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솔샘교회 정병진 목사가 인터뷰 도중 핫산씨가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다.
심명남
이런 핫산씨 부부를 둘러싼 사건을 내 일처럼 돕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병진 목사다. 그의 나이는 올해 39세. 정 목사는 2007년 2월 여수출입국사무소 화재참사 때 대책위원장을 맡아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정병진 목사는 현재 여수솔샘교회와 솔샘아동복지센터를 운영 중이고 민중선교로 예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작년에는 더 깊은 신앙을 위한 책읽기 <내 영혼의 북소리>라는 책도 출판했다. 일명 '좌파 목사'로 통하는 그는 여수노회(교회상위기관)에서 이단아로 정평이 나 있다. 또한 그는 <오마이뉴스>시민기자로 활동하며 외국인 인권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래서 여수에서 이주민들이 사고를 당하면 가장 먼저 구조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바로 정병진 목사다. 정 목사는 2003년부터 4년 동안 여수출입국사무소에서 예배와 상담을 병행하며 외국인들의 고충을 들어줬다. 그런데 2007년 2월 11일 여수출입국사무소에 화재참사가 발생했다. 그 화재로 예배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이로인해 화재참사공동대표를 맡아 사고를 수습하다보니 자연히 법무부와 등을 지게됐다고 한다.
"화재참사 후 법무부 쪽에서는 내가 껄끄러워 더 이상 들어오지 말라고 했죠. 법무부 쪽에서 여수노회에 파송 목사를 요청해 달라고 공문을 보냈어요. 싸울 수도 있었지만 교회 어른들의 입장도 있고 해서 참았습니다. 목사의 일차적 역할인 예배도 중요하지만, 인권감시차원의 역할 역시 중요하지요. 그런데 그것이 봉쇄됐어요. 참 아쉽죠. 지금은 3명의 목사님이 들어가는데,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지난 13일, 솔샘교회에서 정병진 목사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성서에 적혀 있는 대로 산다... 좌파라 불릴 게 아니다 - 모로코에서 온 핫산씨 부부의 근황은 어떤가?"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영주권 취득이다. 여수 출입국사무소가 얼마 전 상부에 상신을 올렸다. 대책위에서는 이주노동자에 관심을 가지고 돕고 있는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마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여수에서 영주권 신청에 대해서 현행법을 어겼고 행실이 방정하지 않기 때문에 (영주권 취득이) 어렵다는 식으로 상신을 올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밀라씨의 몸상태가 많이 안 좋다. 혼자서 용변을 처리하지 못하고 계속 누워 있는 상태다. 재활 치료를 더 받아봐야 알겠지만, 잘 해야 목발로 걸을 수 있고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야할 가능성이 커 답답한 상태다. 치료도 계속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여수YMCA가 주선해 '여수지구촌 사랑나눔회'로부터 무료로 두 달간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그것이 끝나면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지금은 병원 측이 잘 대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모로코 부부의 영주권 취득을 위해 대책위에서는 법무부·국가인권위원회·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보냈다. 여수출입국사무소장이 만약 이런 식으로 상신을 올렸다면 곤란하다. 이번 사건의 도화선이 된 것이 여수출입국사무소 직원의 폭언이다. 그들도 일말의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 지역여론이 이들에게 영주권을 줘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상부에 영주권 취득에 대해 불리한 내용이 보고됐다면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올린 내용을 민주당 주승용 의원에게 확인을 부탁해 놨고, 정보공개청구를 해서라도 상신내용을 확인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
- 핫산씨, 임세란씨와 함께 여수출입국사무소를 여러 차례 찾아 갔다는데?"이들의 요청으로 10월 8일부터 찾아갔다. 자기들만 가면 직원들의 태도가 나빠 대화가 안 된다고 해서 동행했다. 출입국 직원 첫 마디가 '왜 왔냐'였다. 황당했다. 영주권 신청 문의도중 임세란씨랑 같이 들어갔는데 '언론에서 시끄럽게 안하면 영주권 받을 수 있게 상신을 좋게 올리겠다'고 했다. 이후 물어보니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하더라.
출입국사무소 직원이 YMCA 김일주 부장과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고소하라고 했다. 점퍼를 벗어 던지며 '이제부터 공무원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외투를 벗으면 바로 민간인 되느냐? 공무원이 국민의 종복인데 이렇게 오만불손 하나, 이렇게 하니 화재참사가 난 것 아니냐? 화재 났는데 아직도 변화가 없다'고 소리 질렀더니 심사과 과장이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 이번 투신사건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출입국사무소 직원 2명이다."
- 다른 목회자들과는 조금은 다른 일을 하는 것 같다."요새 목회자들이 낮은 자리로 가야 하는데 큰 교회만 찾고, 그런 곳에서만 목회 활동을 하려고 하는 듯하다. 내가 여수노회에서 '좌파'라고 불리는데, 내가 좌파가 아니고 성서에 그런 내용이 나와 있어서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본질은 날아가고 엉뚱하게 변질됐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다 보니, 목회자도 돈을 벌면 큰 교회를 지으려 한다. 반복음적인 '짝퉁 복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다닌다는 소망교회서 담임목사와 부목사 간의 싸움이 있었다고 들었다. 힘 있고 돈 있고 특권이 있는 자리에 싸움박질이 나기 마련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교회가 교회로 안 보인다. 기업이다."
'미국 시민권자'에게만 관대한 출입국... 정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