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그 골목엔 거울이 걸려있었다. 무슨 용도일까?
김민수
햇살은 따스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하듯 찬 바람의 기세는 매서웠다.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골목에 서자 햇살을 잡아먹은 그림자의 키가 훌쩍 자랐고, 찬 바람이 골목길을 가득 채우고 있어 스산함이 마음속까지 파고든다. 그 골목길의 시작 혹은 끝에 연탄가게가 있었다. 얼마만에 보는 연탄가게인가?
연탄가게의 존재로 보아 고산동 골목골목 사는 이들은, 그리 넉넉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라기보다는 서민들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리라 짐작이 된다. 골목마다 허기진 내장마냥 텅 비어 있었고, 구불구불하다. 맑은 하늘이 차라리 슬프다.
연탄가게 앞 깃봉에는 다 낡아빠진 새마을운동 깃발과 태극기가 찬 바람에 휘날리고, 그 너머에는 미군부대 담장이 견고하게 서 있다. 내 나라가 아닌 듯한 느낌,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태극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내 나라기에 더 슬픈 느낌이 드는 것은 어인 일일까?
내가 서 있는 내 나라에서 국기를 보는 것이 당연하건만, 간판 위에 그려진 성조기보다 더 초라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미군이 "메리 크리스마스!" 한다. 아, 그렇지. 성탄절이 가까웠지. 그 따스한 인사마저도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학살한 청교도들의 개척과정을 보는 듯하여 불편했다. 그래도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화답을 한다. 골목길로 사라지는 그를 보면서,
그는 무슨 까닭으로 고향을 떠나 먼 이국 땅에 왔을까 생각해 본다.
세상이 선하다면, 개인적으로 옳다 생각하며 걸어가는 그 길이 정말 옳은 길일 수 있을 터인데 하는 생각에 내가 옳다고 여기는 바는 정말 옳은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덧붙이는 글 | 2011년 12월 22일 담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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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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