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태(광주광역시장) 동문회장이 '2011년 자랑스러운 검정고시 동문'으로 선정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호진
지난 12월 3일, 나는 검정고시총동문회 송년의 밤에 초대받았다. 4년 전인 2007년 5월에 열린 동문 모임 이야기를 소개한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나는 이날 송년의 밤에서 아름다운 네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첫 번째 주인공은 2011년도 자랑스러운 검정고시 동문으로 선정된 안희정(46) 충남도지사다.
안희정 지사는 자신이 64회 소속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64년도에 검정고시에 합격했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검정고시는 만학도가 많기 때문에 검정고시 합격년도가 아닌 출생년도를 기준으로 동문이 된다. 만약 합격년도를 기준으로 기수를 정하면 애어른이 뒤섞이기 때문에 동년배를 중심으로 기수를 정한다.
남대전고에 입학한 안희정은 교과서 대신 사회과학 서적을 책가방에 가지고 다니는 등 일찍이 사회의식에 눈을 떴다. 독재의 총칼에 광주 양민이 학살되고, 민주주의가 유린되는 것을 본 그는 대학운동권 선배와 어울리다 전두환 계엄사령부에 끌려갔다. 고교 생활 6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둔 그는 1982년 검정고시를 거쳐 이듬해인 1983년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해 운동권 학생이 됐다. 그리고 패거리 정치에서 이탈한 독보적인 정치인 노무현을 만났다.
안희정 지사는 "지역과 학연의 고질병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검정고시 동문들은 특별한 인연"이라며 "좌절과 일어섬, 실력과 도전, 꿈과 희망을 향해 달려온 검정고시 동문에게 주어지는 상을 받게 돼 부끄러우면서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노무현의 유업을 이은 그는 "학맥과 지역타파에 앞장서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검정고시 출신으로 깃발 없는 기수처럼 외롭지만, 구악의 패거리들보다 앞서 달려가 희망의 정치를 피워내겠다는 것이다. 아름답고 당당한 검정고시인인 그를 보는데 문득 가수 조용필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킬리만자로의 표범이고 싶다"는 노랫말이 떠올랐다.
#2. 장애1급·남편사망·장애인 딸... 그래도 희망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