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포항수협 송도 수산물 위판장에서 새해 처음으로 활어를 경매하고 있다.
김상현
위판장 바닥에는 우럭, 문어, 가자미, 한치, 백고동, 물곰, 농어, 아구 등 맛좋고 싱싱한 생선들이 노란 바구니에 담겨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잡어'라고 불리는 이름 모를 생선도 있었다.
경매사가 갈고리로 물고기를 가리키며 추임새를 넣듯 "자, 농어 잡아! 농어 두 마리! 자, 농어 잡아!"라고 외치는 소리가 송도 새벽 하늘에 울려 퍼진다.
"아줌마, 이거 오천시장가면 팔린다. 빨리 가(갖고) 가라"라고 새해 분위기를 돋우려는 듯 애드리브까지 동원한다. 그러자 160번 중매인은 남이 볼세라 조끼 속으로 손을 가져가 수신호를 한다. 경매사는 "9만 2천 원. 오천 시장 160번"이라며 자기 껏 주듯 가져가라고 한다. 경매사는 선주와 미리 합의해 적절한 값에 낙찰받은 물고기에 덤으로 '잡어'를 얹어 주기도 한다.
경매는 경매사, 경매보조원(속기사)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뤄 진행된다. 모두 포항 수협의 직원들이다. 두 사람의 팀워크가 잘 발휘돼야 경매도 순조롭다. 특히, 경매사의 위치는 무척 중요하다. 그날 시세가 경매사의 손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 중매인이 경매 도중 가격을 잘못 불러 주의를 받았다. 경매사는 "새해라서 봐준다"고 웃으며 넘겼다. 그 중매인도 미안한 듯 멋쩍은 표정으로 답했다. 한 중매인에게 물어보니 겨울에는 속이 얼어서 수신호를 실수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고 했다. 반대로 경매사가 중매인의 수신호를 놓치는 때도 있다. 이럴때면 선주가 손해다.
경매사는 선주와도 가깝고 중매인들과도 '형님아우'하며 지내지만, 경매가 시작되면 안면 몰수다. 손덕노 경매사는 "경매에 들어가면 모자의 번호와 손가락만 보인다"고 했다. 노련한 목소리와 몸놀림으로 매끄럽게 가격 결정을 한다. 25년 경력의 베테랑 경매사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