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교육열은 그 어느 나라보다 뜨겁다고 볼 수 있다. 어린 나이부터 '경쟁'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과잉 경쟁이 시험에서의 꼼수를 낳는 것은 아닐까.
연합뉴스
해외에서 공부하고 있거나 공부하고 돌아온 친구들에게 꼼수를 물었더니 '대체로 꼼수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험기간에 꼼수가 없다니! 다른 나라는 꼼수의 청정지대라도 된다는 말인가.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유지성(25·코넬대)씨는 "내가 시험기간에 꼼수를 부렸던 적도 없고 다른 사람이 부렸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지는 못했어요"라며 "이곳은 표절이나 커닝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 사람들은 남이 못해야 내가 더 잘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남과는 상관없이 내가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듯해요"이라고 덧붙였다.
이가연(20·보르도3대)씨는 "시험이 전부 교수님과 1:1 토론 형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꼼수는 아예 꿈도 못 꿔요"라며 "내가 공부를 했느냐 안 했느냐에 의미가 있지 점수를 잘 맞고 못 맞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녀는 "시험 준비를 같은 과 친구들하고 함께하면 도움이 많이 돼서 시험기간에 다들 모여서 공부해요"라고 덧붙였다. 순간,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환경을 전하는 그녀가 부러워지기도.
그렇다면 중국은 어떨까. 중국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매우 어렵다고 하니, 대학 안에서도 꼼수가 횡행하지 않을까. 길림대에 다니는 김기성(24)씨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에이~. 여기는 꼼수 부리는 애들이 거의 없어요. 학교에서 커닝 같은 거 하다가 걸리면 퇴학당할 정도로 처벌이 강력하거든요. 근데, 제가 보기에는 중국 학생들의 경쟁 심리가 그렇게 강한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고등학생 때까지는 대학에 가야 하니까 애들이 '어떻게 하면 저 녀석을 이길까' 고민한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그런 것도 거의 없어진대요. 대학 입학하는 학생 수가 고등학교 졸업생의 30~40%밖에 안 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해외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글로벌한 꼼수'를 들을 줄 알고 기대했는데, 되레 기분이 착잡하고 머리가 멍해졌다. 해외 대학생들의 경쟁은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경쟁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랄까. 서로 간의 경쟁의식이 희박하니 꼼수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자 알아서 공부하면서, 쓰잘떼기 없이 '어떻게 하면 저 녀석을 밟고 올라설까'를 고민하지 않는 대학 분위기를 기대하는 건 나만의 사치일까.
며칠 전, 시험 기간에 필기 요약본을 빌려 달라던 친구가 떠올랐다. 오죽했으면 나 같은 '학점 빈곤자'에게 필기 노트를 빌리러 왔을까. '그래도 서로 돕고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한 나는 그 친구에게 쿨하게 노트를 빌려 줬다.
근데 이게 웬일. 그 친구가 내 노트를 잃어버렸다고 하는게 아닌가! 그 말을 듣고는 그냥 '괜찮아'라며 넘어갔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날 견제했던 것 같다. 학점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의 교실에서 꼼수는 정신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한다. 이제 몇 과목 남지 않은 기말고사. 꼼수의 유혹은 곳곳에 널려 있지만, 이번에도 한번 제대로 정면승부 해야겠다. 비록 장렬히 전사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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