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차별... '88만원 선생님'은 서럽다

인권위 또 기간제 교사 차별 금지 권고...전교조 "법정 정원 확보가 최선"

등록 2011.12.15 16:03수정 2011.12.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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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국가인권위 홈페이지 보도자료. 인권위는 기간제교사의 계약기간에서 3.1과 방학을 제외하여 퇴직금과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결정하고 이의 시정을 교육당국과 학교장에게 권고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권고는 이전에도 최소 5번 이상 있었다. 그만큼 교육계에서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가인권위 홈페이지 보도자료. 인권위는 기간제교사의 계약기간에서 3.1과 방학을 제외하여 퇴직금과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결정하고 이의 시정을 교육당국과 학교장에게 권고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권고는 이전에도 최소 5번 이상 있었다. 그만큼 교육계에서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 인권위 누리집 갈무리


지난 12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기간제 교원 채용 시 새학기 첫 날인 3월 1일을 제외하고 계약을 해, 추후 근무기간이 하루 모자란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과 정교사와 똑같이 근무하였음에도 방학 기간 중 보수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했다.

경남 S초등학교 김아무개 교사는 "새 학기 첫날인 3월 1일과 방학기간을 제외해 퇴직금과 방학 중 보수를 지급받지 못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인권위는 '(기간제 교사의 업무가) 정교사와 동일한데 3월 1일과 방학을 임용기간에서 제외해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간제 교원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기간제 교사 차별에 대해 인권위가 시정 권고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인권위원회 누리집에 게재된 보도자료로 공식 확인된 것만 봐도 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최소 다섯 차례 이상 교육 당국과 학교장에게 기간제교사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시정을 권고해 왔다.

인권위, 최소 5회 이상 기간제 교사 차별 금지 권고

2003년 3월 국가인권위는 서울교육감과 H중학교 교장에게 ▲ '방학 중 보수' 지급 ▲ 퇴직금 지급 ▲ 법정 연가 인정 ▲ 10호봉으로 제한돼 있는 호봉 상한선을 높일 것 등을 권고했다. 또,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게는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기간제 교원이 차별받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할 것을 권고했다.

다음 해인 2004년 3월에는 경기도교육청 소속의 교사 3명이 제기한 진정 사건에 대해 '기간제교원 신분이라는 이유로 방학기간 중 보수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행위는 차별'이라고 결정하고 이의 시정을 재차 권고했다.

거듭된 권고에도 교육 당국은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는 신분이 다르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초·중등학교계약제교원운영지침'을 개선하지 않았다. 이에 인권위는 2004년 7월 '기간제 교사에게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해, 국가인권위법 제25조 4항에 따라 교육감과 학교장의 국가인권위 권고 미수용 내용을 공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재차 권고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권고는 계속됐다. 2006년 2월, 인권위는 법적 근거도 없이 기간제 교사의 호봉을 10호봉으로 제한해 임금을 지급하던 부산교육청에 대해 '부산교육청의 계약제교원운영지침은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기간제 교원에 대한 차별 행위'라고 판단해 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또, 2009년 8월 인권위는 모든 시도교육청에서 기간제 교원의 호봉 상한을 제한하고 있는 점을 재차 확인하고 교육감들에게 '계약제교원 운영지침'의 개정을 다시 권고했다.


교육공무원임용령 등 관련 규정에는 퇴직 기간제 교원의 호봉 상한을 제한하는 조항은 있지만 다른 기간제 교원의 호봉을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기간제 교원의 호봉 상한을 제한해 보수를 적게 지급하고 있었고, 지금도 많은 학교들이 규정을 오용 또는 악용하고 있다.

인권위의 계속된 시정 권고에도 교육 현장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계속되고 있었다. 결국, 인권위는 이번에 다시 '기간제교원에 대한 방학 중 보수 및 퇴직금 미지급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3·1과 방학기간을 포함하여 보수 및 퇴직금을 지급할 것을 권고'하기에 이른 것이다.

서울교육청은 곽노현 교육감이 취임하고 나서 곧바로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의 개정(2010년 9월 1일)을 통해 기간제 교원에 대한 이런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도록 했다.

지침에는 '기간제 교원의 1년 계약 시, 3월 1일을 제외해 퇴직금을 미지급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임용기간 예시:2010.3.1~2011.2.28(1년))'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방학기간 중에도 임용하고 보수를 지급할 수 있음' '계약기간이 6개월이라도 특별히 필요한 경우 방학 중에 임용하고 보수를 지급할 수 있음' 등이 적혀 있다.

또한, 호봉에 대해서도 '공무원보수규정 제8조의 규정에 의해 산정된 호봉액을 지급하되 고정급으로 지급단, 연금수급자(일시금 수령자 포함)인 퇴직교원(공무원, 군인 포함)을 기간제교원으로 임용하는 경우는 14호봉을 넘지 못함'이라고 정해 퇴직교원을 제외한 기간제 교원의 호봉 상한을 폐지했다.

'교육계 88만원 세대'에 대한 차별은 계속된다?

 기간제 교사는 교사이되 비정규직이다. 그래서 학교에선 약자일 수밖에 없다.

기간제 교사는 교사이되 비정규직이다. 그래서 학교에선 약자일 수밖에 없다. ⓒ 이경태


인권위가 기간제교사의 차별에 대한 시정 권고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과거의 관행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것의 반증이다.

기간제 교원에 대한 가장 큰 차별은 그 존재 자체다. 사실 '교육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임용령', 그리고 '사립학교법' 등 관련 법령에는 기간제 교원과 시간강사의 임용사유를 결원 보충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학교들에서 휴직 등 결원 대체, 학급 감축과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한시적 채용 등 합법적 임용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정교사 정원 범위임에도 비정규직 교사를 임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노동부 자료에 의하더라도 기간제교사는 4만 명을 넘어 전체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17.1%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전체의 40%를 넘어서기까지 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고용 개선 대책'에는 기간제 교사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다.

전교조 임정훈 대변인은 "불법적인 기간제 교원은 법이 정한 공개 임용 시험을 통하여 정규직으로 대체하고, 법이 정한 합법적 사유에만 기간제 교사를 임용하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법정 정원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비정규직교원 차별 철폐 대책"이라고 밝혔다.

또 기간제 교사는 성과급 지급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되는 등 보수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현재 전교조와 민주노총은 '경남, 경기, 대전 등의 기간제 교사들이 성과급을 받지 못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이유로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서울 등 교육청에서 차별을 시정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하였음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잘못된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 약자인 기간제 교사들은 고용 불안 때문에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장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당국이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하고, 제도적 개선을 통해 계약제 교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철폐에 직접 나서야 한다. 이번 인권위의 차별 개선 권고가 교육계 88만원 세대인 계약제 교원들에게 내려지는 마지막 권고가 돼야 할 것이다.

[경과] 기간제교원 차별 시정 관련 국가인권위 권고
- 기간제 교원 차별 사건 (2003/03/25)
▲'방학 중 보수'를 지급하고 ▲퇴직금을 지급하고 ▲법정 연가를 인정▲10호봉으로 제한돼 있는 호봉 상한선을 높일 것 등을 권고

- 기간제 교원에 대한 방학중 보수와 퇴직금 지급권고 (2004/03/25)
▲기간제교원을 정규교원에 비해 불리하게 대우하는 차별행위를 중지할 것과 ▲방학 중 보수 및 퇴직금 지급을 권고

- "기간제 교사 퇴직금등 지급권고 미수용" 공표 (2004/07/27)
기간제교사에게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해, 경기도교육감과 이들 학교장의 국가인권위 권고 미수용 내용을 공표하기로 결정하고 재차 이행 권고

- 기간제 교원의 호봉제한은 평등권 침해 (2006/02/16)
"부산광역시교육청의 계약제교원운영지침은 기간제교원에 대한 차별적 규정"이라며 제기한 진정사건에 대해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판단

- "기간제 교원 호봉 제한은 차별" 각 교육청에 호봉 제한 지침 개정 권고 (2009/08/06)
기간제교원의 호봉을 최고 14호봉으로 제한한 것은 평등권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각 지역 교육감에게 관련 지침의 개정을 권고

- 기간제 교원에 대한 방학 중 보수 및 퇴직금 미지급은 차별 (2011/12/13)
기간제교원 채용 시 계약기간에서 새 학기 시작 첫날인 3.1.과 방학기간을 제외해 방학 중 보수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3.1.과 방학기간을 포함하여 방학 중 보수 및 퇴직금을 지급할 것을 권고

#기간제교사 #국가인권위 #교육부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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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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