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퇴학당했어요...어떡하죠?

[특이한 콜센터③] 교육 문제와 자식 걱정까지 보듬는 경기에듀콜센터

등록 2012.01.02 14:31수정 2012.01.1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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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고객 전화를 받는 곳에서 출발한 '콜센터'(call center)의 역할이 시대변화와 함께 마케팅이나 고객 서비스 등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의 대표적인 직업군으로 인식된 콜센터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랑받는 '특이한 콜센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경기도 교육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다'는 목표로 지난 11월 14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 경기에듀콜센터 상담현황.
'경기도 교육의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다'는 목표로 지난 11월 14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 경기에듀콜센터 상담현황.이동찬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기도 하지만 제가 이대로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살면서 더 불효를 끼칠 것 같아요."

지난 20일 대구에서 같은 반 학생들의 괴롭힘으로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권아무개 학생이 쓴 유서의 일부다. 한 아이의 부모라면 이 사실에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덜컥할 수밖에 없다. 우리 아이가 혹시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

학부모들은 걱정 가득한 마음에 "학교생활은 잘 하니?" "학교 다니면서 힘든 점은 없니?"라고 먼저 묻지만 아이들의 대답을 들어도 속이 시원하진 않다. 혹시라도 하는 걱정 때문이다. 마음이 편치 않은 학부모라면 전문기관에 들러 상담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시간 내기가 마땅치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고민을 전화 상담으로 덜어보는 것은 어떨까.

경기도에는 학부모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경기에듀콜센터'(031-249-0114)가 있다. 지난 11월 14일 시범운영을 시작해 '경기도 교육에 관련한 내용이라면 모든 것을 해결해주겠다'는 목표로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특이한 콜센터다.

무릇 콜센터라 하면 다분히 정형적인 지식이나 편의상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은 단순히 교육과정이나 입시제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제도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학생의 생활, 태도 및 인성, 처한 환경 등도 넓은 범위의 교육에 포함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교육'을 쉽게 물어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 관계, 자녀들의 학교 부적응 등에 대한 고민이 많지만 이를 쉽게 털어놓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에듀콜센터는 교육의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학부모들이 부담없이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학부모 상담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은 실제 상담을 요청했던 사례다.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입니다. 아이의 내신관리다 수능시험이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아직도 갈등이 많습니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한숨 돌릴 시간 있지 않느냐고요? 오히려 수능 끝나고는 본격적인 입시 준비 때문에 더 바빠집니다. 입시를 준비하러 사설 학원에 보내고 싶은데, 학교도 나가야 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등 중입니다."


학부모 상담도 가능... 교육 민원도 한방에 'OK'

 경기에듀콜센터에서는 상담자의 편의를 위해 단 한 번의 전화로 문의사항을 해결해주고 있다.
경기에듀콜센터에서는 상담자의 편의를 위해 단 한 번의 전화로 문의사항을 해결해주고 있다.이동찬

콜센터에서 이런 상담도 받을 수 있다고? 경기에듀콜센터에서는 가능하다. 경기도에듀콜센터 장인록(42) 학부모상담원은 "부모가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모의 마음이 안정돼 있어야 자녀에게 긍정적인 메시지가 전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상담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상담을 통해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부모 역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퇴학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시는 학부모님들이 많아요. 부모님들의 입장에서는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것처럼 불안해하시고 때로는 절망에 빠지시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 저희는 학교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를 소개해드리면서 '아직까지 기회는 남아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드립니다. 학부모님들의 심적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 민원 전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원하는 답변을 빨리 듣느냐'일 것이다. 하지만 문의사항이 조금이라도 복잡해지면 대개 콜센터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해당 부서로 연결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멘트를 날리기 일쑤다.

해당 부서로 연결되는 통화연결음을 들으며 문의 내용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일 수 있다. 전화를 넘겨받은 담당 직원은 "해당 문의 내용은 우리 부서 처리 대상이 아니네요. 다른 부서로 연결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답하는 게 다반사기 때문이다. 전화가 넘기고 넘겨질 때마다 민원인의 스트레스와 짜증은 누적되기 마련. 때로는 '내가 괜히 물었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답변을 듣는 과정이 무척 길고 답답할 때가 잦다.

그러나 경기에듀콜센터에서는 이런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학부모상담은 물론 전학, 편입학, 고교입시, 교원 인사 등의 기본적인 문의사항도 모두 접수하는 이곳에서는 해당 부서담당자에게 전화를 돌리기보다 단 하나의 창구에서 문의 사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담원들도 경기도 교육 정책에 대해 공부를 하며 교육 전문가를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한 중년 남성이 자신의 고등학교 재입학을 문의하면서, '고등학교에 재입학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야간고등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하는지' 등을 문의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해당 담당 부서에서 문의하려면 검정고시 담당 부서, 재입학 담당 부서에 각각 전화를 돌려가며 상담 절차를 밟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전화를 받은 상담원이 상담자의 편의를 위해 문의사항을 단 한 번의 전화로 해결해 줬다고 한다. 실제 걸려온 전화의 80%가량을 한 번에 직접 처리하고 있다.

'경기에듀콜센터가 과연 어디까지 알려줄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 기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봤다.

교육에 관련한 궁금증? 바로 전화 주세요

 경기에듀콜센터에서는 교육과정이나 고교입시는 물론 전·편입학과 스승찾기 등에 대한 안내 업무를 맡고 있다.
경기에듀콜센터에서는 교육과정이나 고교입시는 물론 전·편입학과 스승찾기 등에 대한 안내 업무를 맡고 있다.이동찬

"새로운 학교, 함께하는 경기 교육 경기에듀콜센터입니다."
"경기도 안산에 혁신중학교가 어디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경기도 안산에 혁신중학교는 없고 예비로 지정된 곳만 몇몇 곳이 있습니다. 혁신학교 현황에 대해 궁금하시면 경기도 교육청 학교혁신과 왼쪽 자료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그럼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건가요?"
"대안학교는 기존 교육제도 상 정규학교가 아니고, 혁신학교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사업으로 정규학교로 인정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인터넷을 통해 혁신학교 누리집에서 더 많은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답변을 얻는 데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긴 했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려주는 모습, 다른 부서로 연결하기보다는 콜센터에서 관련 정보를 직접 찾아서 알려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경기에듀콜센터는 경기도교육청 민원봉사실 2층에 있다. 이곳에는 일반상담원 8명, 학부모상담원 2명이 있다. 그 외에도 온라인·메신저·문자상담 담당이 2명 더 있다. 지난 11월 14일에 시범운영을 시작한 뒤 12월 16일까지 5주 동안 1만968건의 상담 전화를 받았다. 하루 평균 450~500통의 전화를 받고 있는 셈. 전화상담 업무를 10명이 담당하니까 한 사람당 하루에 50여 통의 민원 상담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현재는 방학이라 민원 상담 통화 수의 상승세가 둔화된 편이라고.

경기에듀콜센터는 기본적으로 ▲ 교육과정 ▲ 고교입시 ▲ 전·편입학 ▲ 스승찾기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전·편입학, 고교입시 등의 문의가 가장 많은 편이라고 한다. 게다가 이 콜센터는 기존 업무를 포함해 '학생인권' 관련 내부 고발도 받고 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다면, 이곳에 신고를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학생생활 및 인권에 관련된 전화도 전체 전화 상담 중 4.3%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경기에듀콜센터는 실제 사례를 접수 받으면 해당 학교에서 접수 내용을 직접 확인하게 하고 시정조치를 요청하는 등 교육 현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내년 1월이면 경기에듀콜센터는 정식 운영을 시작하게 된다. 아직 실무와 시스템상의 개선점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란다. 장인록 상담원은 "방문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여건이 된다면 방문상담뿐만 아니라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에듀콜센터 황종미 사무관도 "적극적으로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경기에듀콜센터가 경기도 교육을 받치는 큰 기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경기에듀콜센터 #교육 #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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