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오전 8시30분 과로로 열차에서 사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14일 김 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제 996부대 화력타격훈련을 시찰하는 모습. 2011.12.19
연합뉴스
북한의 절대 권력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오전 8시 30분 과로로 열차에서 사망했다.
<연합뉴스>가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을 인용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2011년 12월 17일 8시 30분 현지지도의 길을 이어가시다가 겹쌓인 정신육체적 과로로 하여 열차에서 서거하셨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정세는 물론이고, 북한과 남한 내부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은, 그가 2008년 8월 뇌관련 질환으로 쓰러진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정보기관은 김 위원장이 점차 건강을 회복해 향후 수년간 통치력을 발휘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급사가 남북한과 국제 사회 모두에 상당한 충격을 야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우선 북한 내부적으로 절대 권력자의 죽음으로 인한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은 아직 안착화되지 않았고, 집단지도체제의 경험도 미미한 실정이다. 반면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에 초미의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남한 내부 엄청난 파장 몰고 올 김정일 급사권력구조의 특성상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은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보다 더 큰 충격파를 야기할 수도 있다. 당시에는 김정일이 20여년간의 후계 학습을 통해 김일성 사망의 공백을 메울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 이틀만에 관련 뉴스를 내보낸 것은 북한 내부적으로 사태 수습의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김 위원장의 급사는 남한 내부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우선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 버금가는, 혹은 훨씬 심각한 '조문 파동'이 재발될 수 있다. 또한 김 위원장의 사망은 한나라당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을 비롯한 국내 정치사회적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정부·여당과 보수 진영이 수세에 몰린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김정일 사망'을 정세 반전 카드로 활용할지의 여부가 1차적인 변수라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도 걱정거리다. 이명박 정부가 김 위원장의 사망에 조의를 표하고 조문단을 보낸다면, 국내 일각에서의 반발은 있겠지만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새로운 전기 마련에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취하고 있는 초기 움직임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합동참모본부는 전군 비상경계태세에 돌입을 지시했다. 대북감시태세 강화와 함께, 대북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을 현재 4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는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한반도 전쟁 위기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한미 양국은 김 위원장의 사망을 북한급변사태 범주에 포함시켜, 유사시 한미연합군을 북한에 투입해 무력 흡수통일도 추진한다는 계획을 공공연히 밝혀왔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무력 충돌과 전쟁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한미 양국의 절제된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김정일 사망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위기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