 30분 작업자들이 굴삭기 진입을 위해 철재 펜스의 볼트를 풀어 선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2분 여 사이에 선로 코일을 푸는 작업이 진행됐고 그 과정에서 선로 위에 있던 작업자들이 열차에 치였다는 것이다.
한편 유가족 측에 따르면, 담당 소방서는 0시 30분 신고를 접수했고 31분 출동했다.
코레일테크 사장 "회사 측에 안전관리 책임있다"박흥수 코레일테크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사 측에 전반적인 안전 관리 책임이 있다"라며 "안전 관리자를 배치하지 않았고 작업 전 고압선 등에 관련한 안전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어 "이번 사고로 인해 유가족과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며 "이번 사고를 거울삼아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작업 전 사전점검과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례식장에 모인 유가족들은 사실규명에 있어 불성실한 회사 측의 태도에 분통을 터트렸다.
유가족 최중재씨는 "오랫동안 일해 온 베테랑 작업자들이 이런 사고를 당했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며 "관리 책임을 지는 자들이 관행적으로 현장에 가지 않고 작업자들에게만 일을 시킨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레일테크 측은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 9일 사고 직후 논평을 통해 "사고의 배후이자 구조적인 원인은 바로 철도공사"라며 "돈벌이에 급급해 공공성과 안전을 등한시해 온 코레일은 인력을 줄이고 위험한 작업을 하청과 외주화로 돌렸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고 조사결과가 또 다시 원청 빠져나가기와 노동자에 대한 책임전가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며 "사고의 구조적인 배경을 아우르는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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