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문화제에서이번 재판과정에 참여하면서 자유로운 재판과정과 달리 여전히 구식이고 권위적인 검찰태도를 보면서, 검찰의 문제를 잘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이부영
그러나 그동안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이 재판에 참여해 온 피고와 변호사, 그리고 방청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아쉽고 안타까워한 점은 오직 검찰에게는 이런 수고와 노력과 시간들이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강 교수와 곽 교육감이 최후 변론에서도 지적했듯이 검찰은 넉 달의 수고와 시간들을 무의미하게 만들 만큼 최초 기소 내용과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뒤 혐의를 입증할 만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것도 없고, 오직 최초의 기소 내용을 반복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학자인 강경선 교수와 곽노현 교육감은 최후 변론에서 검찰을 학자로서 엄하게 꾸짖을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강경선 교수는 '진실되게'와 '정의와 질서'를 위한 검찰이 오로지 범죄를 구성하는데만 힘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곽노현 교육감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정예라는 공안부 검사들이 무능하고 직무를 유기했기 때문에 이를 몰랐다고 하면 실례가 되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지금 나하고 자리를 바꿔 앉아야 한다."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곽노현 교육감은 변호사들이 불리할 지도 모르니 하지 말라는 말도, 제출에 동의하지 말라는 자료도,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두 다 말하고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실천 했음은 물론입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마지막 변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내게 이로운 것이 진실이 아니라 진실이 내게 이로운 것이라는 생각에 검찰에서는 물론이고 공판과정에서 최고도의 진실과 정직에 충성하고자 했다. 내가 사전에 후보매수나 뒷돈거래를 욕망하거나 인지·승인하지 않았다는 숱한 증거들이 있다. 그럼에도 (측근들 간)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억측은 깊고 오해는 무성했다. 검찰은 이 오해와 억측을 제시한 것 외에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를 조사하고 녹취록도 보면서, 박 후보 쪽은 1백% 약속이 있다고 믿고 있었던 반면 우리 쪽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면서도 최초의 시나리오를 지금까지 몰고 왔다."저는 곽노현 교육감의 최후 변론을 끝으로 재판이 바로 끝날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김형두 재판장은 다시 직원에게 CD를 건네주고 스피커와 노트북을 준비시켜서 (ㄱ씨가 불법으로 녹음해서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자료로 채택할 수 없었던) 녹음내용과 녹취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세 가지 녹음자료를 공개적으로 들려줘 확인하는 절차를 밟았습니다.
이 작업은 그동안에 김형두 재판장이 한결같이 보여준 태도였습니다. 피고가 필요하다싶은 내용이 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김형두 재판장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녹음자료를 확인하는 것을 끝으로 마지막 재판을 끝났습니다. 방청석은 마지막 재판을 지켜보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어둠을 뚫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강경선 교수도 최후 변론에서 따끔하게 충고했듯이 '우리나라 재판 수준은 많이 높아졌는데, 검찰의 수준은 여전히 옛날 수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검찰의 태도도 그렇지만, 기소할 때와 구형을 할 때 검찰이 쓰는 용어도 아주 구식이었고,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기분 나쁜 용어를 사용하면 저절로 반발심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제는 검찰의 태도와 검찰이 쓰는 용어도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직 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을 포승줄로 묶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백여 차례 넘게 포승줄에 묶였다고 합니다. 사람을 해한 험악한 범죄 혐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주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처사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선고는 1월 6일 오전 11시에 내려진다고 합니다. 그동안 재판과정은 모두가 많이 배우고 깨우치는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를 포함해서 지난 재판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곽노현 교육감의 개인과 선의에 대해서, 그리고 무혐의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욱 돈독하게 믿게 됐다고 믿습니다. 저는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곽노현 교육감과 함께할 올바른 교육의 길을 미리 그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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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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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재판, 다 좋았는데... 검찰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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