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한 홍합짬뽕으로 추위를 이겨내 볼까?

등록 2012.01.09 14:49수정 2012.01.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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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하고도 DMZ 인근 동이리로 이사를 온 지도 10일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육지 속 무인도처럼 생긴 임진강 합수머리지점에 위치한 동이리 마을에서 두문불출하며 세끼 밥만 먹다보니 따끈하고 시원한 해물이 든 국물이 먹고 싶어졌다.


소문을 들어보니 이곳에서 가까운 임진교 근처의 홍합짬뽕을 잘하는 중국집이 있다고 한다. 해서 아내와 나는 오랜만에 홍합짬뽕을 먹기 위해 화려한 외출(?)을 하기로 했다.

a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합짬뽕은 미네랄과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여성들에게 좋다고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합짬뽕은 미네랄과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여성들에게 좋다고 한다. ⓒ 최오균


"바닷가도 아닌 이 내륙지방에 웬 홍합짬뽕집이 다 있지요?"
"하여간 가보자고. 추운 날씨에 뜨끈한 국물이 든 홍합짬뽕이란 말만 들어도 구미가 당기는데."

우리는 밑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하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왕징면에 있는 홍합짬뽕 집으로 갔다. 왕징면 삼거리에 도착을 하니 농협 앞에 '귀빈각'이라고 쓰인 허름한 중국집이 눈에 들어왔다.

귀빈각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작고 허름한 중국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저런, 자리가 없다. 좁은 홀에는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었고, 6명이나 난로 가에 불을 쬐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a  비닐장갑을 낀 왼손으로 홍합을 집어서 젓가락으로 빼먹는 맛이 그만이다

비닐장갑을 낀 왼손으로 홍합을 집어서 젓가락으로 빼먹는 맛이 그만이다 ⓒ 최오균


메뉴판에는 짜장면과 우동, 탕수육 등 다른 중국음식도 있으나, 사람들은 거의 홍합짬뽕을 먹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짬뽕을 먹고 있는 식탁에는 홍합껍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간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우리 차례가 되어 식탁에 앉으니 종업원이 단무지와 양파, 검은 된장, 요구르트 2개를 담은 작은 접시를 큰 접시에 담아 식탁에 놓고 말했다.

"홍합짬뽕을 잡수시려면 저 비닐장갑을 끼어야 해요."
"그건 왜지요?"
"이따 보시면 알겁니다."
"이 큰 접시는 또 뭐지요?"
"홍합껍데기을 버리는 접시예요."


우리가 기다리며 미리 주문한 홍합짬뽕이 배달되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홍합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a  홍합을 다 먹고 나면 시원한 국물과 쫄깃쫄깃한 면발이 나온다.

홍합을 다 먹고 나면 시원한 국물과 쫄깃쫄깃한 면발이 나온다. ⓒ 최오균


"국수발은 어디에 있지요?"
"홍합을 다 드시고 나면 그 밑에 있어요."
"아하!"

우리는 왼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홍합을 집어서 젓가락으로 홍합을 빼 먹었다. 홍합이 싱싱하고 부드럽다.

"어휴, 홍합만 먹어도 배가 부른데요?"
"그렇군. 국물 맛도 죽여주는군."

홍합을 다 먹고 나니 짬뽕국수발이 드러났다. 시원한 국물과 함께 국수발을 후르륵후르륵 빨아 먹는 맛이 그만이다. 국수발도 쫄깃쫄깃하게 감칠맛이 있다. 우리는 배가 부르다고 하면서도 면발과 국물을 거의 다 먹어치웠다. 짬뽕을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홍합껍데기만 흰접시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a  홍합짬뽕을 다 먹고 나면 홍합껍데기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홍합짬뽕을 다 먹고 나면 홍합껍데기가 산더미처럼 쌓인다. ⓒ 최오균


계산을 하면서 물어보니 국수발은 직접 이 집에서 뽑아내고, 홍합짬뽕은 주문을 받을 때 한 팀씩 따로따로 끓인다고 했다. 가격은 6000원인데 가격대비 양과 맛이 기대에 어긋나지는 않았다.

본초강목에 따르면 홍합은 '피부를 미끄럽고 윤기 있게 해주고 부인들에게 아주 유익한 식품'이라고 한다. 홍합에는 요오드, 셀레늄과 같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칼슘의 흡수를 높여주는 프로비타민 D의 함량이 높아 갱년기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철분 함유량도 굴의 두 배, 전복의 세배나 돼 대표적인 여성 질환인 빈혈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홍합을 물에 넣고 끓이면 홍합 속에 들어있는 베타인, 핵산, 호박산 등의 성분이 우러나와 시원한 맛을 내주고 간의 독소를 풀어주는 성분 때문에 숙취 해소에도 효과적이라는 것(2008년 11월 14일 SBS 보도).

연일 매서운 추위가 지속되는 우리나라 내륙 최전방인 DMZ 근처 임진강변에서 먹는 홍합짬뽕 맛은 각별했다. 사람들은 '아이구 추워'하며 계속 들어왔고, 배달주문도 쇄도하고 있었다. 얼큰한 홍합짬뽕은 추위를 이겨내기에는 그만인 것 같다.
#홍합짬뽕 #왕징면 귀빈각 #연천군 #임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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