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내장 같은 골목...차라리 슬프다

[포토] 의정부시 고산동 골목길

등록 2011.12.22 18:22수정 2011.12.2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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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가게 의정부시 고산동, 오랜만에 만난 연탄가게다.
연탄가게의정부시 고산동, 오랜만에 만난 연탄가게다.김민수

연탄가게 연탄가게를 보며 서민의 삶을 느끼다.
연탄가게연탄가게를 보며 서민의 삶을 느끼다.김민수

골목 연탄가게가 보이는 골목, 저 머너로 새마을운동기삽ㄹ과 태극기와 미군부대 담장이 보인다. 참으로 묘한 조합이다.
골목연탄가게가 보이는 골목, 저 머너로 새마을운동기삽ㄹ과 태극기와 미군부대 담장이 보인다. 참으로 묘한 조합이다.김민수

골목 골목길로 차마 다 들어오지 못한 햇살, 차가운 겨울바람이 골목길에 가득하다.
골목골목길로 차마 다 들어오지 못한 햇살, 차가운 겨울바람이 골목길에 가득하다.김민수

골목길 미군부대와 접한 동네라는 것이 실감난다.
골목길미군부대와 접한 동네라는 것이 실감난다.김민수

고산동 음식점 위의 조형물, 콜롬부스를 형상화한듯하다. 원주민 학살자인가 개척가인가?
고산동음식점 위의 조형물, 콜롬부스를 형상화한듯하다. 원주민 학살자인가 개척가인가?김민수

골목길 고산동 골목길, 햇살은 따스했다. 찬바람이 그 따스함을 모두 몰아낸다.
골목길고산동 골목길, 햇살은 따스했다. 찬바람이 그 따스함을 모두 몰아낸다.김민수

골목길 연탄재 쌓인 골목길과 분홍색 커튼이 달린 집
골목길연탄재 쌓인 골목길과 분홍색 커튼이 달린 집김민수

골목길 햇살 조금 들어오는 골목길, 들어온 햇살보다 그림자의 키가 더 크다.
골목길햇살 조금 들어오는 골목길, 들어온 햇살보다 그림자의 키가 더 크다.김민수

골목길 그 골목엔 거울이 걸려있었다. 무슨 용도일까?
골목길그 골목엔 거울이 걸려있었다. 무슨 용도일까?김민수

햇살은 따스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듯 찬 바람의 기세는 매서웠다.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골목에 서자 햇살을 잡아먹은 그림자의 키가 훌쩍 자랐고, 찬 바람이 골목길을 가득 채우고 있어 스산함이 마음속까지 파고든다. 그 골목길의 시작 혹은 끝에 연탄가게가 있었다. 얼마만에 보는 연탄가게인가?

연탄가게의 존재로 보아 고산동 골목골목 사는 이들은, 그리 넉넉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라기보다는 서민들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리라 짐작이 된다. 골목마다 허기진 내장마냥 텅 비어 있었고, 구불구불하다. 맑은 하늘이 차라리 슬프다.

연탄가게 앞 깃봉에는 다 낡아빠진 새마을운동 깃발과 태극기가 찬 바람에 휘날리고, 그 너머에는 미군부대 담장이 견고하게 서 있다. 내 나라가 아닌 듯한 느낌,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태극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내 나라기에 더 슬픈 느낌이 드는 것은 어인 일일까?

내가 서 있는 내 나라에서 국기를 보는 것이 당연하건만, 간판 위에 그려진 성조기보다 더 초라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미군이 "메리 크리스마스!" 한다. 아, 그렇지. 성탄절이 가까웠지. 그 따스한 인사마저도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학살한 청교도들의 개척과정을 보는 듯하여 불편했다.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화답을 한다. 골목길로 사라지는 그를 보면서,
그는 무슨 까닭으로 고향을 떠나 먼 이국 땅에 왔을까 생각해 본다.


세상이 선하다면, 개인적으로 옳다 생각하며 걸어가는 그 길이 정말 옳은 길일 수 있을 터인데 하는 생각에 내가 옳다고 여기는 바는 정말 옳은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덧붙이는 글 | 2011년 12월 22일 담은 사진입니다.


덧붙이는 글 2011년 12월 22일 담은 사진입니다.
#골목길 #미군부대 #고산동 #태극기 #연탄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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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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