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흑룡의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20년 만에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18대 대통령선거가 같이 치러지는 해이기도 하다.
최근 한 매체가 2012년 신년호 특집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충청지역 성인남녀 1000명(대전 285명·충남 411명·충북 3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역에서 어느 당 후보가 국회의원이 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무응답 30.2%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민주통합당 후보 26.9%, 한나라당 후보 24%, 자유선진당 후보 6.6%, 무소속 10.2%, 통합진보당 1.2% 순이었다.
지역별로 대전은 민주통합당 27.2%, 한나라당 21.7%로 5.5%포인트 격차를 보였으며 자유선진당은 10.0%였다. 충남에선 민주통합당 25.2%, 한나라당 22.1%, 자유선진당 8.1% 순이었다. 충남 대전과는 다르게 충북의 경우 민주통합당(28.9%)과 한나라당(28.5%)로 0.4%포인트라는 초 박빙 수치를 보였으며 자유선진당은 1.5%에 불과했다.
충북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원래 충북지역은 야권 성향이 강했다는 분석과 여야의 대결구도보다 인물 간 대결구도로 보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안성호 충북대 정치학외교학과 교수는 "청주는 광주, 전주 다음으로 야성이 강한 도시"라면서도 "그럼에도 당을 가리지 않고 인물이 괜찮다면 뽑는 경향이 있다. 당을 바꿔도 지지를 한다"고 말했다.
선거기획자 이종익 미루애드 대표도 "역대 선거 데이터를 보면 충북은 시대의 흐름이나 바람이 선거에 영향을 많이 줬지만 결국 인물대결로 승패가 갈리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에 응한 몇몇 정치학 교수들과 선거기획자들은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서 홍재형 현 의원과 정우택 전 지사의 접전이 예상되는 상당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거기획자는 "이번 선거는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앙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인물교체론 또한 새로운 인물이나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지역현실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원대 정치행정과 엄태석 교수는 "(대전과 충남이 민주당 선호도가 높은 반면 충북은 박빙인 것에 대해) 솔직히 여론조사 결과가 잘 안 믿긴다. 국회의원 대부분이 민주당 의원인 상황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현재 민주당에 대한 실망의 표현이지만 한나라당이 잘 해서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 총선도 이변이 없는 한 현 상태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치학과 교수들과 선거기획자 인터뷰 요약문.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신용철
▲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 신용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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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은 과거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중반까지도 정치적 이념 투쟁보다는 안보 이념 보존을 더 중요시 한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경제주체의 개별 이익 보다는 경제공동체인 국가경제발전을 중시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에 여당 ․ 야당의 정치적 투쟁이나 노동 운동을 바람직스럽게 보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체제 우월성에 대한 자신감과 경제적 이익 및 소득 분배의 중요성,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궁극적인 국가경제발전을 위해서는 민주주의 정착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는 한편, 기존의 영․호남에 기반한 지역주의 정치를 근절하고 건강한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여당 지지가 전부는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국가체제 우월성에 기반한 정치발전과 경제적 민주주의가 곧 국가경제발전의 요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행정수도 건설이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이 단순히 지역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세종시 건설을 국가발전의 새로운 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불합리한 정부 정책에 대한 강한 반발이 지금까지도 야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이다. 따라서 만일 지금의 야당도 권력을 잡은 이후 정략적이고 지역적이며 분파적인 이익을 시도한다면, 충북의 표는 또 다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충북의 정치 인식이 과거와는 다르게 발전해 왔다. 진정으로 어느 당이 국가의 정치 발전과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당인지 여부에 따라 충북의 총선과 대선 여론이 변할 것으로 판단된다. 충북의 경우에는 각 후보들의 인물 됨됨이도 보지만, 인물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비중을 두지는 않는 경향이 있다. 이는 국가 정치와 경제 구조에 대한 평가 여하에 따라 지지하는 정당을 결정하고, 이에 의해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는 충북의 경우, 빈곤문제와 복지정책이 선거 투표권 행사의 기준이나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이나 반값등록금 등에 대한 정당의 입장이나 후보의 소신이 충북 유권자에게는 동지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충북은 2000년 초반 선거 때부터 서서히 야당 색채로 바뀌기 시작했다. 충북 청주시 자체가 야권 성향이 강하다. 제일 야성이 강한 도시가 광주, 전주 그 다음 청주라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서 상당구는 박빙의 대결이 있을 것 같지만 다른 곳은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충북지역 민심은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당을 가리지 않고 뽑는다. 당의 지지에 대해 특별한 차이는 없다. 충북에서 한나라당은 인물에 대한 중량감이 낮다. 흥덕지역에서의 인물 부족이 대표적이다. 송광호, 이용희 의원은 지역구 관리 잘 했다고 소문났기 때문에 당을 바꿔도 지지를 한다.
충북만의 지역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간단히 한 두가지로 정의 내릴 수는 없다. 한나라당이 아주 탁월한 인물이 나왔으면 모르겠는데 인물이 그만큼 받쳐주지 않았다.
올해도 아주 특출한 인물이 없는 한 공천 경쟁에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나오면 표가 갈리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정우택, 홍재형 후보 지역구인 청주 상당구만 경합이고 나머지는 민주통합당이 가져갈 것 같다.
제천·단양은 송광호 한나라당 의원이, 충주는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이 워낙 열심히 하니까 기회를 한 번 더 줄 것 같고, 나머지 지역에선 한나라당에 인물들이 없다. 그렇다고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 특별히 쎈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이라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어부지리로 민주당이 많이 얻어가고 있다. 현재 민주당도 이전처럼 민주당 정치 색깔과 맞는 인물도 찾기 힘들다. 청주가 이렇게 인물이 없었는지 개탄스럽기만 하다.
충북지역에서 지지당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보수적인 성향이 있다. 하지만 인물 개인으로 들어갈 때는 점수를 더 주더라. 바람하고 인물하고 같이하면 한나라당이 불리하다.
충북 사람들이 선거에 대해 유독 관심이 많다. 지역당이라 할 수 있는 자유선진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충남이나 대전은 그동안 실수를 많이 했다. 생뚱맞게 자유선진당 세력을 만들었다. 전국적인 정당이 아니지 않나. 충북은 양자택일의 구도에서 정치적인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안성호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충북지역이 야당 색깔로 바뀐 기본적인 가장 큰 변화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 때부터 국가균형발전에 기반한 수도권규제강화에 있다. 이것은 보수적 정서를 가지고 있는 충청권에 크게 영향을 줬다. 충청권 선거의 특징도 한 몫 했다. 공화당과 여권 세력이 점점 약화됐다.
그 다음 JP를 필두로 했던 충청권 정당들인 자유민주연합, 국민중심당, 자유선진당 영향력이 또 줄어드는 과정이었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 중심이었던 호남 중심의 민주당은 충북 지역에서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색채의 민주당은 영향력을 많이 발휘했다.
행정수도를 충청도에 둔다는 것이 하나의 시발점을 줬다. 혁신기업도시, 중앙부처 분산 등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 균형 발전이 충청권에 어필을 했다. 한나라당의 영향력 약화는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를 원점으로 돌리려다 실패하면서부터다.
또 대통령 측근들의 각종 비리가 터지고 한나라당이 디도스 사태 등 여러가지로 내홍을 겪으면서 올 총선과 대선 선거를 치루기에는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번 총선은 세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첫째, 이명박 대통령이 물가 경제 발전 정책을 얼마나 내 놓을 수 있겠나. 둘째,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얼마나 인적쇄신을 할 수 있겠나와 민주통합당이 얼마나 당권과 공천 문제를 원만하게 처리 할 수 있겠나. 마지막 셋째, 이용희 이상민 김창수 의원등이 자유선진당 탈당 도미노 현상이 어디까지 갈 것이냐. 이것과 관련해 충북의 교두보는 어떻게 형성되는가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으면 점수 따기 어려울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민주통합당과 자유선진당처럼 세종시를 완수하고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확실하게 해 주겠다는 식의 약속을 하지 않는다면 충청권 표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정당, 인물, 현역 여부 정책이나 이념 같은 것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는데, 대통령이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이명박 정부를 볼 상황에선 여당이 힘을 받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의 관전포인트는 공천이라 할 수 있다. (서원대 정치행정과 엄태석 교수)
역대 선거 데이터를 보면 충북은 시대의 흐름이나 바람이 선거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인물이 선거에 비중을 많이 차지했다. 결국은 인물대결이다. 이번총선에서도 그런 부분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16대 때 최초로 이른바 민주진보진영에서 2석을 얻었다. 그 얻은 표가 청주 상당에서는 전 경제부총리 출신 홍재형 의원이었고 충주에서는 대검 차장 출신 이원성 전 의원이었다. 인물이 월등한 사람을 새천년민주당에서 공천을 해 야당 불모지라고 할 수 있는 충북에서 싹을 피운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은 쇄신과 혁신을 해야지 이대로 가면 모두 죽는다. 그럼 쇄신이란 무엇인가. 얼마나 참신하고 이 시대에 맞는 후보를 공천하는가에 있다. 인물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한나라당은 도덕적으로 검증된 깨끗한 고위급 장차관 영입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민주통합당에선 반대로 야당의 특성상 현 정부에서 관료를 한 고위공무원이 아닌 시민사회, 한국노총 등에서 어떻게 배려하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앞으로 선거는 정책성보다 인물의 비교우위에 얼마나 진정성을 담아내느냐에 있다고 본다. 충북지역 민주당에서 제일 큰 화두는 얼마만큼 새로우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는 공천 하느냐이다. 그래서 당을 쇄신 하느냐이다. 여기는 20년 째 선거가 '그 밥에 그 나물'이란 말이 들린다.
충주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 때 유권자들이 아무리 이명박 대통령이 미워도, 민주당 골수 지지자인데도 투표를 안 하는 유권자가 많았다. 왜 안 하느냐 물어보니 "그래도 이건 아니쟎아요"라고 답하더라. 이것은 무얼 말해주는가. 결국 인물 경쟁력을 말하는 거다. 그 다음이 정당이다.
충북에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한나라당과 무슨 차별이 있나. 어쨌든 이번 총선은 민주통합당이 유리 할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노 대통령 탄핵 열풍 때보다 한나라당 상황이 더 안 좋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충북은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수도권 보다는 바람을 덜 타는 경향도 있고, 어르신들 인구가 더 많기 때문이다. 또 충북지역 한나라당은 지난 선거에서 패착한 이유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기획자 이주익 미루애드 대표)
충북 지역이 야당 색깔을 강하게 띠기 시작한 건, 우선 15대 총선 전 DJP연합이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민련 지지층들이 DJP연합을 통해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캐스팅보트로서의 자기 존재감을 자각하기 시작했고, 문민정부 들어서 자민련의 약세와 함께 자연스럽게 홀로서기를 하게 된 측면이 있다.
충북지역은 오랫동안 정권의 소외지역이었다. 문민정부에서 국민의 정부로 넘어 오면서 이러한 소외의식이 도민들 사이에 더욱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참여정부 때 절정에 이른다.
즉, 행복도시와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역, 혁신도시 등등의 국가사업속에서 도민들의 적극적인 의사가 표출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난날의 지역소외를 극복하고 정책적으로 배려하고 실천한 현재의 야당을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지역의 여당 정치인들이 너무 안이했던 것도 한 요인이다. 특히 지난 지방정권 또한 그 구태를 벗지 못했다.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에서 현재의 여당이 완패한 것이다. 도민들은 지속적인 변화와 발전을 요구함에도 그에 부응하지 못하는 여당의 한계도 야당지지를 지속화 시키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인물교체론 또한 새로운 인물이나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지역현실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서민경제 파탄에 대한 책임이 여당에 대한 표심으로 직결 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 여론조사 등에서 보여 지는 결과들이 실제 선거결과와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지 이번 선거의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숨어있는 표는 선거가 가열될수록 도시지역, 즉 정치의식이 좀 더 강한 지역부터 서서히 수면위로 나올 것이다. 이번 여론 조사 결과에 대해서 지켜보자고 한다. 과거의 경험 속에 답이 있다. 현재의 표심과 여론조사만으로 앞으로의 선거를 평가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익명을 요구한 선거기획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2012.01.05 10:55 | ⓒ 2012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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